현대 싼타페와 함께 중형 SUV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한 기아 쏘렌토가 6년 만에 4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패밀리카로서의 품격을 높여 ‘밀레니얼 대디’ 겨냥에 나선 것. 남성스러운 매력과 대형 SUV 부럽지 않은 크기로 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간 신형 쏘렌토를 만나봤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전면의 타이거노즈 그릴은 입체적인 패턴이 스며들어 강렬하다. 특히 날을 세운 헤드램프와 맞닿아 짙은 인상을 각인시킨다. 눈매 아래로 배치된 ‘ㄱ’자형 주간주행등은 K7 프리미어와도 닮은 모습이다.

측면은 3세대 플랫폼의 영향으로 균형미가 돋보인다. 1열 윈도우 크롬 가니쉬와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C필러 장식은 스포티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20인치 알로이 휠은 휠 아치를 풍만하게 채워 늠름한 자태를 완성한다.

후면부는 면을 파고드는 선들의 향연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날카로운 에지를 지닌 세로형 리어램프도 눈에 띈다. 하단 레터링은 쏘렌토의 정체성을 확고히 드러내며, 루프 스포일러 안쪽에 적용된 리어 와이퍼는 깔끔한 모양새다.

실내로 들어서면 언뜻 K5의 이미지가 스친다. 시인성이 뛰어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듯 연결성이 강조된 형태다. 송풍구는 상하단을 나눠 세로형으로 배치됐고, 마름모꼴 패턴이 수놓아진 대시보드는 별빛처럼 반짝인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K5와 부품을 공유하듯 쏙 빼닮은 모습이다.

2열은 승객의 편의성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독립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면 주먹으로 재보는 것이 무색할 만큼 널찍한 무릎 공간이 확보되며, 개별 컵홀더와 송풍구, 220V&12V 소켓, USB 충천단자, 시트 포켓, 시트 옆 그물망 등 디테일하고 세심한 배려들이 돋보인다.

3열에 앉으려면 다리를 많이 구부려야 하지만 2열 시트를 적당히 앞당기면 성인 여성에게는 꽤나 여유로운 공간이 마련된다. 3열에는 2열을 자동으로 접어주는 버튼이 적용됐고, 아담한 다이얼을 통해 개별 온도 조절까지 가능하다. 2~3열을 모두 접으면 SUV 다운 광활한 적재 공간이 제공된다.

시승차는 2.2 디젤 시그니처 6인승으로 최상위 트림에 풀 옵션 차량이다.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과 습식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맞물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발휘하며,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되어 복합연비는 13.9km/L로 인증받았다.

시동 직후 냉간 시에는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이 손끝을 간지럽히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동이 사라진다. 관건은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다소 울컥거리는 변속감이 행여 승차감을 해칠세라 조바심이 들 찰나, 빠르고 경쾌하게 기어단수를 오르내리며 흥을 돋운다. 운전자 성향에 따라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가속 페달의 반응은 무난하다.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내뱉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뒷심이 살아난다. 낮아진 무게중심과 탄탄한 하체 덕분에 급격한 코너에서도 큰 덩치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다. 고속주행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반면,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최신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버튼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실행되어 편리함이 동반되고, 전방 차량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유연한 가속과 부드러운 제동을 번갈아 선보인다.

지난겨울의 끝자락, 4세대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모델 인증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출시 첫 달 성적도 주춤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상품성이 쏘렌토에게 찾아온 봄을 더없이 따스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시점에서 쏘렌토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노블레스’ 트림에 6인승, 드라이브 와이즈, 10.25인치 UVO 내비게이션 3가지 옵션을 추천한다. 차량가 4천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4세대 쏘렌토의 품격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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