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투아렉 V10 TDI 인디비주얼이 부분 변경되면서 더 똑똑해졌다. ACC와 ABS 플러스 같은 최신 장비는 주행성과 편의성을 더욱 높여주는 한편 운전자의 짐을 덜어준다. V10 디젤은 스트레스 없는 가속과 여유로운 크루징을 가능케 하는 일등 공신이다. 투아렉 V10 TDI는 세계에서 가장 큰 디젤 엔진의 SUV라는 상징성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SUV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널린 게 SUV라지만 V10 디젤의 SUV는 투아렉 V10 TDI 뿐이다. 세월이 흐른 후 V10 디젤을 소유 또는 타봤다는 자체가 얘깃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은 작금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유가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살펴보면 안 오르는 것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는 물론 철강 등의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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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는 ‘이게 다 브릭스 때문이다’라고 말하지만 경제 발전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잘 살 권리가 있다. 거기다 각 국가들은 규정의 고삐를 한껏 조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배기량 V10 엔진이 계속 생명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벌써 BMW와 벤츠는 8기통 디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V6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굳이 8기통을 안 만들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배경에는 유럽의 CO2 규정과 미국의 CAFE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유럽 CO2와 미국 CAFE만 알면 최근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 파악은 한 방에 된다. 모든 트렌드와 정책이 저 두 요소를 염두에 두고 돌아간다. 유럽 CO2와 미국 CAFE가 중요한 이유는 두 시장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가 뜬다 하지만 여전히 무게 중심은 유럽과 미국에 있고 신흥 시장들의 규정도 선진화된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메이커들의 기본 요소는 유럽 CO2와 미국 CAFE를 만족하는 데 있다.
유럽 CO2와 미국 CAFE는 자동차 회사들의 초미의 관심이다. 두 규정은 공교롭게도 작년 내내 규정 강화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 상향 조정안이 발표되었다. 두 규정은 세부적인 면에서는 포커스가 다르지만 결과는 사실상 같다. 유럽은 CO2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은 평균 연비를 규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내용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연비를 높이면 배기가스는 줄어들고, CO2 배출량을 낮추면 연비는 좋아지게 되어 있다. 요즘 나온 모든 정책과 신차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물론 심지어는 뉴 벤츠 SL에 이전에는 없던 280 모델이 추가된 것도 조금이라도 평균 CO2와 연료 소모를 끌어내리기 위함이다.
어쨌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젤이던 가솔린이던 대배기량, 다기통 모델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아렉 V10 TDI가 더욱 특별한 모델이 된다.
외관 변화는 소폭, 실내는 인디비주얼의 고급스러움 강조
부분 변경된 투아렉은 외관의 변화는 소폭에 그쳤지만 여러 디테일들이 달라졌다. 앞은 최근의 다른 폭스바겐처럼 변경된 헤드램프가 가장 눈에 띄고 그릴 주위에도 메탈을 입혀 분위기 변신을 꾀했지만 구형 대비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범퍼 하단의 벌집 그릴은 면적이 커서 투아렉을 더욱 커보이게 한다. 측면의 디자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뒷모습에는 테일램프에 짙은 틴팅이 추가되었고 지붕 위에 달린 날개의 모양과 색상이 달라진 정도이다. 뒤만 본다면 펑퍼짐한 엉덩이가 주저앉은 모습이 대형 왜건을 연상케 한다. 이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카이엔과도 일맥상통한다. 외관에는 V10 TDI 로고와 20인치 대형 휠이 차별화 된다. 20인치 휠은 투아렉이 워낙 우람해 그 크기만큼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투아렉의 평상시 차고는 에어 서스펜션의 중간 모드로 설정되는데 휠 하우스의 갭이 상당하다. 타이어와 펜더 사이에 볼펜 한 자루 들어갈 정도이다. 이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험로는 문제없어 보인다. 타이어는 275/40 사이즈의 컨티넨탈 4×4 스포트컨택이다. 오프로드까지 아우르는 디자인이지만 온로드에 더 적합한 패턴이다. 시승차의 20인치 휠은 성한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곳곳에 상처가 많았다. 앞 타이어의 경우 마모 정도가 꽤나 심했다.
