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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북미 국제 오토쇼












































세계 5대 모터쇼 중 매년 연초에 개최되는 디트로이트쇼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있는 코보 홀이라는 거대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1907년 처음 시작된 디트로이트쇼는 1989년에 북미국제오토쇼로 격상해 올해로 17회째가 되는 쇼다. 차세대 대체에너지에 대한 메이커들의 치열한 기술 개발 현황과 시장 점유율 쟁탈전을 위한 다양한 뉴 모델 등으로 주목을 끌었던 2005 디트로이트모터쇼 현지 취재기를 싣는다.

글·사진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매년 연초에 개최되는 디트로이트쇼, 즉 북미국제오토쇼는 전 세계 메이커들의 최대의 각축장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가장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다. 물론 행사를 취재하려는 각종 언론들도 앞 다투어 디트로이트로 몰려들어 각 메이커 CEO 등 경영진들로부터 앞으로의 전략을 듣고자 총력을 기울인다.
2005 디트로이트쇼도 그런 일반적인 양상에서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올해에도 예외 없이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6,6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그 거대한 프레스센터는 연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몰려든 기자들은 이미 사전에 알려진 모델 이외에 예고 없이 내놓는 컨셉트카의 정보를 캐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더불어 현지에 온 전 세계 메이커들의 경영진들을 단 몇 분이라도 만나 그들의 전략을 듣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바빴다.
올해의 쇼는 크게 나누어 대체 에너지와 차세대 파워 트레인에 대한 메이커들의 시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과 미국 빅3와 일본 빅3간의 시장 쟁탈전, 유럽과 한국 메이커들의 시장 침투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드러났다. 주제별로 요약해 설명한다.

1. 근미래 양산을 염두에 둔 컨셉트카

모터쇼의 꽃은 컨셉트카라는 말이 최근에는 통용되지 않는 경향을 보여 오고 있다. 대부분의 컨셉카들이 근 미래에 출품할 모델들의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2005 디트로이트쇼에도 20여개의 컨셉트카들이 각 브랜드의 무대 전면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양산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정작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모델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컨셉트카를 통해 메이커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쇼 관계자는 올해에도 작년과 비슷한 65개의 뉴 모델 중 약 30%가 컨셉트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늘날 메이커들은 컨셉트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각 모델당 8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기술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2. 양산 가능한 연료전지컨셉트카 GM Sequel

