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회 프랑크푸르트쇼가 9월 12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파리살롱, 동경모터쇼와 함께 격년제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쇼는 세계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일 메이커들이 주가 되는 쇼인만큼 양적인 규모는 물론이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끄는 쇼다.
올해 쇼에는 44개국에서 1000여개의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참여했다. 유럽시장 전반의 흐름은 물론이고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의 미래까지도 점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올해의 프랑크푸르트쇼 역시 예년과 다름없이 다양한 볼거리와 예상 이외의 컨셉트카들로 전 세계에서 몰려든 미디어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다.
프레스데이 첫 날 테이프를 끊은 것은 폭스바겐 그룹. 체코 자회사인 스코다를 필두로 폭스바겐, 아우디의 순으로 이어졌고 이어서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마트, 크라이슬러가 차례로 각자의 성격을 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다음으로는 BMW그룹의 BMW와 미니, 그리고 람보르기니와 세아트, 미쓰비시 등이 신차를 발표하며 첫 날 행사는 막을 내렸다.
오늘 선보인 뉴 모델 중 주목을 끈 것은 폭스바겐 이오스를 비롯해 아우디 Q7, 메르세데스 벤츠 뉴 S클래스, BMW Z4쿠페, 크라이슬러 지프 콤파스와 패트리어트, 미니 컨셉트카 등이었다.
독일의 주요 메이커들이 첫날 집중적으로 프레스컨퍼런스를 치르는 모양세는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로 인해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우선 올해 쇼의 트렌드를 크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세그먼트는 파괴하고 아이덴티티는 강화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상급 모델만을 만들고 대중차회사들은 저가 모델에 중점을 두었다. 미국 메이커들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픽업트럭과 SUV강점을 보였고 일본 메이커들은 경제형차가 장기였다. 이제는 그런 구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구분 파괴를 합리화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강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2. 디젤 엔진, 출력은 높이고 연비는 낮춘다.
최근 등장한 독일 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유럽 메이커들의 디젤엔진들은 출력은 15% 높이고 연비는 10% 개선한다는 공식을 정형화 하고 있다. 가솔린 엔진의 기술 개발이 주춤하는 사이 디젤엔진은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디젤 엔진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메이커와 그렇지 않음 메이커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3. 디젤이냐 하이브리드냐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 좌우
아우디가 SUV Q7의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인 것과 BMW X3 하이브리드 컨셉트카가 등장한 것은 센세이셔널한 사건이다. 1800만대에 육박하는 유럽 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는 디젤의 힘이지만 단일 시장으로 연간 1700만대에 달하는 미국시장에서의 디젤차 판매의 제약은 유럽 메이커들로 하여금 하이브리드를 당연한 파워 트레인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4. 컨버터블은 이제 하드톱이 기본.
2인승 경량 로드스터를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나름대로 수익까지 올렸던 메이커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포르쉐, 혼다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쿠페 카브리올레, C+C, 트윈 톱 등의 표현을 쓰며 스포츠 로드스터를 만들고 있다.
5. 더 비중이 커져 가는 미국시장
유럽, 그것도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독일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모델 개발에 있어 기본적으로 미국시장을 염두에 두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세그먼트는 파괴하고 아이덴티티는 강화한다.
싸움이 단순화되면 공격할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전세 판단이 비교적 용이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상대방의 수를 읽는 것이 어려워 자칫 판단을 잘못하면 판세를 완전히 그르칠 수도 있다.
지금 양산차 메이커들이 처한 입장을 그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대만 해도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중대형 고급차만을 주로 만드는 메이커로 인식되어왔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BMW와 아우디가 공격적으로 세그먼트 확장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정신없이 많은 모델들을 쏟아 내면서 그나마 중저가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거나 하고자 하는 메이커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BMW의 경우 2000년 들어 X5를 필두로 X3, 6시리즈 등 비교적 중고가 모델들은 물론이고 소형차인 1시리즈까지 개발해 내놓으면서 저가시장 모델들의 신분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아우디도 A2는 접었지만 A3까지 보폭을 넓히며 세그먼트 확장을 시도하더니 급기야는 중형 SUV Q7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머지 않아 소형 SUV를 비롯해 또 다른 장르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방향은 좀 다르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은 울트라 럭셔리카인 마이바흐와 정 반대 방향인 미니멈카 스마트 등으로 모든 측면에서의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양산차 메이커들에게 이런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전략은 결코 곱게 보일 것 같지가 않다.
