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모와 강력한 성능은 물론 레이스에서의 뛰어난 업적과 역사 깊은 전통 등 어느 모로 보나 \'최고\'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카 메이커는 바로 페라리이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1898년 이탈리아의 북부 \'모데나\'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자동차 레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한 때 명문 알파로메오에서 드라이버로 활약하기도 하였으며, 1946년 페라리라는 이름으로 첫 레이싱카를 제작한 이 후부터 한 평생 레이스와 스포츠카 개발에만 전념한 \'레이스계의 제왕\'이었다.
페라리의 첫 모델인 \'125S\'가 1947년 로마 그랑프리에서 페라리에 첫 우승을 안겨 준 이 후 페라리는 수 많은 레이스에서 우승하였으며, 그 기록은 현재까지 이어져 최근 F1 그랑프리에서도 가장 강력한 레이싱팀으로 군림해 오고 있다. 특히 현재 F1 팀들 중 팀운영과 엔진 제작을 동시에 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 페라리이다.
페라리는 오랫 동안 레이스에서 획득한 최고의 기술을 스포츠카 개발에 투입해 최고의 스포츠카들을 만들고 있어,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페라리의 모델들은 전통의 12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과 \'디노\' 이 후 리틀 페라리의 계보를 잇는 8기통 엔진 모델로 나누어 진다. 명작으로 손 꼽히는 F40과 F50은 특별 모델로서 페라리 창업 (또는 첫 우승 이후) 40주년과 50주년을 기념한 모델들로 한정 생산된 모델들이었다.
현재 페라리의 기함인 V12 모델은 \'550 마라넬로\'에서 최근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575M 마라넬로\'이며, V8 엔진을 얹는 베이직 모델은 인기모델 \'F355\'의 후계차인
\'360 모데나\'다. 이들 모델 외에 V12 엔진을 얹는 고성능 럭셔리 GT 스포츠카로 \'456M GT\'가 있다.
이번에 만난 모델은 페라리 전통의 \'이탈리안 레드\' 컬러가 아닌,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은빛 의상을 입은 360 모데나로, F1 레이싱 머신에 사용되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 F355에서부터 장착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F1 기어를 장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페라리 모델들은 엔진 배기량을 기통수로 나눈 숫자로 이름지어졌다. 예를 들어 \'250\' 시리즈의 경우에는 엔진 배기량 3,000cc를 기통 수 12로 나눈 숫자인 250 을 이름에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360 모데나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기함 마라넬로에서 사용한 방식으로 이름 지어 졌는데, 배기량 3,600cc를 의미하는 360 에 페라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지명인 모데나를 합한 이름이다. 모데나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고향이면서 창업 초기 페라리 본사가 위치했던 도시의 이름이다.
360 모데나는 인기 모델 F355의 후계차로 99년 3월 제네바 오토살롱을 통해 데뷔했다. F355는 이전 F348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성능과 품질로 당당히 슈퍼카로 대접받은 모델이었는데 새로 등장한 360 모데나는 F355의 메카니즘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21세기에 어울리는 멋진 스타일과 최신 기술이 투입 되어 한 차원 높은 페라리로 태어났다.
전통의 피닌파리나가 빚은 새로운 보디는 그 어떤 스포츠카보다 뛰어난 에어로 다이나믹 특성을 가지도록 디자인되어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차체 바닥에 빠른 공기 흐름이 생성되도록 2개의 통로를 만들고 앞 바퀴 앞 쪽과 뒤 범퍼 아래에 새로운 공기 구멍을 만들었다.
전체적인 보디 라인은 F355와 완전히 다르다. 전체적으로 둥글게 다듬은 보디와 잘 어울리는 타원형의 고정식 헤드램를 장착하고 앞 범퍼에는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대형 흡기구를 좌우에 나누어 달았다. 또한 뒤 펜더 위와 아래에도 흡기구를 마련했다. 355에서는 옆 구리의 대형 흡기구 속에 도어 핸들이 숨어(?) 있었으나 360 모데나에는 펜더 위의 흡기구 앞쪽에 눈에 띄도록 위치시켰다.
뒷 모습에서는 네 개의 동그란 컴비네이션 램프가 F355와의 연결 고리로써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좌우에 마련된 머플러 주위의 공기 출구는 새로운 앞 모습과 일체감을 이룬다.
양산 페라리 최초로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차체는 구형 F355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단단하다. 또한 360 모데나는 엔진을 미드십에 얹고 뒷 바퀴를 굴리는 대표적인 모델로 완벽한 무게 배분과 뛰어난 핸들링을 자랑한다.
엔진은 F355의 V8 5밸브로, 배기량을 3,496cc 에서 3,586cc로 90cc 늘이고 가변식 흡기 매니폴드를 장착했으며, 각 종 부속을 티타늄과 단조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가변식 매니폴드는 저 회전에서 꺽어진 긴 통로를 사용하다 5,700rpm에 이르면 직선 통로를 통해 다량의 공기를 공급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최고출력은 구형보다 20마력 높아진 400마력으로 경이적인 8,500rpm에서 발생한다. 최대토크는 4,75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38.0Kg.m (구형은 37.0Kg.m / 6000rpm)가 나온다. 최고 시속은 구형과 같은 295Km, 0 -시속 100Km 가속은 0.2초 빨라진 4.5초다.
트랜스미션은 전통의 게이트식 수동 6단과 세미 AT 두가지다. 세미 AT는 흔히 보는 스텝트로닉 방식과는 달리 수동 변속기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F1에서 축적된 기술이 접목되어 0.15초에 불과한 빠른 변속과 정교성을 자랑한다. 핸들 칼럼에 마련된 플리퍼 기어 (또는 패들이라고도 한다.)로 변속이 이루어지며 오토와 로그립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더블 위시본이며, 전자식 쇼크 업소버가 장착되었다. 4륜 모두 브렘보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다.
인테리어는 레이싱카다운 면과 호화 GT다운 면이 교차되어 있는 듯하다.
구형에 비해 넓어진 실내는 가죽과 알루미늄 패널로 장식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스티어링 휠은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레이싱용처럼 멋지다. 시트는 더욱 두툼해 지고 옆구리가 많이 튀어나와 안락하면서도 몸을 잘 지탱해 준다.
실내가 넓어 지면서 시트 뒤쪽에도 보다 넓은 여유공간이 마련되었다. 짐을 놓거나 시트를 눕힐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달리기 위한 차라는 점을 잊지 않은 듯, 최근 고급 스포츠카들에 많이 장착되는 전자동 에어컨이나 전동식 시트 및 핸들 조절 장치등은 값 비싼 차임에도 경량화를 위해 모두 생략되었다.
수동 6단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에는 센터 터널에 페라리 전통의 게이트식 변속기가 마련되겠지만, 세미 AT 변속기가 장착된 이 차량에는 센터 터널에 다소 왜소해 보이는 변속기가 마련되어 있다. 조그만 해머 모양의 레버는 후진을 위한 것이고 우측에는 AT와 로그립 모드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수동 변속은 스티어링 휠 칼럼에 장착되어 있는 플리퍼를 이용하는데 우측의 것을 당기면 시프트업이 되고, 좌측의 것을 당기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두 개를 동시에 당기면 중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