2005 디트로이트쇼에 출품된 컨셉트카 중 가장 주목을 끌었던 모델은 GM이 발표한 소량이지만 양산이 가능한 연료전지차 시퀄이었다. 시퀄(Sequel)은 GM의 첨단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실용화가 가능한 모델이라고 한다.
이 모델이 주목을 끈 이유는 그동안 실용화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연료전지 컨셉트카와는 달리 시퀄은 한 단계 진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GM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이용한 오토노미(AUTOnomy)와 하이와이어(Hy-wire)등 연료전지 컨셉트카를 선보였었다. 스케이트보드 안에 모든 구동에 필요한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그런데 오토노미와 하이와이어는 첨단 기술이기는 하지만 실용화와는 거리가 있는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했었다.
이에 비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시퀄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모델이라는 것이 GM 측의 설명이다. 물론 당장에 그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
시퀄은 연료전지를 포함해, 바이 와이어 기술, 휠 허브 모터 등 GM의 첨단 테크놀러지가 만재되어 있다.
캐딜락 SRX와 비슷한 크기의 시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GM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M은 시퀄의 항속거리를 300마일까지 늘렸고 0-60마일 가속성능을 10초 대 이하로 끌어 내렸으며 출력도 기존 모델에 비해 25% 가량 증강시켰다.
번즈는 GM이 목표로 하는 것은 2010년에 생산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퀄이 기존 컨셉트카에 비해 달라진 것은 눈길과 빙판길, 그리고 험로 주파성의 개선과 토크의 42% 증강, 제동거리 단축 등이다.
GM측은 시퀄은 실 주행을 위한 차이지 실험실 내에서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파워가 25% 증강된 연료전지 스택으로 GM의 차세대 연료전지 파워 시스템은 시퀄의 항속거리를 300마일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는 고압저장기술의 진보로 인한 것으로 세 개의 원통 모양의 탱크에 8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GM의 하이드로젠3 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이다.
하지만 이튿날 토요타의 프레스컨퍼런스에서 토요타 관계자는 연료전지차는 앞으로 적어도 25년은 지나야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GM의 시퀄을 저평가해 두 메이커간의 주도권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외의 컨셉트카로는 포드가 선보인 승용차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중형 SUV 페어래인(Fairlane)을 비롯해 컴팩트 SUV인 SYN US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한 포드 GT 수퍼카를 베이스로 한 2인승 레이서인 셸비 GR-1과 중형 픽업 익스플로러 스포트 트랙의 확대 버전도 미국시장에는 중요한 모델이다.
GM은 2006년 출시 예정인 중형 세단 새턴 디비전의 오라(Saturn Aura)가 눈길을 끌고 크라이슬러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중형 트럭 컨셉트인 글라디에이터와 다지 바이퍼와 하체를 공유하는 425마력 V8 헤미 엔진을 탑재한 파이어파워 등을 선보였다. 크라이슬러측은 두 모델이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파이어파워는 코베트의 대항마로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3. 하이브리드냐, 연료전지냐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자동차 등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는 오늘날 모터쇼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다. 이 시장은 지구적 측면에서의 환경보호라든가 연료저감 등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각 메이커들 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판차를 내놓고 있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양상. 하지만 연료전지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GM을 중심으로 한 미국 메이커들의 기술 발전도 만만치 않다. 물론 이런 기술들은 근 미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해와 대체 에너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리더는 물론 토요타. 프리우스의 예상을 앞서는 판매에 이어 포드의 이스케이프, 혼다 어코드 등도 등장해 하이브리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견인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스케이프의 인기에 힘입어 포드는 앞으로 3년 안에 다섯 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할 모델은 머큐리 디비전의 머리너(Mariner)로 올 하반기 출시한다. 뒤 이어 포드 퓨전과 머큐리 밀란 하이브리드 버전도 3년 안에 데뷔할 예정.
포드의 자회사인 마쓰다도 트리뷰트 하이브리드카를 시험 중에 있다.
GM은 오펠 아스트라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와 GMC의 풀 사이즈 SUV Graphyte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내놓았다. 이 모델들은 앨리슨 트랜스미션과 조합해 18개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내버스에 사용되고 있는 Advanced Hybrid System 2의 축소 버전이다.
디젤 하이브리드인 아스트라는 주행성의 향상, 그래파이트는 견인능력에 비중을 두었다고.
토요타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인 렉서스 RX400h와 토요타 하이랜더 SUV를 출품했다. 여기에 럭셔리 스포츠 세단 GS를 베이스로 한 GS450h도 출품했다.
토요타의 최신 하이브리드는 높은 하이브리드 기술로 인해 차량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향상된 성능과 연비 개선 등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가격 때문에 하이브리드 구매를 꺼리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인사이트(Insight)로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한 혼다가 이번에는 SUV와 미니밴, 혹은 픽업 트럭 하이브리드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GM이 양산 가능한 연료전지차 시퀄을 선보이면서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시스템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포드도 수소연료 버스를 소개했으며 이들은 이 외에도 다양한 첨단 대체 연료 기술을 내놓았다. 수소 저장기술의 진보로 GM 시퀄은 운행거리를 300마일까지 늘렸다.

