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퀴가 하나 뿐인 \'세발 자동차 삼륜차\'. 요즘 차량에 비해 뭔가 어색하고 투박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세 바퀴가 2.5톤의 무게를 이기며 세월의 흐름을 되살려주고 있다. 70년대 장터에서나 볼 수 있던 삼륜차가 대구 도심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신천주공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한 횟집 앞에는 지난 8월부터 삼륜차가 서 있다. 횟집을 운영하는 홍술헌(42)씨가 친구에게 빌려서 세워 둔 이 삼륜차는 출고된 지 35년이나 된 \'69년산 2.5톤 삼륜차\'다.
삼륜차는 지난 80년대 초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미 사라졌기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다. 삼륜차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홍씨에게 사연을 묻기도 하고, 그 사연을 들으려고 술 한 잔을 권하기도 한다. 홍씨는 “그 덕에 술장사도 솔솔이 된다”며 광고효과를 노린 홍씨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이런 차를 구경하겠습니까? 그저 4,50 넘은 아저씨들이 옛날 추억에 젖어 만져보고 사진 찍어가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차 값이 수 천 만원은 할 것이라며 팔라고도 하는데….” 만들어진지 35년이나 되는 만큼, 이 삼륜차가 신천동 횟집 앞에 오기까지 사연도 많다.
이 삼륜차의 실제 주인은 홍술헌씨 친구인 조용광(42)씨. 고향인 청송에서 차량정비 일을 하던 조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어르신이 폐차한 이 삼륜차를 자신이 직접 고쳐, 보관해 왔다고 한다.
“그 어르신은 그때 돈으로 95만원 주고 사서 10년쯤 몰다가 80년대 초에 차량등록증을 반납하고 폐차했지요. 그런데 시골에 폐차장이 없어 마을 어느 구석에 세워 둔 것을 제가 어렵게 사서 직접 고쳤지요.”
조씨는 팔지 않으려는 그 어르신에게 2년간 매달려 샀다고 한다. 그리고 차량 엔진을 고치고 판금을 새로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가보’로 관리해 왔다고 한다. 그 노력 덕분에 아직도 시속 50km는 충분히 나가지만 폐차된 차량이니, 차량번호판도 없고 운행할 수도 없다고 한다.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개인이 갖고 있는 2.5톤 삼륜차는 우리나라에 이 차밖에 없을 것 같더라구요. 혹시 이 차를 만든 공장에는 있을지 몰라도….” 현재 조씨는 이 삼륜차를 다시 등록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조씨는 이미 ‘명물’이 된 이 차를 팔면 꽤 많은 돈을 받을 것이라며, 주위에서 팔라고 권유하는 이도 많지만 자신의 인생이 묻어있기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디에 팔든 돈이나 좀 받겠지요. 그래도 안 팔랍니다. 이 삼륜차에 기름때 묻은 내 인생도 담겨 있고….”
조씨는 훗날 이 삼륜차가 꼭 쓰일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6,70년대 드라마나 영화 찍을 때라도 쓰이지 않겠습니까? 또 시간이 더 지나면 나름대로 ‘명물’ 대접도 받을테고….”
35년 된 삼륜차. 그 옛날 시골에는 5일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신발 장수와 옷 장수는 이런 삼륜차에 물건을 싣고 왔다. 장사 밑천으로 제 몫을 다하던 삼륜차는 이제 ‘도시의 구경거리’로 오가는 사람들의 옛 추억을 떠올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