국내에 출시된 투아렉 V10 모델은 여전히 인디비주얼 패키지이다. 실내는 황토색 가죽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어 검은색 일색이었던 기존 폭스바겐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인디비주얼 패키지는 소재의 질감에서 폭스바겐과 확실히 차별화 된다. 시트와 도어트림에 집중적으로 쓰인 이 가죽 패키지는 질감이 매우 우수하고 고급스럽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는 메탈과 우드그레인을 적절히 섞었다. 우드그레인의 색상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시트의 가죽은 기존의 스포츠 타입 보다 확실히 고급스럽지만 약간은 미끄럽고 쿠션도 조금 부드럽다. 하지만 V10 TDI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V10 TDI는 GTI 같은 날랜 움직임 보다는 먼 거리를 편하게 갈 수 있는 크루저 타입이기 때문이다. 투아렉은 요즘의 SUV와 달리 오프로드 성능도 포괄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시트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터프한 오프로더 보다는 도심형 SUV 또는 승용에 가깝다. 운전자를 둘러싼 사방의 공간이 매우 여유롭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모니터 주위의 인터페이스는 다른 폭스바겐과 맥을 같이 하고 하단에는 듀얼 공조 장치들이 큼직하게 배치되어 있다. 국내에서 달은 내비게이션은 최근의 아우디 A8처럼 리모컨의 모드 버튼을 눌러야 이용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사용 중에는 라디오 등의 버튼이 먹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그럴 땐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오디오를 컨트롤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터치스크린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상의 문제점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단지 모니터의 화질과 맵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옥에 티이다. 몇몇 메이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수입차 메이커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다른 부분과 다르게 센터페시아 몇 개 버튼의 조작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두툼한 기어 레버에 박힌 V10 로고는 특별한 투아렉임을 알린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시동 버튼과 사이드미러 조절 버튼, 그리고 그 뒤에는 디퍼렌셜과 차고 조절 스위치가 나열되어 있다. 디퍼렌셜과 차고 조절 스위치는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위치해 있고 주행에 필요한 기능은 로터리 스위치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댐핑 조절은 스포트와 오토, 컴포트 3단계로 조절되며 역시 조작이 간단하다. 댐핑 모드 조절에 따라 하체의 단단해지는 정도와 차고가 조절되는 모습이 신속하다.
스티어링 휠에는 많은 버튼이 모여 있다. 우측에는 핸즈프리와 오디오 볼륨, 트립 컴퓨터 버튼이 모여 있고 좌측에는 ACC 스위치가 있다. 트립 컴퓨터 메뉴로 들어가면 세부적인 세팅이 가능하다. 라이트 메뉴만 해도 발치를 비추는 조명의 강도와 데이타임 런닝 기능의 활성화 여부도 세팅할 수 있다. 계기판은 크롬 링을 두른 5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속도계와 회전계의 시인성이 아주 좋다. 속도계는 320km/h에서 280km/h로 스케일 다운됐다.
공간이 넓은 만큼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도어 포켓도 크지만 대시보드 상단의 수납함은 자잘한 물건을 보관하기 안성맞춤이고 2단으로 열리는 센터 콘솔 박스도 충분한 크기이다. 사이드 미러는 워낙 커서 대충 맞춰도 시야가 너무 좋다.
2열 역시 1열과 동일한 가죽 시트가 적용되었다. 2열은 편의 장비가 부족하긴 하지만 고급 가죽 패키지가 충분한 만족감을 주고 발치에는 은은한 조명도 곁들여 진다. 등받이 각도는 조절 안 되지만 간단히 폴딩할 수 있어 필요할 경우 적재 공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2열의 공조 장치 역시 듀얼이 지원되며 따가운 햇살을 막을 수 있는 블라인드도 마련된다. 트렁크 역시 차 크기에 맞게 널찍하다. 개폐는 모두 전동식으로 작동하며 플립업 글래스도 있다. 트렁크 안쪽까지 꼼꼼하게 마감재를 덧댄 것이 눈에 띈다.
막강 토크의 힘, ACC로 더욱 영리해져
시동 버튼을 누르면 10개의 실린더에 착착 불이 붙는다. 4기통 또는 V6의 일발 시동과 사뭇 다르다. 이 느낌은 V12에 더 가깝다. 공회전 소음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숨소리가 거칠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기세이다. 가솔린 못지않은 요즘 디젤과는 접근법이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엔진 음량이 평균 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음색이 다를 뿐이다.
투아렉 V10 TDI는 엔진 사양은 동일한데 2년 전 보다 더 잘 나가는 느낌이다. 정지 상태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응축된 힘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꼭 엔진의 힘이 페달을 밟고 있는 발바닥 아래로 지나가는 것 같고 4개의 20인치 휠이 헛돌기라도 할 기세이다.