4. 미 빅3, 더 이상 안방을 내줄 수 없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라는 말이 2004년 미국 자동차업계에도 적용이 될 것 같다. 이는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기본 논리와도 일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작년 크라이슬러 300 세단이 빅3의 5년 연속 점유율 하락을 막았고 크라이슬러의 경영 상황을 회복국면으로 돌려놓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크라이슬러 300세단은 크라이슬러는 물론 빅3에게 큰 힘을 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디트로이트쇼장에서도 그런 히트작이 나올 것인지가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일본과 한국차의 공세에 대항할 수 있으면서 미국 메이커들만의 특징을 살린 그런 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크라이슬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2004년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0% 아래로 떨어졌다. 그 때문에 캐딜락 STS를 비롯해 새턴 스카이, 포드의 퓨전 등이 현지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물론 크라이슬러는 300세단의 여세를 몰아 다지 디비전의 머슬카 차저(Dodge Charger)를 무대 전면에 내놓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300세단의 활약으로 2004년 미국시장 점유율을 12.8%에서 13%로 끌어 올려 1998년 이래 빅3 중 유일하게 점유율 상승을 보였다.
이에 반해 GM은 28%에서 27.3%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렌트카와 대량 판매 등까지 합하면 1.7%나 감소했다.
점유율 하락은 빅3뿐 아니라 유럽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8%로 하락했다.
2004년 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BMW와 폭스바겐을 포함한 모든 유럽 브래드를 앞섰다. 물론 기아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브랜드와 일본 메이커들의 빅3의 점유율 침투가 더 심각하게 현지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 메이커들의 뉴 모델 공세는 빅3를 능가한다. 때문에 2005년에도 빅3의 점유율 하락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그렇다고 빅3의 경영진들이 가만있을 리는 없다. 2005년에는 적어도 점유율 하락 속도를 멈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머스탱 쿠페와 파이브 헌드레드의 출시에 이어 마쓰다 6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퓨전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링컨 제피어와 머큐리 밀란과도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포드측은 퓨전의 등장으로 라인업이 완전 일신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GM은 미국시장 수입원인 풀 사이즈 픽업트럭과 SUV가 2006년까지는 풀 모델체인지 계획이 없어 어려움에 처해있다. 대신 500마력의 시보레 코베트 Z06과 캐딜락 STS-V 등을 내놓았다. 또한 새턴 브랜드를 회생시키기 위해 2004년 디트로이트쇼를 통해 컨셉트카로 선보였던 스카이 로드스터 양산 버전과 중형 승용차 새턴 오라(Saturn Aura)를 출품했다.
빅3는 뉴 모델 공세로 아시아와 유럽 브랜드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으며 그만큼 미국시장의 경쟁은 격화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5. 미국 빅3 vs 일본 빅3의 전쟁 점입가경