물론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는 그나마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며 차세데 LS의 경우 메르세데스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재규어 XJ 등과 같은 가격의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역 세그먼트 파괴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폭스바겐은 페이톤으로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 성패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결코 뒤질 것 없는 제품력과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장벽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장의 규모가 지금은 연간 25만대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판세가 커지고 있어 머지 않아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장르별 세그먼트의 파괴도 이제는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선 보인 이오스는 하드톱 컨버터블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장르의 모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LK나 BMW Z4등과 같은 본격적인 스포츠카 지향은 아니지만 컴팩트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공공연히 내 세우면서 영역 침탈을 노리고 있다. 폭스바겐 이오스는 2+2인승 개념의 모델이지만 리어 시트는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다. 그러니까.사브 9-3 나 BMW 3시리즈, 크라이슬러 세브링 컨버터블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앞뒤 프로포션을 극단적인 스포츠카 형상으로는 하지 않는 누구나 접근이 쉬운 성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푸조의 307 CC를 비롯해 볼보도 C70 차세대 모델을 쿠페 컨버터블로 개발하고 있고 닛산 마이크라 C+C 등 장르와 크기에 구분없이 지금 세계는 하드톱 컨버터블 바람이 일고 있다. 물론 양산 모델이 아님에도 이처럼 뛰어드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강화가 가장 큰 목적이다.
어쨌거나 이처럼 상대의 구역을 침범해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지금 세계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브랜드 전쟁을 하고 있다. 이미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이고 그동안 강한 브랜드 이미지가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일본, 미국, 한국 메이커들도 이제는 패밀리 룩에 대한 가치를 정립해 가고 있으며 그런 메이커들의 전략이 이번 프랑크푸르트쇼를 통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쿠페 컨버터블 바람과 현대 투스카니
프랑크푸르트쇼 첫 날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독일 주류 업체들의 뉴 모델 발표였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세그먼트 이오스를 비롯해 역시 아우디가 새로 진출하는 SUV시장의 Q7.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함 뉴 S클래스 등 이미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사진과 내용이 소개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현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그런데 이튿날 첫 번째로 프레스컨퍼런스를 진행한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도 티그라에 이어 아스트라의 쿠페 카브리올레 버전을 트윈 톱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고 이어서 볼보가 기존 소프트 톱 C70을 역시 쿠페 컨버터블 버전으로 바꾸어 선보였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 때문인지 필자는 어떤 부스에 이런 장르의 모델이 없는가를 찾는 꼴이 되어 버렸다. BMW도 첫 날 소프트 톱인 Z4의 쿠페 버전을 선보였는데 이 역시 리트랙터블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프랑크푸르트쇼에 등장한 쿠페 컨버터블을 정리해 보면 폭스바겐 이오스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LK 클래스, SL시리즈, 볼보 C70, 렉서스 SC430, 오펠 트윈톱, 닛산 마이크라 C+C, 푸조 206CC와 307CC, 르노 메간 CC, 다이하츠 코펜 등이다.
사실 이 장르의 개척자는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은 2세대로 진화한 2인승 경량 로드스터 SLK는 1996년 첫 선을 보이면서 리트랙터블 하드톱을 “바리오 루프(Vario Roof)”라는 이름으로 선보여 많은 인기를 구가했었다. 렉서스의 SC시리즈도 초기모델은 쿠페형 밖에 없었으나 SC430으로 진화하면서 메르세데스 SLK와 같은 리트랙터블 톱을 채용했다. 이후 프랑스의 푸조가 206을 베이스로 한 모델을 CC, 즉 쿠페 컨버터블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으면서 자동차회사들은 이 장르의 모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 3사의 톱은 모두 독일 CTS사 제품.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 SLK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주행성에 비중을 둔 스포츠카 개념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향인데 반해 푸조 206CC등은 그보다는 쿠페의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컨버터블의 오픈 에어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것은 리트랙터벌 하드톱이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톱을 내렸을 때와 씌웠을 때의 앞뒤 중량 배분의 차이가 주행성을 강조할 수는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프랑크푸르트쇼에는 동시에 여러대의 쿠페 컨버터블이 등장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리드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런 형태의 루프를 제작하는 카만이라든가 CTS(CAR TOP SYSTEMS) 등의 주가가 한층 높아졌다.
