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발생한 봉평터널 버스 추돌 사고로 4명의 무고한 사망자와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사고 영상과 현장 사진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며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버스기사가 졸음운전을 시인함으로서 사고원인은 명확해졌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39조의 ‘지정차로제’에 따르면, 대형승합자동차인 버스는 1차로에서 운행하면 안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 승합·화물차들이 지정차로제를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 선진국인 독일의 예를 들면, 도로공사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형 승합·화물차들이 1차로 혹은 상위차로에서 주행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가 하위차로에서 주행하며 안전거리도 정확히 준수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평균시속보다 30km 이상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고발생률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다. 운전자들 스스로 규칙과 질서를 준수하는 아우토반에서 대형 승합·화물차들이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형 승합·화물차들이 지정차로제를 지키지 않고 차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곡예운전을 일삼고, 차간거리를 무시한 채 촘촘히 줄지어 운행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해지고 있다.
대형 승합·화물차 운전자들은 생계를 위해 운전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법규를 위반하고 속도제한 장치를 해제하는 식의 불법적인 행위들이 용서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음주운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강화된 법규와 처벌, 상시단속을 통해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상용차 운전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들 또한 수많은 ‘을’ 중 한사람이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쉬지 않고 운전하는 무박운행, 차에서 쪽잠자기 등의 위험천만한 행태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차량 자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지책도 중요하다. 상용차 비상자동제어장치(AEB)의 장착 의무화가 그것이다. 비상자동제어장치(AEB)는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 태만의 상황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장치다. 현재는 중형차 이상의 차종에서 선택옵션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비상자동제어장치 의무화 관련 입법을 준비 중에 있고, 이르면 내년부터 대형 상용차에 의무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 상용차 운전자들의 인터뷰 결과, 비상자동제어장치가 장착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로인해 차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대형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입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하며, 자동차 제조사는 비상자동제어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도로 위의 ‘안전’과 ‘상생’을 위해 안전장비 장착에 따른 가격 인상을 동결하거나 최소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운전문화가 정착되어 운전자들 스스로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버스나 트럭으로 인한 사고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확률이 높은 만큼, 해당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