올해 디트로이트의 양상 중 본토인 미국 빅3와 일본 메이커들의 기싸움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혼다가 릿지라인이라는 픽업트럭을 처음으로 발표한 것으로 시작됐다.
혼다는 토요타와 함께 미국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특히 토요타 캄리와 함께 베스트셀러를 다투고 있는 어코드 세단을 비롯해 시빅과 미니밴 오디세이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혼다는 토요타와는 달리 픽업 트럭이 없었다.
미국은 트럭의 나라다. 베스트셀러에는 항상 픽업트럭이 상위에 랭크된다. 그것도 세단의 두 배가 넘는 숫자로 수위를 달린다. 예를 들어 세단 베스트셀러인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연간 40만대 전후가 팔리는데 반해 픽업트럭 베스트셀러인 포드의 F-150은 작년 한해 94만대 가까이 판매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그 아래로 시보레 C/K 시리즈도 판매대수가 세단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일본 메이커들이 세단형 시장에서는 미국 메이커들을 누르고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메이커들의 수익원인 픽업트럭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금 미국시장에 픽업트럭을 출시하고 있는 메이커는 마쓰다와 토요타, 닛산 등이다. 마쓰다는 포드의 픽업트럭을 베이스로 만들어 가장 먼저 미국시장에 픽업트럭을 내놓은 일본 메이커가 되었다. 다음으로 토요타가 타코마와 그 위급 툰드라를 시판하고 있고 닛산에는 작년에 선보인 타이탄과 그 아래 세그먼트인 엑스테라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혼다가 일본 빅3 중 마지막으로 픽업트럭을 선보인 것이다. 혼다는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11년 동안 끊임없이 판매가 증가한 것을 강조했다. 물론 이것은 비록 혼다뿐 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자신들의 실적에 대해 크게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쏟아 낼 뉴 모델로 인해 판매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혼다가 픽업트럭을 내놓음으로서 소위 말하는 일본의 빅3가 모두 픽업트럭을 라인업하게 되었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빅3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일본 메이커의 픽업트럭이 아직까지는 미국시장에서 크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 시장에서의 판매대수도 미국차에 비하면 아직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풀 라인업을 갖추고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하면서 미국 메이커들은 전 부문에서 점유율을 빼앗겨 온 것이 그동안의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의 전쟁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혼다의 릿지라인은 3월에 출시되며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시장에서 SUT의 동급 세그먼트 60%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릿지라인은 3.5리터 255마력 V6 엔진을 탑재하고 견인력이 5,000 파운드로 AWD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6. 크로스오버와 로드스터 바람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최근 모터쇼에 등장하는 컨셉트카들은 대개가 양산을 염두에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경향이 강하다. 2005 디트로이트쇼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가 선보인 모델 들 중 SUV와 로드스터 등은 거의가 근미래 출시를 계산하고 선보인 것들이다. 이들은 디자인이 시대를 크게 앞지른다거나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살롱에 프랑스메이커들이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컨셉트카들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2005 디트로이트쇼 첫날은 미국의 빅3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그리고 일본 메이커들 중에서는 닛산을 필두로 그들의 해외 브랜드인 렉서스와 아큐라의 프레스컨퍼런스가 있었다.
우선은 모터쇼 시작 직전에야 정보를 받은 GM의 양산 가능한 연료전지차 시퀄(Sequel)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양산차에서는 SUV의 소형화 또는 크로스오버화와 오픈 로드스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SUV 역사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시장도 이제는 제법 포화상태라고 하는 분석도 있지만 메이커들의 SUV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GM의 연료전지 컨셉트카 시퀄(Sequel)을 시작으로 크라이슬러의 지프 글래디에이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비전R, 혼다 아쿠라 디비전의 RD-X, GMC 그라파이트 등 첫 날만해도 적지 않은 SUV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여기에 크라이슬러의 파이어파워를 필두로 렉서스 LF-A, 새턴 스카이, 폭스바겐 뉴비틀의 캔버스톱 컨셉트카 래그스터 등을 비롯해 재규어 XK,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버전, 포드 코브라 쉘비 GR-1 등 고성능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오픈 로드스터 시장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것 같은 양상을 보여 주었다.
잘 알고 있다시피 경량 로드스터 시장은 일본 마쓰다 미아타 MX-5가 불을 지피고 포르쉐 박스터와 BMW Z3, 메르세데스 벤츠 SLK 등이 나중에 등장했지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 시장에 빅3도 크라이슬러가 크로스파이어를 들고 뛰어 들면서 이것이 단지 하나의 뉴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한 단계 더 나가 이번에는 파이어파워(Firepower)라는 같은 장르의 모델을 들고 나왔고 GM도 폰티악 디비전에 스카이라는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물론 양산 모델에는 G6 쿠페 카브리오도 발표되었다.
그동안 수입 브랜드에 시장을 잠식당해온 빅3의 역공이라고 할 수 있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빅3 모두가 이 시장에 적지 않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시장에서의 세그먼트별 시장 쟁탈전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7. 독일 전차군단의 디젤차 공격 계속된다.

