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5는 페라리 전통의 V12엔진이 아닌 V8 엔진을 얹는 리틀 페라리의 계보를 따라 F348의 후계차로 94년 6월 등장한 후, 99년 3월 새롭게 탄생한 F360 모데나에 자리를 내 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 든 모델이다.
페라리는 스포츠카만 만드는 회사임에도 오랜 세월 동안 상당히 많은 모델들을 개발해 세상에 내 놓았다. 그 때마다 페라리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명명법을 가지고 각 모델들마다 이름을 붙여 왔는데 이제는 너무 많은 이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을 계속 변형 해 사용하고 있다.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전통의 명명법은 페라리를 의미하는 이니셜 F와 배기량을 실린더 수로 나눈 숫자로 구성되며 같은 배기량을 쓰는 모델이 많으므로 그 숫자 뒤에 모델을 특징 지을 수 있는 별도의 이름 또는 이니셜, 숫자 등을 붙여서 이름지었다. 대표적인 모델이 V12 3,000cc 엔진을 장착한 F250 르망, F250 GTO, F250 테스타로사 등이다. 이 외에도 F412는 V12 4,943cc, F365는 V12 4,390cc이었으며, 4기통 모델일 경우 숫자는 많이 올라가 860 몬자의 경우 4기통에 3,431.93cc 엔진을 장착했었다. 최초의 모델인 125 시리즈의 경우 1,496cc V12 엔진을 장착했다.
또 다른 하나의 방식은 배기량을 나타내는 숫자와 실린더 수를 합쳐서 이름을 짓는 방식이다. 큰 인기를 얻었던 대표적인 페라리 F512 테스타로사의 경우, 5는 배기량 5.0 리터를, 12는 실린더 수를, 테스타로사는 붉은 색 엔진 헤드를 의미한다. 이 방식을 따르는 다른 모델로는 1.6리터 V6 엔진을 장착한 166외에 배기량에 따라 196, 206, 226, 246등과 V8 엔진을 장착한 208, 308, 328, 348등을 들 수 있다. 배기량을 그대로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F500 수퍼패스트, F400 오토매틱-GT등과 최근의 550 마라넬로, 575M 마라넬로, 360 모데나 등을 들 수 있다. 잘 알려진 F40과 F50은 각 각 창립 40, 50주년 기념 모델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F355의 명명법은 이런 전통의 페라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배기량 3.5리터에서 따온 35, 그리고 실린더당 밸브 수인 5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데 이는 5밸브 방식을 도입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까닭이다.
스포츠카, 특히 슈퍼카들은 메이커의 자존심을 걸고 개발된 경우가 많았다. F40도 그랬고, F50도 그랬다. F355는 이전모델이었던 F348이 당시 신예 혼다 NSX나 포르쉐 911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자 자존심 탈환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F1 기술이 도입되었는데 각 실린더당 5밸브를 적용하고, 바닥에 패널을 다는 등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리틀 페라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히 슈퍼카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F355는 94년 쿠페인 베를리네타와 함께 탈착식 루프를 장착한 GTS 버전을 선 보였으며, 2년 뒤인 1996년 오픈카인 스파이더를 발표했다. 이듬 해에는 F1 경주차에 사용되는 획기적인 세미 오토 트랜스미션인 F1 기어를 장착한 F355 F1이 등장했다. 전동식 소프트탑을 장착한 F355 스파이더는 제원상 쿠페와 차이가 나지 않아 강력한 성능을 지닌 오픈카로 각광을 받았다.
가장 화려한 자동차로 손 꼽히는 페라리는 수 많은 모델들이 영화나 각 종 미디어에 등장했는데, F355 스파이더가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는 헐리우드 최고의 흥행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영화 \'나쁜 녀석들\'로 단 숨에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떠 오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액션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를 앞세워 96년 발표한 블록버스터 \'더 록\'이다. 이 영화에서 화학전 특수요원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허머를 뺏아타고 탈주하는 숀 코네리를 추격하기 위해, 호텔로 들어서는 노란색 F355 스파이더를 뺏아타고 센프란시스코 시내를 질주하다 결국 전차에 깔려 박살이 나고 만다.