여기서 잠깐 오픈 톱의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우선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독일의 카만(Karmann)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구형 SLK,하드탑 모듈을 납품했으며, 출시된 지 얼마 안된 폰티악 G6 의 루프도 Karmann U.S 에서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생산과 강성등의 문제로 납품이 1년 지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었다. 폰티악 G6 컨버터블의 문제는 카만이 처음 시도하는 4인승 컨버터블의 하드탑 제작이라는데에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CTS 즉, Car Top Systems 라는 회사가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SL 과 SLK, 그리고 푸조 307CC, 캐딜락 XLR 의 루프를 제작하고 있다. 오펠 티그라와 볼보 C70 등은 에드차(Edscha)에서 공급 받는다.
4인승 컨버터블의 하드탑은 2000년 파리 모터쇼에서 에드차가 BMW 3시리즈의 컨셉트카를 통해 처음 선 보였던 시스템이다. BMW는 중량의 변화 등으로 인해 그들이 추구하는 주행성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장에 제품화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참고로 오픈 톱 시스템은 톱을 닫았을 때와 내렸을 때의 중량 배분의 변화가 크다. 2인승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4인승으로 제작시에 차량 전체의 강성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아무 메이커나 오픈 톱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탑 컨버터블과 비교하여 하드탑 컨버터블은 흔히 조용하고, 4계절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4계절 용으로 사용 가능한 컨버터블이라는 이점은 거의 먹혀 들지 않고, 오히려 주요 인사들의 만약(?)을 대비한 부분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컨버터블의 보험료가 비쌀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컨버터블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막 대학에 들어간 20대 초반의 사람들이 부모의 경제력을 뒷받침 받아 이용하거나, 아니면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세컨드카 개념으로 이용하는 부분이 많아 4계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의 이점은 확연히 줄어든다.
여기 설명하는 카만과 CTS가 ASC (American Sunroof Company)와 함께 소프트 톱 컨버터블 루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몇 안되는 회사다. 모든 회사들이 시스템 통합업체로서 OEM 과 일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회사별로 루프의 메커니즘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카만의 제품은 루프의 구동을 전기 모터를 이용하고 있으나 CTS(Car top systems)의 루프는 전기 모터와 유압 엑츄에이터 방식이 동시에 적용되어 있다.
이들 제작회사에 따라 톱의 개폐시간이 15초에서 21초 정도로 차이가 나고 루프가 3등분 또는 5등분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에 가장 주목을 끌었던 폭스바겐 이오스는 5등분 형태이고 볼보 C70는 3등분 구조다.
문제는 제작도 쉽지 않고 전체 판매대수가 그다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런 장르의 모델들을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이유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그들의 힘을 이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사용하는데 있다면 최근 등장하는 모델들은 양산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세그먼트로의 진출을 노린다는데 있다.
오픈 모델은 톱 모델은 루프 시스템은 외주로 제작할 수 있는데 차체 강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역사가 짧은 메이커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적어도 제작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보다는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만큼의 여력이 있느냐이다. 쉽게 말하면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메이커들이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가 적은 니치모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시장의 얘기이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아도 전체적인 측면에서 코스트 다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티뷰론, 즉 투스카니는 아쉬운 대목이 많은 모델이다.
투스카니는 1990년 스쿠프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패션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한 이래 국내에서는 티뷰론을 발전해 온 국내 유일의 쿠페형 모델. 미국시장에 수많은 비슷한 장르의 모델들이 명멸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티뷰론은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 오고 있고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페라리나 포르쉐 등 수퍼 스포츠카를 구입하지 못하는 젊은 층 오너들에게 “리틀 페라리”라고 불리우며 의외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오픈 모델을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데로 기술적인 문제와 시장 규모등 고려조건이 많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시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필자는 현대자동차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세그먼트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다. 기아자동차가 1990년대 초 스포티지라는 승용형 SUV를 선보이며 독자적 세그먼트 구축의 길을 열었으나 정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다.
그래서 이번 프랑크푸르트쇼에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2006 독일 월드컵에 초점을 맞추는 이벤트를, 기아자동차는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헤드쿼터를 구축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프레스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행사 자체는 그 어느때보다 컸고 관심도도 높았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최근 유럽시장 판매가 급성장하면서 언론의 주목도도 그만큼 높아졌다.
