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음악 틀어줘”

가수 이효리가 자주 간다는 분위기 좋은 이천의 어느 한 카페로 가는 길, 쾌청한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나 부탁했다. 쌍용자동차의 첨단 커넥티드 카 시스템 ‘인포콘(Infoconn)’을 탑재한 ‘리스펙(RE:SPEC)’ 코란도는 망설임 없이 볼빨간사춘기의 노래를 재생했다. 인포콘의 선택에 당황한 나는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소녀시대 노래를 틀어달라고. 서로 취향은 달랐지만 시승 내내 소통은 원활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상품 구성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이석우 쌍용차 상품운영팀 팀장은 고객을 존중(Respect)하는 마음을 담아 가장 선호도가 높은 사양으로 상품을 재구성(RE:SPEC)했다고 강조했다. 코란도의 경우 고급 편의사양의 기본 적용과 함께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추가됐다. 티볼리도 향상된 안전사양과 함께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더해져 한층 스마트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출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코란도는 지난해 여름 가솔린 터보 모델이 추가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쌍용차는 승부수를 던졌다.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와 LED 리어콤비램프, 아웃사이드미러 LED 퍼들램프 등 안전과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했다. 하위 트림 C3 플러스부터는 오토 디포그를 비롯해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 오토 클로징 등 다양한 고급 편의사양까지 기본 적용된다. 인상폭을 최소화한 가격도 또 다른 강점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티볼리는 여성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성 소비자로 한정했을 때, 티볼리는 신차등록대수 1만 9,376대를 기록하며 국산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티볼리 에어부터 티볼리 아머와 베리 뉴 티볼리까지 지속적인 변화를 거쳤지만 수많은 경쟁자들의 출현으로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굴하지 않고 쌍용차는 여성 소비자 비율이 유독 높은 티볼리의 특성에 맞춰 안전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중간 트림인 V3부터는 코란도와 마찬가지로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가 적용된다. 첨단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 딥 컨트롤(Deep Control)은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딥 컨트롤은 능동형 안전 기술로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자율적인 차량 제어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특히 탑승객 하차 보조와 후측방 접근 충돌 방지 보조 탑재는 동급 최초다. 무엇보다 저공해 자동차 3종 인증까지 받아 더욱 경제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리스펙의 하이라이트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이 더해졌다 할지라도 이번 리스펙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인포콘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쌍용차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인포콘은 네이버 AI를 토대로 음성 검색부터 차량 원격 제어, 차량 안전 및 관리, 보안, 인포테인먼트까지 지원하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다.

인포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껏 기온이 오른 바깥 날씨에 맞춰 원격 시동 기능으로 차량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맞추고 주차장으로 나섰다. 운전석에 앉자 계기판에 얹어진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안에는 인포콘을 활용한 세 가지 미션이 담겨있었다. 인포콘과 마음껏 소통하라는 쌍용차의 배려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 가지 미션을 완료하지 못하면 케이크를 받을 수 없다는 홍보팀장의 말도 머리를 스쳐갔다.

세 가지 미션을 유심히 읽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벚꽃 엔딩을 부른 가수의 이름과 지구의 나이를 찾아보고 홍보팀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미션의 내용이었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마치 친구에게 대화하듯 편하게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에도 인포콘은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외국 가수의 노래를 재생해달라고 주문해도 문제없다. 이런 훌륭한 인식률은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승 내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지니뮤직과 팟캐스트 등의 스트리밍 콘텐츠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월 8,800원의 사용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하지만 에어백 전개 알림이 포함된 안전제일 서비스는 10년 동안 무료로, 긴급 전화부터 홈 IoT 기기 제어까지 포함된 올인원 서비스는 2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올인원 서비스는 차량 도난 추적을 포함해 월간 차량 리포트, 차량 진단, 소모품 교체 알림, 음성으로 메시지 보내기, 지식 검색 등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있다.

가성비와 신기술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않는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 바 있다. 최근 대주주인 마힌드라에게 400억의 신규 자금을 조달받기로 결정됐지만 쌍용차의 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승용차 브랜드 점유율 순위에서 쌍용차는 경쟁사들의 신차 공세 속에 한동안 유지했던 점유율 3위를 지키지 못하고 5위로 밀려났다.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스펙을 새롭게 재단장한 코란도와 티볼리는 각 트림별로 명확해진 콘셉트와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가격, 그리고 인포콘으로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LG 유플러스와 네이버 클로바의 협력으로 보다 고도화될 시스템 경쟁력과 보강될 콘텐츠도 기대가 된다.

다만 리스펙 코란도와 티볼리는 경쟁 차종들에 비해 특출한 새로움이 부족하다. 원격 시동과 공조장치 제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경험해왔고, 음성 검색 또한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쌍용차가 내세우는 코란도와 티볼리의 ‘갓성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며 맞닥뜨린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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