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관람객수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쇼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한 해의 자동차업계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경향의 모델과 이벤트들이 쏟아졌다. 미국 경기의 회복기미를 반영하듯이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등장한 것도 올해 쇼의 특징. 미국의 빅3는 시장 고수 차원에서, 수입 브랜드들은 시장 쟁탈 차원에서 미국 소비자의 입맛에 최대한 부응하고자 하는 차만들기가 추구되고 있었다. 2004 디트로이트쇼에 나타난 트렌드를 요약해 본다.
1. 빅3 승용차 시장 공략으로 과거의 영광 되찾는다. 일본차에 밀려 빛을 잃었던 미국 빅3가 다양한 종류의 신 모델 승용차를 쏟아 내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수년 동안 픽업과 SUV 등에 투자해왔던 빅3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많은 세단형 모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시보레 코베트와 코발트, 포드 500, 크라이슬러 300C 등이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2. 일본 메이커, 승용차에 이어 픽업 트럭시장 공략 본격화 빅3가 승용차 시장에 힘을 쏟는 것과는 반대로 일본 메이커들은 픽업트럭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작년에는 닛산의 카를로스 곤이 타이탄 픽업 트럭 위에서 포즈를 취한데 이어 올해에는 혼다가 SUT컨셉트카를 전면에 내 세웠고 토요타도 툰드라의 후속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3. 출력전쟁에 이어 이제는 속도 전쟁이다. 작년 쇼에서는 출력이 주제였으나 2004 디트로이트쇼에 등장하는 승용차들의 주제는 속도다. 크라이슬러가 선보인 ME-4-12는 네 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한 850마력이라는 괴력의 V형 12기통의 엔진을 탑재하고 무려 248mph라는 최고속도를 발휘한다. 크라이슬러 사상 가장 빠른 차다. 190mph의 포드 GT와 600마력의 머스탱과 셸비 코브라, GM이 내놓은 아메리칸 아이콘인 코베트로 속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4. 영국 스포츠카 미국시장이 그리워 영국의 로터스가 1990년 이래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모델체인지한 엘리제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개를 예고하고 나섰다. 직렬 4기통 190마력의 토요타 엔진을 탑재한 엘리제의 0-60mph 가속성능은 5초가 채 안된다고 한다. 이는 주로 150 파운드에 지나지 않는 알루미늄 섀시로 인한 경량화 덕이라고 한다. 또한 이그조틱 스포츠카인 모간 에어로8도 35년만에 처음으로 풀 모델체인지를 하고 등장했다.
5. 미쓰비시도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로 승부수 현대모터아메리카에서 CEO를 역임했던 핀버 오닐이 미쓰비시로 옮긴 이후 첫 번째 맞는 모터쇼에서 그는 미쓰비시 모델에 대해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쓰비시가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를 제공하게 된 배경 설명은 품질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는 논리로 1998년 현대자동차가 주장했던 것과 같다.
6. 일본 메이커들 하이브리드 시장 선점 확고히 일본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은 가솔린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가 대세이지만 디젤 엔진 하이 브리드 시스템이라든가 크라이슬러같이 주행 중 필요하지 않은 때 실린더를 반만 사용하는 방식등,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연비 (경제성)부분을 향해 어필하고자 하는 모습이 가장 큰 대세라고 볼 수 있었다.
7. 미국에서, 미국 시장을 위해, 미국 사람에 의해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라고 자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가 선보인 2004 비전 GST(그랜드 투어러)는 ꡐ미국에서, 미국 시장을 위해, 미국 사람에 의해ꡑ 디자인되고 생산된 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계 모든 메이커들은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차 만들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8. GM 아메리칸 아이콘 코베트 6세대 데뷔 시보레 카마로나 폰티악 파이어버드 등과 같은 미국의 스포츠카들이 그 모습을 감춘 것과는 달리 코베트는 5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며 미국 스포츠카의 아이콘이 되어왔다. 신형 코베트에 GM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최첨단 고성능 테크놀러지와 뛰어난 스타일링, 그리고 훌륭한 가치다. 코베트는 1953년 데뷔 이래 14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미국의 많은 스타들이 탔던 차로도 유명하다. 더불어 수많은 코베트 클럽이 존재하고 있으며 생산공장이 있는 캔터키 볼링 그린에는 코베트 박물관이 있을 정도다.
9. 크라이슬러, 컨버터블로 시장 살린다. 크라이슬러는 자신들이 미국의 컨버터블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발하였다며, 04.5 랭글러 컨버터블, PT크루저 컨버터블, 그리고 크로스 파이어 컨버터블을 발표 하였다. 그 중 하나인 크로스파이어 컨버터블은 150마일 컨버터블을 자랑한다며, 고속에서도 탑을 올려서 가장 조용한 컨버터블을 지향한다는 것이 특징. 탑의 계폐는 22초.