필자도 현지의 언론 및 자동차회사 경영자들로부터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략 등에 대한 몇 건의 인터뷰를 하기도 해 신장세를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외적인 여건으로 인한 판매의 성장세와는 달리 아직 현대자동차 그룹은 그들에 내 세워야 할 “그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모델이든, 일본차와 같은 품질이라는 이미지든, 어떤 형태로든 이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만의 이미지 혹은 세그먼트가 필요한 때다.
한편 기아자동차의 『로체 (수출명: 마젠티스, 옵티마)』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기아자동차의 정의선 사장이 모터쇼에서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프레스컨퍼런스에 프랑크푸르트 시장이 참석해 기아자동차가 유럽 헤드쿼터를 프랑크푸르트에 건설하기로 한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해 그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 속에 행사는 진행되었다. 금방이라도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CUV컨셉트카 멀티-S와 옵티마 후속 모델 마젠티스가 가장 주목을 끌었다.
VW 볼프강 베른하르트 vs MB 디터 제체
61회 프랑크프르트모터쇼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끈 인물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터 제체(Dieter Zetsche)와 폭스바겐의 볼프강 베른하르트(Wolfgang Bernhard)였다.
두 사람은 물론 독일인.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 그룹과 합병한 이후 크라이슬러를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들은 탁월한 능력으로 수렁에 빠진 크라이슬러를 구해냈고 최근에는 미국의 빅2는 여전히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크라이슬러는 높은 판매 증가율과 함께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것은 디터 제체와 볼프강의 팀웍이 이루어 낸 산물이었다. 그들이 강조한 것은 역시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것. 매력적인 제품만이 가장 좋은 구조조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실행에 옮겼고 크라이슬러의 300C와 매그넘 등은 아직까지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크라이슬러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독일로 불려 들어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필자는 두 경영인을 디트로이트 쇼장에서 만났고 자주 보는 얼굴이라 악수정도는 하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그들을 이번에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쇼장에서 만났다.
물론 디트로이트쇼장에서는 둘이 팀웍을 이룬 퍼포먼스를 보며 즐거워하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사람은 독일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장으로, 또 한사람은 역시 독일을 대표하는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 브랜드의 총괄 책임자로 각기 다른 입장에 서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만큼 많은 미디어들은 그들이 과연 공식 데뷔 석상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고 그들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들의 색깔을 표현해 냈다.
우선 먼저 얼굴을 내민 것은 볼프강. 폭스바겐이 새로 개발한 쿠페 컨버터블- 컴팩트 스포차카라고 폭스바겐은 표현-을 타고 무대 전면에 나선 그는 그가 타고 나온 이오스라는 모델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물론 이번 쇼를 통해 선보이는 골프 GTi와 석유파동으로 인해 가솔린가격의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의 개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10개의 뉴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며 그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이 10개의 뉴 모델은 기존 모델의 후속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더불어 그는 폭스바겐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는 그런 폭스바겐의 정신에 충실한 모델전략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가 페이톤과 투아렉 등 력셔리 모델에 비중을 두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땠든 그는 폭스바겐이 원래의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려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력적인 신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점과 그 신제품들이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게 걸맞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을 공개 선언함으로써 폭스바겐은 앞으로 조직의 구조조정은 물론 새로운 모델의 개발로 정신없이 바빠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서 등장한 디터 제체는 AMG시리즈의 R과 M으로 말문을 텄고 이어서 강력한 이미지의 퍼포먼스와 함께 뉴 ,S를 선보이며 그의 의도를 드러냈다. 물론 볼프강에 비해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그의 플랜을 모두 제시할 수는 없었겠으나 우선은 프레스컨퍼런스의 퍼포먼스가 그동안과는 달랐다. 5층 높이의 높은 천정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용수들이 줄을 타고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연출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도 많은 시선을 끌었다.
디터 제체는 6년 전에 프랑크푸르트쇼에 참석했었다며 이번 쇼는 그가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으로 치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CEO를 맡은지 12일만에 그가 소개하는 뉴 S클래스는 그의 욕심보다 훨씬 앞선 개념의 프레스티지카라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그리고 그는 메르세데스는 다임러크라이슬러에게는 보석과 같은 브랜드라며 앞으로 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익성의 향상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선언했다.
