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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젤車정책, 현대車 봐주기


정부가 현대차(005380)의 요청에 따라 대형 경유상용차에 대한 유로3 배출가스 규제 도입을 2개월 연기하기 위해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키로 한 것에 대해 특정업체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GM대우·르노삼성 등 외국계 국산차 업체들은 "경유상용차 뿐만 아니라 경유승용차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현대차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향후 통상문제로 공식 제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축가 주목된다.

14일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3의 2개월 유예문제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이달초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이 앞장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유로3 유예를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개정을 준비중"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 유로3 연기에 대한 토론회도 가졌다"며 "그러나 추후 여론 수렴과정을 더 거치기로 했지만 환경부로선 최근 경제장관회의 결과를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털어놓았다. 시민단체의 기대와는 달리 사실상 여론수렴에 관계없이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할 것임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경유상용 유로3 연기 강행키로..현대차 작은 손실보전 위해 법개정 '비난'

산자부와 건교부는 당초 올 7월1일부터 중대형 트럭 및 버스에 적용되는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으로 '유로3'를 적용하기로 했다.

경유승용차와 달리 경유상용차의 경우엔 그동안 산업수요라는 명분으로 인해 배기가스 기준이 전무했으나 국내에선 올 7월 유로3, 2008년 유로4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국민의 건강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일 개최된 경제장관간담회에선 경유를 사용하는 3.5톤이상 트럭과 버스에 대한 배출가스 허용기준 강화(유로3기준 적용)를 2개월 가량 유예한다는 결정을 갑자기 내렸다. 이는 기술개발을 끝내지 못한 현대차가 유예를 요청하자, 산자부 등이 산업논리를 앞세워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시민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까지 환경기준이 후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 12일엔 학계·시민단체·업계가 참여한 토론회도 개최돼 일각에선 유로3 연기가 무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경제장관 회의결과를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함에 따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특정업체 봐주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유로3 연기를 요청한 배경으로 생산차질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 등을 들고 있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2개월간의 유예로 현대차가 수혜받는 상용차의 규모나 소비자들의 불편이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현대차의 작은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법개정까지 나서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경유승용 정책도 현대차 특혜논란..GM대우차 등 '통상문제 제기' 별러

경유자동차 정책이 '특정업체 봐주기'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불만은 완성차업계내에서도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 등 현대차의 경쟁사들은 정부가 내년부터 유로4가 아닌 유로3 기준을 서둘러, 그것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은 현대차에 대한 특혜라고 반발하고 있다.

GM대우차 등 외국계 국산차업체들은 경유승용차 배기가스규제가 어차피 글로벌 스탠더드인 유로4로 갈 마당에, 이미 지나간 기술인 유로3를 한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현대차가 경유승용차 시장을 선점하게 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현재 아반떼XD 라비타 겟츠 등에 유로3기준의 디젤엔진을 장착, 유럽에 수출하고 있으나 유로4 기술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GM대우의 경우엔 2006년 양산을 목표로 유로4 디젤엔진 공장을 건설중이다.

GM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유로4로 가는 상황에서 1년간 한시적인 시장에 불과한 유로3 경유승용차 시장을 겨냥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현대차는 1년간 경쟁사가 없는 가운데 경유승용차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가솔린 대비 경유가격의 인상 폭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2005년 한 해동안 경유승용차 시장은 최대 1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대차의 경우 2005년 하반기중엔 유로4 엔진의 개발을 완료할 전망이나, GM대우차의 유로4 엔진은 2006년 상반기에나 양산된다"며 "현대차는 향후 1년6개월간 유로3 디젤승용차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M대우차 다른 관계자는 "법이 공포됐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GM대우차는 물론 미국 GM 본사의 경영진 역시 한국정부의 경유승용차 정책이 '특정업체 봐주기'란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쟁사들의 우려대로 현대차가 내년들어 기아차와 함께 무주공산과 다름없는 경유승용차시장의 싹쓸이를 시도할 경우 외국계 국산차업체들의 불만은 통상문제 비화 등으로 표출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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