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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가격 폭리, 진실은?


최근 들어 일부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격과 해외 판매가격 차이를 언급하며 수입차가 국내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대부분 ‘한국 소비자는 봉’, ‘수입차 최고 2배 폭리’ 등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산차는 반대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식의 기사들도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들은 결코 어느 한 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동일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내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국산차, 특히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가격이 합리적인 것으로 유명한 북미시장 가격과 비교할 경우 대부분 국내 가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마치 수입차만 더 비싸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쓰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행태다. 또한, 각 나라별로 자동차에 붙는 세금 체계가 천차만별이며, 할인 판매와 보증기간의 등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해외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현대차’라는 식의 기사 또한 수박 겉 핥기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수입차와 동일한 잣대로 국산차의 국내시장 가격과 북미시장 가격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차종은 해당 브랜드의 기함이라 불리는 최상위 모델. 그렇다면 현대차의 기함은 에쿠스, 그 바로 아래 제네시스가 자리한다.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차종의 가격을 직접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주목해보자.


현대자동차 미국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쿠스는 2014년형이며,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시그니처’와 고급형이라 할 수 있는 ‘얼티메이트’ 두 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기본형이라 해도 시그니처 모델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보장치, 9.2인치 스크린의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시스템,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등 대부분의 편의장비들이 갖춰져 있으며, 얼티메이트 모델에는 모든 장비가 빠짐없이 적용되어 있다.

두 모델 모두 V8 5.0리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며, 국내 판매중인 2013년형 에쿠스 라인업 중 이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VS500 프레스티지’ 모델이 가장 직접적인 비교대상이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북미시장 가격은 현 시점의 환율을 적용해 한화로 환산했다.

시그니처(미국 기본형) 6,804만원
VS500 프레스티지(한국 기본형) 1억1,260만원

얼티메이트(미국 고급형) 7,592만원
VS500 프레스티지 풀 옵션(한국 고급형) 1억1,620만원

직접적으로 비교해본 결과 기본형 4,456만원, 고급형 4,028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결국 한국에서 무려 4천만 원 이상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인데, 더 흥미로운 건 한국에서 에쿠스 1대를 구입할 가격이면 미국에서 에쿠스 1대와 제네시스 1대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한국 가격으로 에쿠스를 산다면 제네시스를 덤으로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제네시스의 가격은 어떨까. 미국에서 판매중인 2013 제네시스는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3.8’ 모델과 고급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5.0 R-스펙’으로 구분된다. 국내 판매중인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이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가장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BH380 익스클루시브’ 모델과 ‘프라다 GP500’ 모델이다. 에쿠스와 마찬가지로 각 모델의 가격을 직접 비교했다.

제네시스 3.8(미국 기본형) 3,816만원
BH380 익스클루시브(한국 기본형) 5,178만원

5.0 R-스펙 풀 옵션(미국 고급형) 5,265만원
프라다 GP500(한국 고급형) 7,708만원

에쿠스보다 가격대가 낮은 제네시스도 기본형 1,362만원, 고급형 2,443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이 또한 소형차 내지는 중형차까지도 한대 더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인 셈이다. 참고로, 한국의 프라다 GP500 모델이 특별한 것처럼 미국의 5.0 R-스펙 모델 또한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스포티한 패키지가 적용된 특별한 모델이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결국 단순 정가만 비교하더라도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국내시장에서 자국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북미시장에서의 엄청난 장기간 무이자 할부나 파격적인 할인가, 파워트레인 10년 16만km 보증 서비스 등의 다양한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별 법규 차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장비의 수준 또한 북미형 모델이 더 우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이와 더불어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의 사후 서비스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억울한 대접을 받고 있다. 고객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나 대응 방식에 있어서 대기업의 힘을 먼저 내세우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일명 ‘수타페’ 사건(싼타페 누수현상),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된 급발진 논란, 에어백 결함, 배기가스 실내유입, 엔진 피스톤 이탈, 썬루프 파손 등의 여러 가지 어이없는 결함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사례가 없다.

물론 대기업이 배짱 영업을 자행할 수 있도록 수수방관하는 정부와 국가기관, 관련 법규 등이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정성껏 만들어내는 장인정신과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서비스정신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결국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투철한 서비스정신이 실종된 기업의 제품을 다른 대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는 이상 현대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은 앞으로도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의 위기는 결코 경기침체 등의 외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도 마찬가지. 모든 것은 현대차 스스로 자초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현대차 스스로의 몫이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거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제대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말로만 세계 최고수준을 외친다 한들, 그럴수록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은 씁쓸해질 뿐이다.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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