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동차가 만나 서로 교감하는 공간’

렉서스 코리아는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브랜드 체험 공간 ‘커넥트투(Connect to)’를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교차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소개한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렉서스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하고자 커넥트투를 찾았다.

따뜻한 조명과 더불어 나무와 숲을 형상화한 듯한 인테리어 속에서 아늑함이 느껴진다. 렉서스 차량을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와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커넥트투가 자동차를 넘어 다채로운 문화적 가치를 나누는 공간을 지향하지만, 방문 고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소한 배려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오모테나시’가 브랜드 저변에 깔려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오모테나시와 타쿠미

‘Luxury vehicle brand of Toyota Motor’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렉서스를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소개한다.

토요타는 1980년대 저렴한 가격과 내구성을 강점으로 미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토요타가 론칭할 고급 브랜드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6년에 걸친 철저한 준비 끝에 1989년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 론칭과 함께 LS와 ES를 선보였다. 섬세한 배려와 완벽을 추구하는 품질을 토대로 렉서스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일궈낸 가장 성공적인 고급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오모테나시’와 ‘타쿠미’가 있다. 오모테나시는 정성을 다해 극진히 대접하는 정신을 뜻하고, 타쿠미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가짐, 즉 장인 정신을 의미한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달리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안락한 실내를 추구하는 가치는 오모테나시로 대변될 수 있으며, 최소 25년의 경력과 특별훈련을 거쳐 비로소 자격을 얻는 타쿠미(장인)는 이러한 가치를 현실로 구현해낸다.

세련되고 공격적인 디자인

빛나는(Radiant)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의미를 지닌 RX는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에 더 적합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하는 차량으로 개발됐다. 모노코크 차체를 바탕으로 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실현한 ‘도심형 SUV’라는 특성은 1세대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2세대부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도전적인 성향은 외관에서 두드러진다. 2015년 공개된 4세대부터 이어진 브랜드 고유의 스핀들 그릴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선이 매우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격적인 느낌 속에서도 섬세함을 더해 매끄럽게 완성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전면 스핀들 그릴 하단부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변화했고, 범퍼 하단도 다듬어져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콤팩트한 L자형 주간주행등과 트리플 빔 헤드램프는 거대한 스핀들 그릴과 어우러져 형태와 기능이 정교하게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곧은 선이 강조된 측면을 따라 후면으로 가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범퍼 하단부가 기존 모델보다 낮아졌고, 리어램프와 언더가드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 수평적인 디자인 요소가 적용되면서 보다 넓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새틴 크롬 소재의 가니시가 자리 잡아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졌다.

정성이 돋보이는 실내

누군가에게는 클래식하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실내는 다소 보수적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강렬함은 없다. 렉서스는 첨단 SUV의 고급스러움이 담긴 운전석을 설계했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물론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무척 크고 유용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만으로 첨단을 논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반면 메탈, 우드, 가죽 등 천연 소재로 꾸며진 실내의 마감은 매우 꼼꼼하고 깔끔하다. 우아한 실내에 어울리는 정교함이 돋보인다. 눈속임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성 들인 마감으로 화려하진 않아도 담백한 우아함을 뽐낸다.

마감만큼이나 실내 거주성도 내세울 만하다. 특히 2열의 경우 등받이 각도 조절과 시트 슬라이딩이 가능하고, 트렁크에서도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등받이 조절부터 6:4 폴딩 기능까지 모두 가능해 간편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직접 짐을 실어보진 못했지만 렉서스에 따르면 2열에 3명이 탑승해도 골프백 4개와 캐리어 4개를 모두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도로 위 빛을 발하는 부드러운 주행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의 포트분사와 직분사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D-4S 기술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모델 RX 450h는 시스템 합산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34.2kg.m를 발휘한다. D-4S 하이브리드 기술은 출력을 강화하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한편 배기가스 배출량은 감소시킨다. 부족함 없는 힘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이유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E-Four’는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해 안정성을 높인다. 전륜 모터와 따로 구동되는 독립적인 후륜 모터로 직접 뒷바퀴를 굴린다. 더 나아가 제동 시에는 후륜 모터도 회생 에너지를 모으며 효율까지 챙긴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고출력 전기 모터의 힘을 받아 출발과 함께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지만, 고요함이 깃든 실내는 정숙하고 편안하다. RX 450h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감각도 무척 부드럽다. 가볍지만 안정감을 잃지는 않는다. 강성을 높인 허브 베어링을 비롯해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와 리어 스태빌라이저가 응답성을 높이고 좌우 출렁거림을 억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속으로 치달을 때도 불안함보다는 안정감이 우세하다. 재빠르고 경쾌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속도를 올리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점잖고 무게가 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도 잘 걸러내고, 주행 내내 안락한 승차감은 변함이 없다.

여전한 반일 감정

특유의 주행 감각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제품을 완성하는 오모테나시와 타쿠미 정신은 분명 렉서스를 대체할 브랜드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의 본질과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고급 브랜드로써 렉서스의 가치는 탁월하다. 다만 브랜드를 통해 취향을 외부로 발현하는 우리 사회에서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떠나 렉서스의 국적은 취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닌텐도와 동물의 숲을 통해 증명되었듯,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선택적 불매운동’으로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이 살 수 없는 혹은 관심 없는 물건과 관련해서만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 제품 구매에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분별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일본 문화나 제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기에 더더욱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성숙한 태도 또한 필요하다. 물론 역사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보다 가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가려낼 수 있는 통찰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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