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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로 당당하게 - 폭스바겐 파사트 V6 4모션 리뷰


지구의 남, 북반구 중위도권에서 적도를 향해 부는 바람이 있다. 대륙에서는 일정하지 않지만 해양에서는 일년 내내 거의 일정하게 적도를 향해 서쪽으로 비스듬히 부는 이 바람은 오랫동안 전세계 해상무역에 큰 공헌을 해 왔으며, 이로 인해 이 바람을 \'무역풍\'이라 부른다. 탐험역사에서 최고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콜롬부스는 이 무역풍을 타고 서쪽으로 항해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무역풍을 이름으로 가진 차가 폭스바겐 \'파사트\'다. 바람의 이름을 차명으로 사용하는 폭스바겐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가장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유럽 최고의 소형차 메이커 폭스바겐에서는 오랫동안 중형급인 파사트가 기함의 자리를 지켜왔다. 파사트가 처음 데뷔한 것은 73년으로 형제 회사인 아우디의 A80을 베이스로 개발되었다. 이 후 세대를 바꾸면서 96년 아우디 A4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4세대로 발전했다. 파사트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서 패밀리 세단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는데 지난 2000년 10월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보다 고급스러워진 럭셔리 세단으로 발돋움하면서도 오히려 기함의 자리는 내 주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전 회장\'이 된 당시 폭스바겐 그룹 회장 피에히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경쟁하는 대형 세단 개발을 선언하면서 파사트도 지각 변동을 겪게 된 것이다. 기함이라고는 하지만 파사트는 중형패밀리 세단이고 새롭게 개발되는 차(당시 개발 명 D1)는 대형 세단이다 보니 그 사이 공백을 메워 줄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 윗급의 새로운 중 대형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기존의 파사트를 보다 고급화 해 골프와 D1을 연결하는 모델로 만든다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따라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뉴 파사트는 보다 중후한 멋을 풍기는 고급 세단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내 외장이 고급스러워진 것은 물론 구동계에서도 어퍼 미들급에 어울리는 새로운 W8 4.0 엔진이 추가 되었다. 이에 따라 파사트는 1.6L 102마력, 2.0L 115마력, 1.8L 터보 150마력, V5 2.3L 170마력, V6 2.8L 193마력과 W8 4.0L 275마력의 6가지 휘발유 엔진과 다양한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들을 갖추게 되었다. 차체는 분명 A4를 베이스로 개발되었지만 당당히 A6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이 된 것이다. 이후 파사트 윗급의 새로운 대형차 D1은 \'페이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독일에서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V6 2.8L 엔진을 장착하고 아우디의 콰트로와 같은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한 4모션 모델이다. 일본차들이나 화려한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용적인 독일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존의 파사트에 비해 훨씬 더 예뻐진 새로운 얼굴과 함께 V6 엔진의 당당한 파워, 4모션이 제공하는 역동적인 안정성이 더해진 파사트 V6 4모션이 전천후 실용성을 갖춘 럭셔리 세단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 올 것이다.

골프를 통해 맺어진 폭스바겐과 쥬지아로의 인연은 파사트에도 이어져 새로운 파사트도 쥬지아로의 손길로 다듬어졌다. 아우디 A4를 베이스로 한 차체는 군데군데 아우디의 실루엣이 숨어 있는 듯하지만 폭스바겐다움은 잃지 않고 있다. 최고급 세단 페이톤과 파사트, 막내 보라는 외관이 상당히 많이 닮았다. 페이톤으로서는 다소 손해를 보는 장사일 수 있으나 파사트로서는 큰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심플한 뒷 모습에 비해 앞 모습은 단정하면서도 곱게 단장한 예쁜 모습이다. 크롬으로 장식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앞으로 돌출되어 있으면서 아래 쪽으로 굵은 크롬테를 둘러, 범퍼에 장식한 크롬과 세 개의 동그란 램프 주위를 크롬으로 장식한 헤드램프가 잘 어울리면서 고급스럽다. 범퍼 아래쪽에는 가로 핀이 달린 대형 흡기구를 마련하고 좌우에 안개등을 달았다. 실용성이 강조된 독일 차답게 우측 사이드 미러는 좌측의 것에 비해 작아 직접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뒷 모습은 심플하지만 V6 4MOTION 엠블렘이 강인한 인상을 심는다. 뒷 범퍼에도 크롬을 두르고 아래에는 주차 보조 센서를 달았다.


엔진은 V6 30밸브 2,771cc로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8.5Kg.m의 큰 힘을 발휘하며 최고시속 233Km, 0 ~ 시속 100Km 가속 9.8초의 성능을 낸다. 트랜스 미션은 팁트로닉 기능이 있는 자동 5단이며 아우디 콰트로를 통해 뛰어난 안정성을 입증한 4륜 구동 시스템을 얹어 항시 네 바퀴를 굴린다. 서스펜션은 앞 멀티링크, 뒤 더블 위시본이다.

밝은 회색의 가죽과 우드 그레인, 크롬으로 단장한 고급스런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가운데 부분을 스웨이드로 꾸민 두툼한 투톤 가죽 시트로, 일반 가죽 시트에 비해 훨씬 더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 골프나 보라의 가죽 시트처럼 옆구리 날개를 도드라지게 만들진 않았지만 몸을 잘 잡아준다. 전동식으로 위치 조절이 되며 열선이 내장되어 있어서 겨울에 가죽의 찬 느낌을 덜 수 있다. 우드와 가죽으로 꾸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골프와 같은 모양이지만 두툼한 우드의 매끈한 감촉이 좋다.


골프의 것을 많이 닮은 계기판은 시원시원한 두 개의 큰 원에 크롬을 두르고 눈금을 세분화해 고전적인 느낌을 주면서 가운데 사각형 모니터를 통해 트립 컴퓨터의 각 종 정보를 제공한다.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면 밝은 청 보라빛 불이 예쁘게 들어온다. 우드로 장식한 센터 페시아에는 전자동 에어컨과 CD체인저 연결 오디오와 함께 가운데 재미있는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 위주로 좌우 음량을 세팅해 주는 버튼과 함께 다양한 음색의 사운드를 원터치로 선택할 수 있는 전자식 이퀄라이저가 그것인데, 버튼을 따라 가늘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ABS와 함께 자세 안정장치인 ESP가 마련되어 있고, 운전석, 조수석, 사이드 에어백 및 윈도우 에어백까지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4모션 자체가 안전한 주행에 큰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글, 사진 : 박기돈(nodikar@megau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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