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고성능 시리즈 R의 제 2세대 모델 S60R을 시승했다. R은 볼보 라인업에서 고성능 디비전을 표방하는 것이다. 볼보 사상 최강의 출력을 자랑하는 엔진을 탑재하고 전자제어 섀시를 조합시킨 스포츠 세단 S60R은 소량 생산, 소량 판매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모델로 영업실적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모델이다.
볼보 사상 최강 출력인 300마력 사양의 파워 유닛을 조합시킨 S60R은 볼보의 이미지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은 스포츠 세단이다. 유럽 전통의 브랜드들은 대부분 라인업에 고성능 버전을 추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BMW M 버전이고 아우디는 S, 또는 RS라는 이니셜을 사용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R, 알파로메오는 GT, 메르세데스 벤츠는 튜너를 흡수해 AMG 버전을 별도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모두가 각 브랜드의 스페셜 버전으로 성능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물론 이들 모델은 코스트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양산차가 가질 수 없는 고성능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노리는 것은 브랜드의 강력한 이미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양산차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추가로 강화해 갈증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고성능 스포츠 버전도 브랜드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동력 성능.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를 무시한 스파르탄한 카리스마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볼보의 R시리즈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볼보가 그 이미지에 고성능과 달리는 즐거움을 추가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도를 반영하듯 볼보의 자료에는 ‘전통적으로 고성능 컨셉트를 강조하는 독일자동차에 대한 믿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 시승하는 S60R은 그런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하는 볼보의 고성능 버전. 왜건형인 V70R과 함께 2002년 파리살롱에 그 모습을 드러냈었다. 볼보 라인업에 초대의 R시리즈가 등장했던 것은 1995년에 한정대수만을 판매했던 850T-5R이 그 시조다. 다시 말해 S60R은 볼보 R시리즈의 제 2세대 모델인 셈이다.
볼보는 당시 90년대 볼보의 히트 모델이었으며 유일한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이었던 850시리즈에 R 버전을 추가했었다. 그리고 그 850 시리즈가 S70으로 잠깐 차명이 바뀌면서 R버전도 마이너체인지와 함께 S70R로 바뀌었다. 국내에도 98년 봄 S70R이 볼보코리아를 통해 수입됐었다. S60으로 차명이 변경되면서 R버전도 자연스럽게 이전을 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S60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 모델이다. 거기에 얼마 전 시승했던 S60AWD는 BMW 330Xi를 겨냥한 네바퀴 굴림방식 모델이고 거기에 다시 최강 파워 유닛을 탑재한 R 버전을 라인업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해 7,000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terior
스타일링에서는 베이스 모델인 S60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브레이크 캘리퍼, 트렁크 리드 부분에 R이라고 하는 배지를 단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고성능 모델로서 필요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선 프론트 페이스에는 공기역학적인 요소와 엔진 냉각을 주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이 실시되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쪽에 설계되었던 에어 인테이크가 큼지막해졌으며 그 좌우에 에어댐으로서의 역할만을 했던 부분도 공기 흡입이 용이하도록 변화가 주어져 있다. 더불어 대형화된 쿨링 시스템과의 조화를 위해 범퍼가 앞쪽으로 30mm 정도 돌출되어 있는 것도 달라진 내용 중 하나다.
큰 변화가 아니면서도 이 부분은 사이드 스커트와 어울려 상대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로 인해 눈에 띠는 변화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사이드로 돌아가면 좀 더 커진 휠 하우스와 에어 스커트의 설계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 타이어가 더 광폭으로 바뀐 점도 빠트릴 수 없다.
리어에서도 트렁크 리드에 설계된 스포일러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있다는 것과 배기 파이프를 두 개로 한 것 등이 눈에 띤다. 이 배기 파이프에는 부식 방지용 스테인레스 스틸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크기는 S60 베이스 모델에 비해 전장이 4,606mm, 전고가 1,431mm로 각각 30mm 가 길고 20mm가 낮다. 트레드는 베이스 모델보다는 앞 뒤 각각 6mm, 7mm씩 넓지만 AWD 모델에 비해서는 수치상 앞이 16m, 뒤가 23mm씩 좁게 설정되어 있다.
S60AWD 시승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보디에 대한 볼보의 표현은 4도어 쿠페다. 낮은 후드라인과 완만한 리어 루프 필러 경사, 짧은 앞뒤 오버행 등이 스타일링 키 포인트다. S60의 디자인은 1990년 발표된 볼보 ECC(환경 컨셉트카)가 그 기원인데 S60R의 컨셉은 PCC(성능 컨셉트카)가 베이스다.