자동차산업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인 들이 미국에서 만나 거대한 회사를 살렸고 이제는 다시 독일로 돌아와 서로 다른 성격의 브랜드를 살려내고 또 보수성이 강한 두 조직을 어떻게 회생시켜 나갈지 세계의 자동차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생리학적 안전성
61회 프랑크푸르트쇼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새로운 엔진의 탑재와 다양한 신기술의 채용으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메이커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주말 밀라노와 스위스 일대에서 치러지는 시승 행사에 참가한 후의 시승기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뉴 S클래스를 통해 소개한 생리학적인 안전성에 대해 잠깐 살펴 보자.
자동차의 안전성이라고 하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안전성(Active Safety)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충격과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동적 안전성(Passive Safety)로 크게 구분한다. 그래서 ABS라든가 ESP, TCS 등 갈수록 세밀해져 가는 안전 기술로 운전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안전하게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조건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그 충격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도 시트 벨트의 기술 발전을 비록해 다양한 형태의 에어백 등 끝없이 많은 기술들이 적용되어 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기술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고급차 정도에나 채용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1.5리터급 소형차에도 에어백이 여러 개 장착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우리는 분명 이런 자동차업계의 노력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안전 기술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보를 먼저 떠 올리고 다음으로 독일 메이커들을 거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볼보의 안전 컨셉의 강조와 신기술 개발의 노력등이 반영된 것일 것이다.
그런데 적극적인 안전성 측면에서는 독일 메이커들이 한 발 앞서 있다.
예를 들면 차체 자세안정 시스템인 ESP(Electronic Stability Progam)을 비롯해 CBC(Cornering Brake Controle), BAS(Brake Assist System) 등 운전자의 능력 범위 밖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차체의 자세를 복원시키거나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은 독일 메이커들이 주도한 기술들이다. 그 결과 이제는 중저가 양산차 메이커들도 이런 기술을 소형차에 까지 적용해 안전성 향상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런 안전기술의 리더답게 이번에는 또 다른 개념의 안전성을 소개했다. 생리학적 안전성(Physiological Safety)가 그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패신저 프로텍션등의 패시브 세이프티, 또는 안전한 조종성 등의 액티브 세이프티와 나란히 사고에 대비한 대책으로 PRE-Safe 라고 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해 이미 실용화되어 있다.
여기에 그들은 이미 15년여 전부터 생리학을 응용한 안전성, 즉 운전자의 컨디션을 생리학적으로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에 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해 이번 그 성과가 뉴 S클래스에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우선 차체의 크기를 인체공학적으로 한다는 것부터 시작한다. 33mm 길어진 전장, 70mm 연장된 휠 베이스, 16mm 넓어진 전폭, 그리고 29mm높아진 전고로 특히 앞좌석의 숄더룸(+39mm)와 헤드룸(+5mm)에 여유를 주어 인간공학으로 최적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또 인간공학적인 인테리어에서는 대형 커맨드 스크린과 센터 컨트롤 다이얼에 의한 집중적인 조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나아가 운전자의 중요도에 대한 각 조작계에의 엑세스와 시인성 확보를 위한 인간공학적 배려 인텔리전트 오토매이션도 이번에 메르세데스가 강조한 기술이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채용해 온 실제 시트 모양과 같은 시트 조절 스위치다.
그리고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시트와 같은 안락한 감각을 통해 피로의 저감과 운전자를 지지하기 위한 형상은 물론, 히팅, 벤틸레이션 기능, 그리고 진보적인 마사지 기구가 설계되어 있다.
이 외에도 밀리파 레이더를 이용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추돌에 대비한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나이트 뷰 어시스트, 메르세데스만의 파크 어시스트와 자동 에어컨 시스템, 액티브 라이트 시스템, 코너링 라이트 등 다양한 시스템의 적용에 의해 운전자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양호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컨셉이다.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줄여 운전자가 간과할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 그렇게 해서 운전자는 아주 편안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운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생리학적인 안전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실제 비교 실험을 통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20명의 드라이버가 다양한 조건에 따라 500km의 행정을 달리는 심장의 박동으로 측정한다. 이 방법에서의 메르세데스 벤츠의 조사와 실험분석에서는 뉴 S클래스의 드라이버의 맥박수는 아우토반에서의 고속주행에서 79.6회, 컨스턴트 주행에서 78.4회, 그리고 일반도로와 시가지 주행에서는 각각 78,3회와 78,5회였다.