투아렉 V10은 200km/h까지는 거침없이 속도가 상승한다. 높은 차고와 무게를 감안할 때 이정도면 가속력이 멈출 것 같지만 막강한 토크가 있기에 최고 속도까지 꾸준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고속에서도 자세는 매우 안정적이다. 직진 시 가볍게 운전대만 잡고 있어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없다. 타이어가 노면에 밀착되는 느낌이 일품이다. 간헐적으로 앞쪽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만 키 큰 SUV로 풍절음은 적은 편에 속한다. 거기다 방음이 우수해 기본적으로 소음이 많고, 거기다 거의 다 닳은 타이어를 달았음에도 바닥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의 양은 적다.
공회전에서는 숨소리가 거칠지만 정속 주행할 경우 그런 야성은 살며시 사라진다. 다른 디젤들처럼 토크 밴드 내에서는 오히려 더 조용해진다. 약하게 가속 페달을 온오프 할 때 들리는 터보의 작동음은 자극적인 맛도 있다.
부분 변경된 투아렉은 ACC가 가장 특징적인 장비이다. 사실 ACC가 적용된 투아렉은 예전부터 국내에 들어와 있었지만 그동안 불법체류자(?) 신세였다가 제네시스와 체어맨 W 덕분에 오버그라운드로 나오게 됐다.
투아렉 V10의 ACC는 체어맨 W처럼 최신 유닛이다. 체어맨 W와 인터페이스는 다르지만 성능은 동일하다. 30km/h 이상에서는 달리는 상태에서 \'SET\' 버튼을 누르면 그 상태부터 ACC 기능이 활성화 된다. 거기서부터 위아래 버튼을 누르면 속도가 10단위로 증가하고 SET와 LESS를 누르면 1단위로 속도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ACC로 세팅 가능한 최고 속도는 200km/h로 180km/h의 체어맨 W, 150km/h의 파사트 V6 4모션 보다 높다.
차간 거리는 작은 다이얼로 조절한다. 차간 거리는 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그 상태가 계기판 화면에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 꽤나 멋지다. 스캐닝 범위가 넓은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같은 차선의 앞차가 우측으로 차선 변경할 경우 좌측 뒤 타이어가 차선을 벗어나야 재가속이 시작된다.
투아렉 V10의 ACC는 차가 완전히 멈추지만 않는다면 운전자는 운전대만 돌리면 된다. 알아서 가감속이 되고 제동을 건다. 그리고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능이 살아있는 게 2세대와 다른 점이다. 사실 벤츠 E 클래스 등에 달린 2세대까지만 하더라도 ACC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체어맨 W를 계기로 기자가 가장 맘에 드는 장비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2세대와의 성능 차이가 있다. 계속 사용하다보면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에서도 자꾸 ACC를 켜게 된다.
물론 ACC가 만능이 아니다. 동행한 파사트 V6 모션을 상대로 테스트 해 본 결과 센서의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갑자기 전방에 물체가 끼어들 경우 미처 반응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신호와 함께 경고음이 울릴 뿐이다. 센서 또는 통신 기술(플렉스레이?)이 더 발전한다면 ACC의 성능도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2톤이 넘는 무게지만 제동력은 기대 이상이고 높은 속도에서도 좌우 밸런스가 우수하다. 타이어의 마모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급제동시 억세게 차를 잡아 누른다. 특히 댐퍼를 스포트 모드로 설정하면 제동 시 노즈다이브 현상이 더 줄어든다. 신형 투아렉에는 급제동 시 자갈이나 모래밭에서의 제동거리를 20%까지 단축시켜주는 ABS플러스와 브렘보 브레이크도 기본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평상시에는 중간 차고를 유지하다가 일단 달리면 최저치로 내려간다.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주행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스포트 모드를 추천할 만하다. 스포트 모드는 승차감도 나쁘지 않으면서 평상시 보디의 움직임도 가장 안정적이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갈 때 SUV로서는 이례적으로 언더스티어가 나지 않고 리어가 잘 따라오는 것도 구형과 동일하다. ESP의 개입 시기도 SUV로서는 늦은 편에 속한다. ESP는 버튼으로 꺼도 한계 상황에서는 다시 살아난다.
세계에서 유일한 V10 디젤을 얹은 투아렉은 상징적인 면이 더욱 크다. 디젤 엔진에 있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폭스바겐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엔진만큼이나 화려한 인디비주얼 패키지와 첨단 장비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순간적인 기름값에 유난히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 1억이 넘는 5리터 디젤 SUV는 그야말로 사치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 말한 것처럼 V10 디젤의 투아렉은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스페셜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