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자동차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Arrival)’에 1억 유로(한화 약 1,294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실시하고 도시에 특화된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영조 현대 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은 “이번 투자는 현대 기아차가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급변하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 대응을 위해 어라이벌과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가속화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 기아차는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전기차 개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현대 기아차와 어라이벌은 경쟁력 있는 가격의 친환경 상용 전기차를 유럽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상용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 설립된 어라이벌은 밴,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으로 본사가 위치한 영국 이외에 미국,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 생산 공장과 연구 개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어라이벌은 모듈화된 구조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에 특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이용 목적에 따라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된 자동차 상부를 조립하는 마치 레고 블록과 같은 단순화된 제조 방식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구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여러 차종에 공유함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별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종의 제작이 가능해 차량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어라이벌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한 화물 운송용 밴을 개발해 유럽에서 다양한 물류 업체들과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전략형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에 박차

현대차 8천만 유로, 기아차 2천만 유로로 총 1억 유로 투자와 함께 현대 기아차는 어라이벌과 함께 전기차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에 기반한 유럽 전략형 밴과 버스의 전동화 모델 개발에 나선다.

현재 온라인 마켓의 성장에 따라 소화물 배송을 위한 도심 내 차량 진입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어 상업용 친환경 차량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물류 운송용 소형 전기 상용차의 시장 규모가 올해 31만 6천대 수준에서 2025년에는 130만 7천대로 매년 33%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2021년까지 연간 개별 자동차 업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기존 130g/km에서 95g/km로 강화됨에 따라 상용 친황경 차량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도 전기차 공급 계획

현대 기아차는 유럽 내 물류 업체에 밴과 버스 등 상용 전기차를 공급하는 동시에 카헤일링, 수요 응답형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에도 소형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를 제시했고 기아차도 지난 14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유 서비스 업체와 물류 업체에 공급할 PBV를 개발할 계획을 공유했다. 현대 기아차는 향후 PBV에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로 개발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순수 전기와 수소 전기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

상용 전기차 분야에서 어라이벌과의 협력으로 현대 기아차는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와 수소 전기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했고, 지난 3일 시범사업을 위한 수소전기트럭을 처음 유럽에 수출한데 이어 2025년까지 총 16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 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유럽은 환경규제 확대로 인한 친환경차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 되는 시장”이라며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을 통해 유럽 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친환경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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