오늘은 페라리를 가장 잘 말해주는 색인 이탈리안 레드를 입은 F355 스파이더를 만나보자.
전통대로 디자인은 피닌파리나에서 맡았다. 오랫동안 스포츠카의 전형으로 여겨져 온 쐐기형 디자인을 따르면서도 에어로 다이나믹 특성이 많이 가미되었다. 특히 구형 F348 디자인에 대한 페라리 매니아들의 불만을 수용해 페라리의 전통에 보다 근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F348과 비교해 볼 때, 보디 옆의 대형 공기 흡입구에 가로핀이 사라졌다. 인기 모델이었던 테스타로사의 것을 모방한 가로핀을 없애면서 위 아래 크고 작은 두개의 흡입구로 나누어 보다 깔끔한 인상을 준다. 앞 범퍼 디자인도 바뀌어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가로핀을 넣고 은색의 카발리노를 장식했다. 둥글게 만든 방향 지시등 아래 원형의 안개등도 추가됐다. 구형의 검정색 립 스포일러는 좌우로 나누어 작게 만들고 바디 컬러로 통일해 보다 부드러운 인상으로 바꾸었으면서도 다운 포스 발생에는 도움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뒷 모습에서는 사각형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페라리 전통대로 원형으로 바꾸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트렁크 리드 끝부분을 살짝 치켜올린 덕 테일 스타일의 스포일러는 작지만 강력한 다운 포스를 발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표창 모양의 5스포크 알루미늄 휠도 스포크 가운데 주름이 잡힌 신형으로 바뀌었다. 또한 F1 기술을 응용해 차체 바닥에서 발행하는 공기 와류로 인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패널을 달았다.
쿠페인 베를리네타와 스파이더의 차이점은 지붕이 천으로 바뀐 것 외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 소프트탑은 전동식으로 개폐가 이루어지며 탑을 연 후에는 별도의 커버를 덮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하지만 달리는데 중점을 둔 페라리라 소프트탑 개폐 편의성은 떨어진다.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탑을 열고 닫기 위해서는 시트를 앞으로 당기는 수고도 해야 한다.
섀시는 모노코크 바디에 뒤 쪽 엔진 부분에는 튜브 프레임이 보강된 복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더블 위시본이며 타이어는 앞 225/40ZR 18, 뒤 265/40ZR 18이다.
미드십에 장착된 엔진은 V8 3.5L(3496cc)에 F1기술을 응용한 5밸브를 페라리 최초로 적용해 최고출력 380마력/8250rpm, 최대토크 37.0Kg.m/6000rpm의 성능을 낸다. 리터당 109마력의 성능을 냄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리틀 페라리의 한계를 뛰어넘은 고성능 모델이 되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295Km, 0-시속100Km 가속은 4.7초다.
트랜스미션은 페라리 전통의 스틸 가이드 패널이 부착된 스텝게이트식 수동 6단이 기본이며, 97년에 추가된 F1 기어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부분을 가죽으로 감싼 실내는 화려하지만 페라리답게 최소한의 장비가 마련되었으며, 품질의 완성도도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가운데 장식된 노란색 바탕의 카발리노나 센터 터널의 스틸 변속기 레버등은 달리기를 위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 이상이다. 가죽으로 감싼 하우징 안쪽에 마련된 계기판은 작은 눈금들이 새겨진 네 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320Km까지 기록되어 있고, 타코미터의 레드존은 8,500rpm에서 시작된다. 센터 페시아에도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된 아날로그 시계와 연료, 오일온도 게이지가 마련되어 있고, 그 아래 오디오가 위치해 있다. 에어컨 기기는 센터 터널의 변속기 레버 아래 쪽에 위치시켰다. 센터 터널에는 이들 외에 전자식 서스펜션과 전동식 시트 조절 버튼, 소프트탑 개폐 버튼등이 마련되어 있다.
스포츠카 답게 실내에서 느끼는 첫 인상은 평평한 바닥에 시트만 두 개 달랑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낮은 시트 포지션과 맞물려 카트나 레이싱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