이것을 경쟁 모델로 했을 경우 각각 84.6회, 82.9회, 그리고 81회, 83.1회로 평균치로 하면 1분간 5회 정도 맥박이 더 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메르세데스는 15년 전부터 이 조사를 해왔고 1979년의 S클래스(W126)과 뉴 S 클래스를 같은 상황에서 비교해면 평균 6.8회 맥박수가 줄었다고 보고되어 있다.
모든 현장사고에서 안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자동차의 개발에 반영한다고 하는 메르세데스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메이커들, 유럽의 심장에 진출하다.
글로벌오토뉴스는 중국에 관한 뉴스의 비중을 높게 다루고 있다. 이미 중국 국영기업은 물론이고 개인기업들의 해와 공장 건설 및 수출에 관련된 뉴스는 여러 차례 전해 드린 바 있다.
현재 중국 내에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의 수는 120여개에 달한다. 그중 생산 대수 기준으로 1만대 이하인 업체가 80%가 넘는다. 또한 차종별 구성 비율을 보면 트럭과 승용차, 버스가 각각 30% 전후씩 만들어지고 있다. 생산성과 수익성 등에 문제가 있는 업체들이 많아 중국 정부 당국은 빅6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통제 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다.
규모가 가장 큰 회사로는 제일기차와 상해기차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둥펑기차라든가 장안기차 , 천진기차, 장안기차 등까지가 흔히 말하는 빅6에 해당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 중국 10대자동차 메이커는 변함없이 제일기차, 상해기차, 동풍기차 등의 순이었다. 길리기차집단이 유일하게 완전한 민간기업으로서 처음으로 상위 10위에 든 것이 눈길을 끈다.
중국 국내의 자동차생산, 판매대수 중 80% 이상은 10대 자동차 메이커가 점했다. 상반기 상위 10사의 생산, 판매대수는 각각 234만 1,900대, 231만 6,900대, 생산대수는 중국 국내 자동차 메이커 전체의 83.18%, 판매대수는 중국산자동차의 생산대수 전체의 82.97%였다.
또 상반기 자동차 생산 판매대수는 각각 281만 5,200대, 279만 2,400대로 전년 동기대비 5.15%, 9.35%가 각각 증가했다. 그중 승용차의 생산대수, 판매대수는 각각 185만 1,700대, 184만 4,300대, 상용차의 생산대수는 96만 3,400대, 판매대수는 94만 9,400대였다.
전체 순위 톱인 제일기차의 생산대수, 판매대수는 각각 49만 2,000대, 45만 6,600대. 상위 10사 중 제일기차와 상해기차의 생산,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간 감소했지만 나머지 8사는 모두 증가했다. 상반기 생산판매대수 신장률이 20%를 넘은 것은 기서기차, 동풍기자, 광주기차, 길리집단 등이었다.
이들 빅3는 대부분이 해외 업체들과 합작을 통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복수의 합작이 많다. 상해기차만 해도 상해폭스바겐과 상해GM등이 있고 북경기차는 북경지프와 북경현대 등 여러 개의 합작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해외 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토요타가 4개의 합작회사를 운영해 가장 많고 GM과 혼다, 현대자동차 등 수개 업체가 두 개씩의 합작회사를 갖고 있다.
이들 빅6 중에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상해기차이다. 중국 최대 승용차 메이커이자 GM과 폭스바겐의 중국 내 주 파트너인 상해기차가 2020년까지 글로벌 톱6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마이너의 입장에 있는 상해기차가 이미 글로벌 업체로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GM과 폭스바겐과 합작으로만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는 상해기차는 또한 2010년까지 글로벌 톱5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도 격심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해기차는 계속해서 해외사업의 확대를 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영국 로버의 자산 인수에 난징기차에 밀리면서 약간 주춤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해기차는 중국 대규모업체로서는 가장 먼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2020년까지 2010년을 실적을 배가해 글로벌 톱6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상해기차의 목표는 연간 400만대를 생산해 매출액 8천억 위안(966억6천만 달러)을 달성하는 것이다. 2003년 매출액은 973억 위안, 2003년 상해기차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782,000대로 아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 확보에는 거리가 있다. .
