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F1이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2일~14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2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는 레드불의 세바스찬 베텔이 2연패에 성공하며 다시 한 번 주인공이 되었고, 팀 동료 마크 웨버가 2위를 차지하며 레드불을 위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F1은 어느 해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는 레드불의 베텔이 시즌 내내 독보적 강세를 보였고, 2011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렸을 때는 이미 챔피언을 확정지어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리아 그랑프리 전까지 드라이버 포인트 1위 페르난도 알론소와 2위 베텔의 포인트가 단 4점에 불과, 결과에 따라 1위 자리가 바뀔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았고 더욱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 대회를 맞이했다.
13일 벌어진 예선 레이스에서는 레드불의 마크 웨버가 가장 빠른 랩타임 기록을 세우며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2위는 지난해 우승자 베텔, 3위는 지난해 폴포지션을 차지한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튼, 4위는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 우승자 알론소, 5위는 돌아온 챔피언, 로터스의 키미 라이코넨이 차지했다. 1위~5위 기록 차이가 0.383초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14일 이어진 결승, 잠에서 깨어난 24대의 머신들이 엔진음을 폭발시키며 질주를 시작했다. 승부는 스타트에서 갈렸다. 2위에서 출발한 베텔은 빠르게 치고 나가며 첫 코너에서 웨버보다 안쪽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3번째 코너 이후 완벽히 선두를 차지했다.
이후 베텔은 웨버와의 격차를 조금씩 늘려가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결국 베텔은 코리아 그랑프리 2연패에 성공했고 드라이버 포인트 순위에서도 알론소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기쁨을 함께 누렸다. 더불어 웨버가 2위를 차지하면서 레드불은 원투 피니시를 달성, 컨스트럭터 부문 선두를 굳건히 유지했다.
알론소는 스타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 동료 펠리페 마사는 4위를 기록했다. 마사는 레이스 중반 이후 알론소와의 격차를 꾸준히 줄였지만 알론소 앞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사는 일본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한데 이어, 한국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남은 대회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페라리는 알론소와 마사의 활약에 힘입어 컨스트럭터 포인트에서 맥라렌을 밀어내고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베텔이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남은 대회동안 알론소의 선두 탈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반전을 노리던 맥라렌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밀튼은 피트에서의 실수와 머신 문제로 10위에 그쳤고, 젠슨 버튼은 레이스 초반 충돌의 여파로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한편, 드라이버 포인트 3위를 기록 중인 라이코넨은 5위를 차지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국내 F1 팬들에게 영암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한 미하엘 슈마허는 13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해가 지날수록 더 나아지는 모습이 뚜렷했다. 관람객 주차장은 바닥을 정비하고 지붕이 설치되었으며 스탠드로 가는 통로에는 보도블럭을 깔아 한결 정돈된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메인스탠드 이외의 지역에도 편의시설이 확충된 모습이 반가웠다. 교통 문제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체가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F1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K-POP 콘서트와 싸이 콘서트 등 각종 이벤트도 관람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결승전 당일 총 8만6천 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총 16만 여명의 관람객이 F1 대회를 찾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람객도 크게 늘어 조직위가 당초 목표로 했던 1만2천명을 초과하여 1만5천 여명이 영암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질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국내 모터스포츠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일개 지자체의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국내 모터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F1 개최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