10. 메르세데스 벤츠도 미국시장에 디젤차 출시한다 연비가 높고, 이로 인해 오히려 환경 친화적이다 라는 이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디젤 엔진은, 메르세데스의 E320 CDi 를 비롯해, GST 모델과 미쓰비시,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리버티 디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검증받은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미국에 처음 도입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폭스바겐은 미국에 제타와, 파사트, 투아레그 등을 통해 TDI 엔진을 미국에 선구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11. BMW 미니와 스마트, 토요타 사이언 등 소형차 활기 모든 면에서 덩치가 큰 차 위주인 미국시장에 소형차 바람이 불고 있다. BMW 미니가 이미 성공을 거두었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스마트가 상륙을 준비하고 있으며 토요타는 사이언이라는 저가 브랜드를 작년에 선보인 이래 이번에도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이들 모델은 대부분 우리나라 메이커들과 경쟁관계이 있는 것들이다.
12. 현대자동차 뉴 모델 출시 스케쥴 나왔다. 현대자동차는 2005에 뉴 쏘나타와 XG를, 2006년에는 엑센트와 싼타페. 그리고 쏘나타 베이스의 미니밴이, 2007년에는 새로운 티뷰론과 엘란트라(아반떼)가, 그리고 놀랍게도 쏘나타 쿠페형과, 또다른 중형 SUV가 소개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서 현대자동차의 2007년까지의 모델 라인업 계획은 그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13. GM대우제 모델들 다양한 브랜드로 미국시장 공략한다. GM대우가 만든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는 시보레와 스즈키 등의 브랜드로 팔린다. 특히 승용차 부활을 외치는 GM은 물론이고 라인업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스즈키에 있어 GM대우제 모델들은 중요한 존재다. 특히 이들은 현대와 기아의 모델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한다.
14. 유러피언 스타일과 성능은 여전히 대세다. 승용차 시장 탈환을 목표로 선보인 미국 빅3의 승용차들은 대부분 유러피언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캐딜락 CTS가 이미 그런 이미지 표방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고 포드의 풀 사이즈 세단 500(Five Hundred), 크라이슬러의 300시리즈 등이 그렇다.
15.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우선이다. 2004 디트로이트쇼에는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는 기술발전 단계의 전시가 주를 이루었고 X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적용 확산, 음성인식 기능의 발전 등 외에는 그다지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신기술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각 메이커들이 발등에 불끄기 여념이 없다는 말도 된다.
16. 포드, "2004년은 제품 르네상스의 해" 포드가 포드GT를 필두로 신형 세단 500, 포커스 ST, 프리스타일, 머스탱 등 풀 모델체인지버전, 컨셉트카 브롱코(Bronco), 그리고 F-150 럭셔리 버전 등을 쏟아내며 2004년을 제품 르네상스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포드는 미국 전체 차종 중 베스트 셀러인 F 시리즈 픽업 트럭이 2003년 12월 한달 동안에도 85,000대를 판매해 기록을 갱신했으며 포드 익스플로러가 판매 500만대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7. 볼보와 사브 "이제는 효자 브랜드" 미국 메이커에 넘어간 볼보와 사브가 본격적인 회생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볼보는 XC90의 활약으로 생산량이 부족해 현재의 연간 생산량 415,000대를 60만대로 끌어 올리고자 중국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사브도 2003년 미국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사브는 2003년 전년대비 27%나 증가한 4,914대를 판매해 47년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사브는 올해 9-2X와 9-7X라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세그먼트의 모델들을 투입하게 되어 판매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 아우디 12기통 엔진 모델로 럭셔리 이미지 굳힌다. 아우디는 V형 12기통 6.0 A8 모델을 발표하면서, 다른 독일 메이커들이 이미 진입해 있던 12기통 럭셔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우디는 최근 들어 폭스바겐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 구축에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판단 아래 올해를 본격적인 전진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19. 스포츠카로 이미지를 제고한다. 승용차 부활을 천명한 미국 메이커들은 물론이고 많은 브랜드들의 무대 전면에는 스포츠카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보레 코베트를 시작으로 포드 머스탱, 크라이슬러의 ME4-12, 유럽과 일본의 스포츠카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HCD8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모델들이 스포츠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20. 최고경영자들 "내가 회사의 확실한 대표" 미국 모터쇼의 기자회견은 항상 CEO들이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본다.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컨셉 설정이라든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주 능수능란하고 가끔은 유머를 섞어 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올해 쇼 역시 GM의 회장이자 CEO 릭 왜고너, 포드의 빌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후버트 위르겐, 닛산의 카롤로스 곤등이 전면에 나서 저널리스트들의 질문공세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