Interior
인테리어서도 기본 컨셉은 같은데 몇 가지 변화로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인테리어 컬러가 인상적이다. 시승차는 볼보측의 표현으로는 아타카마(ATAKAMA) 인테리어라고 하는데 오렌지색과 블랙이 어우러져 스포츠카에 흔히 즐겨 사용하는 이탈리안 레드와는 또 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다크 블루 컬러와 안락한 분위기의 골드 베이지 컬러도 선택할 수 있다.
대시보드 부분에는 이 컬러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도어 트림과 센터 콘솔박스 커버와 플로어 매트까지 같은 색으로 처리해 일체감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부분 부분에 알루미늄 트림처리를 통해 고급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볼보 S60R의 자랑인 FOUR-C 시스템의 선택 버튼 COMFORT와 SPORT, 그리고 ADVANCED가 가운데 에어벤트 왼쪽에 추가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약간의 변화가 보인다. 패드 부분의 굴곡처리가 매끈해져 있으며 맨 아래쪽에 R 배지가 선명하다. 그 안에 보이는 계기판 클러스터 바탕색을 메탈릭 블루로 처리하고 있는 것도 이 자동차가 스페셜 모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S60AWD를 참조 바랍니다.)
Powertrain & Impression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볼보 S60 시리즈에 탑재되는 엔진은 2.5리터와 2.3리터, 그리고 2.0리터 등 세 가지다. 지난번 S60 AWD 시승기에서는 국내 수입 모델 위주가 아니어 약간 헷갈린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에는 국내 시판 모델 중심으로 라인업을 다시 설명한다.
당시 설명했듯이 S60의 라인업은 엔진 배기량과 터보의 종류, 그리고 구동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또한 4기통, 5기통, 6기통 엔진을 갖고 있는 것도 볼보만의 특징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볼보의 모델들은 모두 앞바퀴 굴림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거기에 직렬 6기통을 프론트에 가로배치한 독특한 엔진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이 모델의 큰 특징이다.
국내 수입 사양 중 베이스는 2.0리터 180마력의 저압터보에 FF인 S60 2.0T다. 다음으로 2.5리터 210마력 저압터보 AWD인 S60 AWD가 있고 2.3리터 250마력 고압터보의 S60 T5, 그리고 오늘 시승하는 2.5리터 300마력 고압터보 AWD 등이 있다. 물론 KKK제 트윈터보를 채용한 2.5리터 직렬 5기통 엔진은 볼보 사상 최강이라고 하는 300ps/6,0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850~6,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2.5리터의 배기량으로 터보차저가 채용되기는 했지만 최고출력이 300마력에 달하니까 1리터 당 100ps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엔진이다. 지금이야 이런 수치에 크게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통상적인 엔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트랜스미션은 시프트 프로그램, 변속 쇼크에 있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신제 5단 AT 기어 트로닉이 조합된다. MT모드가 있다. 본국 사양에는 6단 MT도 설정되어 있는데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기어비를 점검해 보았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이 2,600rpm 부근으로 AWD사양의 2,000rpm 부근이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레드존은 6,000rpm으로 같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50km/h에서 2단, 87km/h에서 3단, 130km/h에서 4단, 190km/h에서 5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계속 오른발에 힘을 주면 5,000rpm에서 속도계의 바늘이 205km/h를 가르킨다.
같은 기어박스인데 2.5리터 저압터보에 비해 변속 포인트가 빠르다. 처음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맛에서는 감흥이 없지만 한번 탄력을 받으면 S80 T6에서 느꼈던 소위 폭력적인 가속감이 등을 때린다. 저압터보 엔진에서 뒤끝이 좀 더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었는데 이 엔진은 오히려 운전자를 부추긴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속감은 특히 중속역에서부터 즉답식인 엑셀러레이터와 함께 그 진가를 발휘한다.
좌우 바퀴 회전차가 조금만 틀려도 휠 스핀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정상 노면에서 풀 가속을 하면 휠 스핀이나 토크 스티어 현상이 없이 진중하게 전진해준다.2,000rpm이후 부터 전 영역에서 두터운 토크감이 오른발에 큰 힘이 들어가지 않고도 쉽게 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어 변속을 하지 않고 오른발만으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엔진 사운드도 맹숭댕숭한 기분이 들었던 S60 AWD와는 사뭇 다르다. 배기음으로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사운드가 오른발을 자극한다.
