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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현대차그룹


13년 2월 25일, 박근혜는 역대 대통령 최초로 현대 에쿠스 방탄차를 타고 취임식을 진행했다. 국산차가 안전해졌다는 평과 함께 국산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도 있지만, 사실 박근혜는 후보 시절부터 베라크루즈를 이용할 정도로 현대차와 오랜 인연을 가져왔다. 이런 각별한 인연은 대통령 취임 후에도 남달랐다.

현대차그룹은 대통령의 애정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14년 9월 17일 신사옥 부지를 위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 5,500억원에 낙찰 받는다.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인 3조 3천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창조경제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한 만큼, 이후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 및 추가 개발비용 등을 투자로 인정받으며 약 8천억원의 세금감면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5년 12월 27일, 안가에서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대통령과 안종범 수석이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종범 수석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한다는 흡착제 제조회사 KD코퍼레이션을 김용환 부회장에게 언급했고, 이후 현대차그룹은 KD코퍼레이션과 수의계약을 맺어 올해 9월까지 약 10억 6,000만원어치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15년 7월 24일,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은 미르재단 출범 석 달 전으로, 박근혜는 이중 7명과 별도의 개별 면담을 가졌다. 독대 직전 안종범 수석은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으며, 안종범의 메모장에 의하면 현대차그룹은 노사문제와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과 정회장의 개별면담이 이뤄진지 한 달 후인 15년 8월 27일,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동차 구매 시 발생하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벼운 주머니를 열기 시작했고, 현대차그룹은 무거워진 주머니에서 10월 27일 설립된 미르재단에 85억원의 출연금을 내놓았다.

그리고 16년 1월 13일, K스포츠 재단 출범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어김없이 43억원을 출연한다. 의심스럽게도 K스포츠 재단 기금 출연 이후 2월 3일에는 15년 말 종료됐던 개별소비세 인하가 6월까지 연장됐다. 이러한 행태는 현대차그룹이 침체된 내수시장을 돌파할 방법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16년 2월 15일, 박근혜는 정몽구 회장과 면담 후 사실상 최순실이 운영했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안종범을 통해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플레이그라운드는 70억 상당의 광고 5건을 수주 받아 큰 수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 정몽구 회장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회사규모가 워낙 커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성의 없게 답변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들에게 불통의 기업으로 통한다. 급발진, 에어백 결함, 차체 부식, 원인모를 화재, MDPS 결함, GDI 엔진 결함 등 숱한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침묵하거나 소비자 과실로 대응해왔다. 그런 현대차그룹이 대통령이나 권력자들의 요구에는 즉각적인 답변과 행동을 취한 것이다.

국민들은 현대차그룹이 지금껏 자행해온 행태들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뇌물공여죄나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되는지에만 관심이 쏠려있지만, 이 위기가 지나면 현대차그룹은 또 다시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탄핵 심판대에 섰듯이,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벌들도 국민들 앞에 심판 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의 공범이나 마찬가지인 재벌의 부패는 무엇으로 막아야 하는가, 권력보다 국민이 더 무섭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할 때다.


기사 / 김태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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