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국내 신규등록된 차량의 52.2%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차다. 휘발유는 37.5%, LPG는 7.2%, 하이브리드/전기/기타연료는 3.1%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승용 디젤차의 인기는 2008년 무렵부터 시작됐다.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며 완성도 높은 유럽산 디젤차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어서 국산 디젤차들의 출시도 유행처럼 이어졌다. 이젠 트럭이나 SUV뿐만 아니라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 급의 평범한 세단들도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디젤 엔진의 장점은 명확하다. 바로 가솔린 엔진 대비 뛰어난 연료 효율. 저렴한 유류비와 우월한 연비 등으로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경제적인 측면에서 득이 된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디젤 엔진은 분명한 단점들도 갖고 있다. 우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기술의 발전으로 보완을 거듭하고 있지만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6기통 이상의 대배기량 디젤 엔진을 장착한 대형 세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승용 디젤차들은 4기통 이하의 디젤 엔진을 품고 있다.
동급 차종일 경우 가솔린 모델보다 비싼 차량 가격도 단점 중 하나다. 구입 이후의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엔진오일 교체비용을 비롯해 디젤차에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제조사 보증기간 종료 이후 엔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솔린 엔진보다 수리비용도 더 많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디젤차는 주행성능에서도 불리한 점이 더 많다. 비슷한 배기량일 경우, 가솔린 엔진보다 디젤 엔진이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공차중량이 늘어나고 차량 앞쪽에 하중이 몰려 무게배분에도 불리하다. 엔진 특성 상 높은 회전수(rpm)를 사용하지 못해 가솔린 엔진 대비 출력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디젤 엔진의 숙명이다. ‘고속주행에서는 가솔린 엔진이 유리하다’고 하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가솔린 엔진이 터보차저 등의 과급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최근에는 디젤 엔진 특유의 강한 토크감도 장점으로 내세울 만큼 차이나지 않는다.
이처럼 경제성을 제외하면 디젤차는 장점보다 더 많은 단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유류비를 절약해 더 비싼 차량 가격과 유지비용을 보상받으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3만km 이상을 주행하고 최소 3년 이상은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1년에 2만km 이하로 운행하는 운전자도 상당히 많고, 소음과 진동에 민감하다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적인 측면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승용 디젤 엔진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디젤차가 배출하는 물질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판단해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모든 디젤 차량에 대한 환경부 조사가 이뤄진 결과, BMW를 제외한 모든 제조사의 디젤차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배출가스를 뿜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최근 정부에서는 유로5 이상을 만족하는 디젤차에 적용하지 않았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차량 정기검사 측정 항목에 질소산화물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휘발유 대비 저렴한 경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시민 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부분은 경유 값을 올릴 게 아니라 휘발류 값을 내리는 게 이치에 맞아 보인다.
우수한 연비와 넘치는 힘 등을 앞세워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승용 디젤차들. 하지만 이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친환경 디젤’이란 말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에 반해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터보차저를 이용한 다운사이징 기술의 숙성으로 배기량이 낮아도 충분한 출력과 토크를 발휘하며 뛰어난 연료 효율을 제공하는 가솔린 엔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디젤 엔진은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저유가 시대인 2016년 현재도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넘어서지 않는 이상 디젤차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 유행에 따라 디젤차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연간 주행거리와 유류비를 제외한 유지비용, 운전취향 등 다양한 측면들을 꼼꼼하게 고려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