그런데 제원표상의 가속성능은 7.5초로 예상과는 다르다. 6단 MT사양이 5.4초로 나와 있는데 반해 5단 AT 사양은 7.5초로 크게 차이가 난다. MT사양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한편 2.3리터 고압터보인 T5가 0-60mph가 7.2초인데 R 버전은 7.5초로 오히려 늦다. 이는 두 차의 기어박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신제 5단 AT 기어박스이기는 하지만 T5용과 AWD /R 용의 기어비가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만 두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세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R 버전은 이 엔진의 성능보다 FOUR-C라고 불리우는, 오린즈 레이싱사와 공동 개발한 액티브 섀시 컨트롤 기술이 훨씬 더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FOUR-C는 댐퍼 내부의 밸브를 전자제어해 감쇄력을 변화시키는 소위 액티브 서스펜션을 일컫는 말이다. 차체 각 부분의 움직임과 조타각, 액셀러레이터 개도 등을 모니터해 상황에 따라 최적의 감쇄력을 선택해주는 시스템이다. COMFORT와 SPORT, 그리고 ADVANCED 라고 하는 세 개의 모드를 센터 페시아 맨 위에 있는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차체를 안정시키는 DSTC와 연동해 볼보의 철학인 안전과 R의 주행성을 양립시키고 있다.
컴포트 모드로 평범하게 주행하면 크게 다가오는 감이 없다. 소프츠 모드도 눈에 띠게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차체를 플랫하게 유지해주는, 승차감 방향으로 진행하는 스카이 훅 제어를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드밴스드 모드로 전환하면 당장에 노면의 정보를 거의 그대로 하체에 전달한다. 이 FOUR-C 시스템은 1초에 500회 각종 정보를 수집해 쇽 업소버의 상태를 조절해주는데 세팅 속도가 0.015초에서 0.04초 이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의 장기는 컴포트 모드와 어밴스드 모드로 코너를 공략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스포츠 모드에서처럼 시프트 패턴이 고회전을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며 엔진도 엑설러레이터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팅으로 변한다. 그로 인해 차량중량이 약간 가벼워진 것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댐핑을 제어하는 FOUR-C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에서도 강력하게 스티어링을 꺾으면 즉각 서스펜션이 조절되어 원하는데로 정확하게 돌아준다. 그 결과 롤링이 억제되어 플랫한 감각을 유지하면서 자세를 잡아준다. 다만 이것이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는 스티어링 감각이 약간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레이싱 서키트를 염두에 둔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파르탄한 감각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이런 특성이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 너무 하드하지 않느냐 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 경량 로드스터 스포츠카들처럼 극단적으로 절도 있는 자세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또 그것이 부담스러우면 스포츠모드로 달리면 된다. 어쩌면 S60R은 수퍼 스포츠카에 적응하지 못한 운전자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 모드로 적응을 하면서 원하는 달리기를 숙달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어드밴스드 모드로 운전하다보면 볼보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FOUR-C 시스템은 볼보가 최근 즐겨 사용하고 있는 전자제어방식의 할덱스 타입의 구동방식과 어울려 S60R의 성격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만들어 준다. 할덱스 방식의 AWD는 평상시에는 앞바퀴에 구동력의 95%를 전달하다가 상황이 닥치면 1초 안에 뒷바퀴로 구동력의 70%를 전환하는 방식이다.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지향으로 직진안정성이나 코너링에서의 뒷바퀴의 추종성 등에서 지적할 대목이 없다.
다만 지난번 S60 AWD를 시승할 때 느끼지 못했었는데 의외로 회전반경이 컸다.
스티어링은 록 투 록 2.4회전의 속도감응식 ZF 서보트로닉.브레이크는 4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를 채용한 브램보제로 폭력적인 속도를 제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안전장비로는 안전의 볼보답게 프론트 듀얼 에어백과 측면 에어백, 커튼 타입 사이드 에어백, EBD ABS, WHIPS, SIPS 등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이 만재되어 있다. S60R으로 오랜만에 폭발적인 가속력을 맛보았다. 그저 스포티 버전이라기에는 부족한, 스파르탄 감각을 가진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평소에는 점잖은 신사처럼 조용하다가 자극을 주면 포효하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양면성을 가진 모델이 S60R이다. 두 개밖에 없는 스웨덴차들은 이런 양면성을 가진 차만들기를 즐기는 것 같다.
주요제원
크기 : 전장×전폭×전고 4,606×1,815×1,431mm 휠 베이스 2,715mm
트레드 앞/뒤 1,557/1,542mm 차량 중량 1,650kg
엔진 : 2,521cc 직렬 5기통 DOHC 고압터보 보어×스트로크 83.0×93.2mm 압축비 8.5
최고출력 300ps/6,000rpm 최대토크 35.7kgm/1,850-6,000rpm
구동방식 : 풀 타입 4WD
트랜스미션 : 5단 AT 기어트로닉
기어비 4.657/3.032/1.982/1.341/1.018 후진 5.114 최종감속비 2.65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 앞/뒤 V.디스크/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0-100km/h : 7.5초
최고속도 : 250km/h
타이어 : 235/40R18
차량가격 : S60R (2,521cc/300hp) 8,03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