과연 미국시장에서 디젤차의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필자는 폭스바겐이 처음으로 디젤 승용차를 소개했을 때 ‘독일 전차군단이 매연으로 대륙을 공격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던 신문들에 대한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그런데 작년 메르세데스 벤츠에 이어 연초에는 지프 리버티 디젤 버전이 출시되었고 이번에는 아우디가 올로드 콰트로의 고성능 디젤 버전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사실상 폭스바겐 때와는 달리 그다지 충격적이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현지 언론들도 그에 대해 단지 소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다. 디젤이라고 하면 과민반응을 보일 정도로 거부감이 심했던 미국의 정서를 생각하면 정말로 큰 변화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래 디젤차에 대해서는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디젤 차의 비율이 8% 정도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매사추세츠, 버몬트, 메인 등 다섯 개 주는 여전히 리버티 디젤 사양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매연과 발암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폭스바겐이 골프 디젤을 선보이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 디젤, 지프 리버티 디젤, 그리고 이번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디젤이 야금야금 등장하면서 적어도 외견상 나타나는 거부반응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미국에서 디젤차의 수요가 적은 것은 단지 공해문제 뿐 아니다. 연료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 이후 상당히 진정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7달러 수준인데 비해 디젤용 경유의 가격은 2.1달러 전후로 상당히 비싸다. 디젤차의 연비가 가솔린에 비해 30% 정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설득력 있게 먹히지 않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벨기에 같은 경우 디젤차의 비율이 85%를 넘는 곳도 있고 유럽 전체로 보아도 50%를 넘어설 정도로 디젤차의 보급이 많다는 것을 설명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메이커들은 미국시장에 디젤차를 판매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더불어 독일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산하이긴 하지만 미국 회사인 크라이슬러 그룹에서도 디젤차를 출시하면서 모터쇼 현지에서는 미국시장에서의 디젤차의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독일 메이커들의 접근법이 옳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디젤차의 연비를 아무리 강조해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하이브리드나 수소 연료전지 등에 반응을 보이는 시장인 만큼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가솔린차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강조해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아우디는 이번에 선보인 올로드 콰트로가 4.0리터 V8 285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메이커들이 모터쇼장에서 고출력 고성능 모델을 줄기차게 강조하는 전통(?)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출시된 지프 리버티 디젤의 광고도 연료 한번 주입으로 5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 5,000파운드 견인력과 160마력의 최고출력, 시내 주행 22mpg, 고속도로 27mpg의 연비를 강조한다. 이로 인해 벌써 이곳저곳에서 리버티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 습득을 통해 연비 등 디젤차의 이점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1km 주행 시 디젤차가 배출하는 배출가스의 총량이 0.6㎍인데 비해 가솔린차는 이산화탄소를 제외하고도 1.2㎍으로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감축협의안인 교토 의정서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원인이 되어 오존층을 파괴하고 이상기온의 원인이 된다. 2003년 한 해 동안 프랑스에서만도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자가 2,781명에 달하고 이상기온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전 세계에서 15,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그다지 공개적으로 강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매연이나 질소산화물도 무섭지만 이산화탄소가 훨씬 더 무서운 존재이며 당장에 직접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디젤차에 대해 심하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올 봄 디젤차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등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8. 글로벌 시험대에 선 현대기아

현대자동차가 알라바마에서 만든 쏘나타가 드디어 북미시장에 공개되었다. 1월 10일 10시 디트로이트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뉴 쏘나타는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1998년 IMF로 나라가 휘청거릴 때 같은 장소에서 “한국은 망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멘트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미국에서 생산된 한국차를 눈앞에서 접하는 심정은 그 무슨 말로로 형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대모터아메리카 코스메이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자동차"라는 점을 누차에 걸쳐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성장에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런데 그 내용 중 작년 미국시장 수입차 판매 순위가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토요타, 닛산, 혼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가 4위를 차지했다. 5위는 렉서스, 그리고 다시 기아자동차가 2003년 10위에서 6위로 도약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미국 빅3와 일본 빅3의 전쟁에 대해 언급했는데 미국의 수입차 시장만 국한하면 다시 일본 빅3와 한국의 현대 기아간의 시장 쟁탈전이 보인다.
일본차는 70년대와 80년대는 저가 모델 중심의 전략으로 규모를 키워왔고 90년대에는 품질을 브랜드 이미지로 내 세우며 미국시장을 공략했다. 그 도구로 앞세운 것이 렉서스와 어큐라, 인피니티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동시에 일본차의 가격은 한 단계 올라갔다. 그러는 사이 한국차가 저가시장에 침투해 자리를 잡아갔고 최근에는 품질까지 좋은 점수를 받으며 시장을 더욱 확대해 가고 있다.
그러자 토요타는 다시 사이언이라는 별도의 저가 브랜드를 만들어 이 시장에 다시 뛰어 들었다. 닛산도 큐브와 아질(Azeal) 등으로 이 세그먼트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고 혼다도 재즈로 동참할 계획이다.
현대모터아메리카는 2005 디트로이트쇼에 미국 알라바마에서 생산한 뉴 쏘나타를 발표하면서 가격이 2만 달러 이하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TCS와 EBD ABS, ESP, 여섯 개의 에어백 등 거의 모든 안전장비를 만재하고도 2만 달러 이하라면 살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의 의견으로는 앞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품질과 가치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현대의 가격 전략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리할 때가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건 지금 미국시장에서 한국차는 가치를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점과, 강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새로운 양상의 경쟁이 시작되어 앞으로 더욱 거센 도전을 받게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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