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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소비자 과실인가?

최근 들어 원인이 불분명한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사례들로 인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파노라마 선루프 장착 비율이 가장 높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제대로 된 원인 파악이나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소비자들에게 과실을 전가하며 보상수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참다못한 소비자들이 국가기관에 조사를 요청하기까지 했으나 결과 발표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 과연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은 제조사의 주장대로 소비자 과실에 의한 것일까?


먼저 파노라마 선루프의 기본 소재인 강화유리에 대해 알아보자. 강화유리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강도를 갖추고 있는데, 초고온에서 상온까지 급격하게 냉각시켜 만들어지며 앞 뒤 표면 압축응력과 중심부 인장능력이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일반유리보다 인장강도는 평균 3.5배, 휘어짐에 대한 저항력은 평균 20배나 높아지고, 충격성과 내압강도 또한 강화된다. 아울러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과 급격한 온도변화에 대한 내구성도 탁월하다. 또한, 강화유리 제작 업체는 자체적으로 ‘롤오버’, ‘샷백’이라 불리는 엄격한 강도 테스트를 거쳐 최종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납품된 강력한 강화유리는 완성차 제조사의 설계에 따라 관련 부품들과 결합되어 파노라마 선루프로 조립되고, 마지막으로 차체 지붕과 결합되는 제작 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강화유리 자체와 달리 완성차에 장착된 파노라마 선루프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강도 및 내구성 테스트가 전혀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완성된 차량은 A필러 강도를 검증하는 ‘루프 크래쉬’ 등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게 되는데, 지붕에 장착된 파노라마 선루프에 대한 테스트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조립되고 장착되는 과정에서 강화유리가 손상되거나 관련 부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을 검증할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의 1차적인 원인을 제작 공정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주행 중 파손되는 사례에 대한 원인은 제작 공정 문제 외에도 두 가지 이유로 예상 가능하다. 첫째로 모든 차량에서는 주행 중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특정 주파수의 공명음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고주파음에 의해 선루프가 파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테스트 또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둘째로 주행 중 발생하는 차체의 진동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고르지 못한 노면이나 요철을 지나면서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충격이 차체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와 파노라마 선루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설계나 조립품질 등 차량의 근본적인 부분에서 결함이 예상되나 역시 별도의 테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파노라마 선루프를 조립하고 차량에 결합하는 제작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량 자체의 결함에 의한 파손에 대해서 제조사 스스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완성된 차량으로 이와 관련된 테스트를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 현대차가 주최한 ‘현대자동차 이해와 소통’이라는 행사의 간담회에서 현대차는 강화유리의 뛰어난 강도를 시연하면서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의 원인을 주행 중 물체에 의한 충격과 급격한 실내온도 변화로 규정했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중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며 소비자 과실이라는 것.

하지만 현대차의 답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렇게 튼튼하다는 강화유리가 작은 물체에 맞아 깨지고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해 깨진다면 그것이 과연 당연한 현상이며 소비자 과실인지 의심스러워진다. 완성차에 장착된 파노라마 선루프에 대해서는 검사 기준도 없고 시행도 하지 않으면서 강화유리의 우수성만 내세우는 것은 현대차 스스로 제작 공정이나 차량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더욱이 제작 공정 중 균열 발생으로 파손 위험이 존재해 국내외 5,100여대의 리콜을 실시한 올 초 현대차 벨로스터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제작 공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현대차가 내놓는 답변은 전혀 다른 방향인 것이다. 참고로 벨로스터의 국내 리콜은 미국에서 먼저 동일 차종의 리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기관의 리콜 조치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


한편, 현대차는 간담회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과 관련해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선루프에 별도의 필름을 붙이는 틴팅을 시공할 경우 파손되었을 때 파편이 머리위에서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안전을 위해 선루프에는 절대 틴팅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주장과 달리 소비자 스스로 파손에 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위험하다 해도 반드시 틴팅을 해야만 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 과실에 의한 파손과 자연 파손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바로 파손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틴팅을 하지 않고 파편이 산산 조각나 흩어진다면 그만큼 파손 형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현대차의 이러한 주장은 애초에 파손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억제시킴으로서 회사의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벨로스터 리콜 당시 파노라마 썬루프의 가격은 75만원 상당으로, 단일 차종임에도 수십억의 손해를 봤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노라마 선루프 자연 파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차종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되는 현대-기아차 대부분의 차종이다.


다시 제작 공정에 대한 문제로 돌아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결함의 또 다른 원인은 단품을 수령해서 조립하고 기계를 운용하며 과정을 감독하는 ‘사람’일수도 있다는 것. 작업 인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몰아치기 작업을 감행하고 휴식시간을 확보하거나 오전 작업 오후 퇴근 형태의 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제작 과정에서 정확한 인수인계가 불가능한 이런 파업이 빈번한 현장에서 불량률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파노라마 선루프 뿐만 아니라 누수를 비롯한 기초적인 결함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소비자들이 누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세차장에서 인수받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는 상황도 현대자동차의 현재 생산능력을 반증한다. 앞으로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된 차량 또한 강화유리 테스트와 동일한 강도로 직접 내리쳐서 파손 여부를 확인한 후에 인수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내용을 종합해보면 파노라마 선루프는 충격이나 온도 차이 때문에 파손될 수도 있고, 결함에 의해 자연 파손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파손의 원인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설계와 올바른 제작 공정 및 엄격한 검사를 이행하지 않는 제조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결함들이 제기되는데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최대한 숨기면서 소비자 과실로만 몰고 가려는 대기업 특유의 그릇된 행태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대기업이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마음 놓고 배짱을 부릴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자칭 국민을 위한 집단들과, 대기업의 구정물을 받아먹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사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어떤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제품을 신뢰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련기관의 조사 결과 발표는 이전의 사례들로 충분히 짐작 가능한 상황. 따라서 결과를 떠나 제조사 스스로 설계를 보완하고 제작 공정과 검수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 불량률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보상수리에 대해서는 눈앞의 손해보다는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우선으로 삼아 정당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진혁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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