GM 및 폭스바겐과 상해기차의 조인트 벤처는 3년 내에 생산량을 현재의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4년 북경모터쇼에서 해외 메이커들은 13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렇게 되면 2010년 경에는 연간 600만대의 승용차가 중국에서 생산되게된다. 버스와 트럭을 합하게 되면 1,000대를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 규모를 배경으로 상해기차는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61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상해기차는 부스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완전 민간기업인 길리기차와 BMW와 합작회사인 브릴리언스의 모델이 유로모터스를 통해 전시되고 있었다. 또 하나는 SUV 전문 메이커를 표방하고 있는 랜드윈드 등 모두 세 개 업체가 쌍용자동차 부스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중 랜드윈드는 네델란드의 딜러 Peter Bijvelds를 통해 4월부터 유럽시장에 중국산 SUV를 판매하고 있다. 역시 네델란드 딜러 그룹인 오토빙크(Autobinck)는 길리기차와 머지 않아 수입계약을 하길 희망한다고 했었다.
중국의 체리기차와 적어도 세 개의 유럽 디스트리뷰터- 그중 하나는 이탈리아의 쾰리커 그룹Koelliker Group- 는 체리 모델의 유럽 수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산차의 유럽수입을 서두르는 배경은 EU 배기가스 규제의 올 가을 데드라인으로 인한 것이다. 10월 1일 전까지 형식승인(homologation approval)을 받은 외국 메이커들은 유로3 기준의 승용차를 2008년까지 EU 지역에 판매할 수 있다. 10월 이후에 인증받은 자동차는 그러나 유로4를 적용받게 된다.
그런데 랜드윈드는 유로3의 배기가스 기준을 클리어 하지 못한다. 다만 제조사가 엔진 개량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현지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랜드윈드는 이스즈 프론테라를 베이스로 하는 모델로 미쓰비시 가솔린 엔진과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랜드윈드는 난징에 있는 장링 모터 그룹의 자회사인 장링 랜드윈드모터에서 생산된다. 이 그룹은 포드가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상용차 합작회사인 JMC의 파트너사다. 길리기차측은 유럽진출 계획이 없다고 한 것 같은데 이번에 쇼장에 부스를 만들었다.
모터쇼에 참가한 역사가 짧아 부스 면적은 협소했고 자동차를 소개하고 전시하는 방법도 아직은 미숙한 대목이 많았다. 무엇보다 부스에 전시된 차량들은 그 디자인이나 구성, 마무리 등에서 한 눈에 조악함이 드러났다. 재미있는 것은 랜드윈드의 SUV에는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에나 보았음직한 네바퀴 굴림방식의 전환을 위한 트랜스퍼 레버가 실렉트 레버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이들 중국 메이커들 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물론 그들은 모델 자체에 흥미를 보이는 것보다는 무언가 전략적인 측면에 대해 알고자 했다. 그렇지만 부스 안내 데스크에는 영어를 못하는 도우미가 서있기도 하고 사진자료를 만들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다시 말해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필자는 몇 차례나 반복해서 중국 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보면서 자꾸만 14억이라는 인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대의 잠재시장, 규모의 경제 등의 단어가 떠 올랐다. 중국 메이커들은 자체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내수시장의 규모가 적어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소모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게 해서 매출이 증가하면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글로벌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가능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업체수가 많다보니 각기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들 들어 길리기차는 말레이시아에서 내년 3월 현지 생산을 시작하고 기서기차는 2003년 8월에 이란에서 승용차 생산을 개시했다. 화진기차집단도 앞으로 이집트에서 현지생산에 나선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만든 모델들의 수출에도 힘을 쏟는다. 중국 전체의 승용차 수출은 올 1~3월에 4,089대로 아직 미미하지만 전년 동기의 10배로 증가한 수치다. 길리기차는 올해 1만대, 내년에는 3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이미 여러 번 소식을 접한데로 2007년부터는 미국 내에서도 중국차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처음 떠들썩 했던 말콜브란도라는 사람이 체리기차를 미국에서 판매하겠다고 핸던 것이 최근 들어 부정적인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올해 프랑크푸르트쇼에서 만난 중국 메이커들 부스에 이상하게 여러 번 발길이 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충분한 자료를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