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리올레, 컨버터블, 로드스터, 스파이더, 바르게타, 쿠페-카브리올레, 전동 하드탑…그냥 ‘오픈카’로 부르면 해결되던 지붕 없는 차, 지붕 열리는 차를 부르는 명칭이 다양해졌다. 그만큼 시장에 많은 차가 들어와있다 보니 자연히 안 쓰던 용어도 자주 듣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이러한 차들이 먼 나라의 얘기처럼만 들리는 당신이라면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오픈카들의 종류가 수십 가지나 된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올해만 해도 연초부터 시작된 수입 오픈카들의 출시소식은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조건에서 오픈카를 즐기기에 좋은 계절은 여름보다는 봄과 가을, 아니면 차라리 겨울이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탑을 연 채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달리는 묘미(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가 있다지만 여름의 땡볕과 열기는 에어컨으로도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몸매가 안돼서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은 이쯤하고,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정식 수입 오픈카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1930년대의 미국 핫로드 스타일을 부활시킨 레트로/크로스오버의 원조 ‘PT크루저’의 오픈카 버전이다. 미니, 뉴비틀과 일맥상통하는 복고풍의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5도어 해치백인 ‘세단’ 모델과는 달리 문짝이 두 개뿐이지만 옆자리에 탄 애인 외에 친구들 둘을 더 태울 수 있는 뒷좌석은 갖고 있다. 달리기 성능은 둘째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내 감성품질로 인해 많은 예비고객을 잃고 있다. 어쨌든, 푸조 206CC의 재고물량이 동나는 순간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오픈카’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152마력짜리 2.4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탑 오픈 시간은 10초이며, 루프를 열어 젖히면 드러나는 역U자형의 롤오버바 아치가 나름 독특하다.
2. 푸조 207CC 클래식 가격: 3,650 만원
지붕: 전동식 하드탑
쿠페-카브리올레(Coupe-Cabriolet) 변신차량의 원조임을 자부하는 푸조의 베스트 셀러 하드탑 컨버터블 ‘206CC’의 새 버전이다. 커진 차체에 BMW와 공동 개발한 새 엔진을 얹는 등 완전히 새로워졌지만, 덕분에 가격도 올라 ‘2천만 원대 수입오픈카’의 타이틀은 반납하게 되었다. 1.6으로서는 빼어난 120마력의 최고출력은 포르쉐의 4단 팁트로닉 변속기와 잘 어우러져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경쾌한 달리기를 제공한다. 푸조 특유의 안정감 있는 주행성과 예리한 핸들링은 이제 안락함까지 갖추게 되었다. 쿠페-카브리올레 변신에 필요한 시간은 25초로, 시속 10km/h이하에서는 달리는(?) 중에도 변신이 가능하다. 뒷좌석은 있지만 워낙 작아서 법적으로는 2인승이다.
3. 폭스바겐 뉴비틀 카브리올레 가격: 3,830 만원
지붕: 전동식 소프트탑
미니등 경쟁모델들의 잇단 상륙으로 인해 언니들로부터의 인기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손볼 데가 없는 예쁜 바디라인을 자랑한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디테일을 살짝 손봐 인상이 더욱 깔끔해졌다. 지붕을 내리고 톱커버를 씌우면 복고풍 디자인의 매력이 배가되며, 탑을 씌우면 딱정벌레의 둥근 선이 완벽히 재현된다. 115마력짜리 2.0리터 엔진은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부족한 듯 하지만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즐기며 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쿠페 버전에는 없는 6단 자동변속기까지 딸려온다. 탑 오픈 시간은 13초다.
4. 미니 쿠퍼 컨버터블 가격: 3,850 만원
지붕: 전동식 소프트탑
깜찍한 디자인에 반해 지갑을 열었던 여성 오너들이 ‘속았다!’를 외치게 만드는 미니. 카트와 같은 주행성능의 반대급부로 제공되는, 만만치 않게 딱딱한 승차감 때문이다. 미니 컨버터블은 지붕까지 열 수 있으니 제대로 카트 라이더가 될 수 있는 셈. 헬멧은 쓰지 않아도 좋다. 지붕을 여는데 걸리는 시간은 15초이고, 원한다면 한칸만 열어 마치 선루프처럼 활용할 수도 있는 독특한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 뒤로 우락부락하게 솟아있는 롤바는 옥의 티. 500만원을 더 주면 수퍼차저가 달린 미니 쿠퍼S 컨버터블을 살 수 있다. 신형 미니가 나왔지만 컨버터블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5. 짚 랭글러 루비콘 가격: 3,850만원
지붕: 탈착식 하드탑
국산차에 오픈카가 전무 하다시피 했던 시절에도 지프형 차들만큼은 방수천으로 지붕을 씌운 뒷부분을 열고 다니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씨가 말랐다. 오리지널 짚 랭글러의 새 모델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지붕이 운전석, 동빈자석, 뒷좌석 부분의 3조각으로 나뉘어 각각 탈착이 가능한 후리덤(!)탑의 랭글러 루비콘은 기존의 4.0리터 가솔린 엔진과 구식 변속기대신 2.8리터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한국 친화형 새 모델. 게다가 500만원을 더 주면 최초의 4도어 5인승 랭글러인 언리미티드 버전을 살 수 있다. 지붕은 사무실에 갖다 놓고 오프로드 한판?
6.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가격: 4,200 만원
지붕: 전동식 소프트탑
구형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한 머스탱의 디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1967년형 머스탱에서 따온 것이다. 큰맘 먹고 변하긴 했어도 미국산 조랑말의 자부심은 버리지 않은 탓에 한국시장에서 주목 받기는 글렀다. 엔진은 4.0이지만 V8이 아닌 V6에 최고출력도 213마력에 불과하고, GT버전에 비해 멍청하게 보이는 익스테리어도 불만이다. 그래도 배기음만은 매력적이며, 한 덩치 하는 소프트탑의 부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이 넉넉하게 말을 타고 달릴 수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어 GT이상의 준마가 들어온다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
7. GM대우 G2X 로드스터 가격: 4,390만원
지붕: 수동식 소프트탑
GM대우에서 파는 무늬만 국산 스포츠카로, 미국의 GM공장에서 만들어진 완성차를 수입해온다. 2인승이고, 지붕은 손으로 직접 여닫아야 한다. 비록 국산차는 아니지만 쌍용 칼리스타, 기아 엘란의 계보를 잇게 되는 셈이다. 2.0리터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달아 무려 26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수동 울렁증이 있는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폭발적인 파워를 다루기에는 자동변속기가 약간 멍청한 편이지만 안락하면서도 안정감이 돋보이는 서스펜션은 훌륭하다. 고속도로에서 지붕을 열고 통쾌한 가속감을 즐기려면 반드시 톨게이트에서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연 후에 지붕을 접어 넣어야 하는 과도한 불편함이 있다.
8. 푸조 307CC 가격: 에이스 4,500만원 / 스포츠 4,650 만원 / 클래식 4,980 만원 / 다이아몬드 5,080만원
지붕: 전동식 하드탑
4인승 최초로 전동식 하드탑을 탑재한 쿠페-카브리올레. 2004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이래 2006년부터는 페이스 리프트된 새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엔진은 2.0리터로 1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포르쉐의 4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를 쓴다. 오픈카는 꼭 스포츠카여야 한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여유롭게 하늘을 즐길 수 있다. 성인 4인분의 좌석을 사수하는 대가로 어색한 바디라인을 갖게 된 점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