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6, 5, 3시리즈로 연결되는 BMW 코리아의 라인업에 막내인 1시리즈까지 추가되었다. 1시리즈 중 쿠페와 디젤엔진의 조합인 120d 쿠페가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급 디젤모델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경우였으나 이젠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BMW도 매우 공격적으로 자사의 디젤 라인업을 한국시장에 투입시키고 있다. 컴팩트한 차체에 BMW의 특징을 한 가득 담고 있는 120d 쿠페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소형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를 짚어보라면 폭스바겐 골프 때문이겠다. 특히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골프 GTI는 젊은 층의 사랑을 받으며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로 자리잡았고, 볼보 C30, 푸조 207, BMW 미니 등이 골프의 대항마로 맞서왔다. 예로부터 중형급 이상이 판치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이러한 소형 해치백들의 아기자기한 전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은 기자뿐만이 아니었으리라. 가격대로 보면 혼다 시빅이나 미쓰비시 랜서가 준중형 수입차로서 이들과 맞선다 할 수 있겠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는 벤츠가 B클래스를 My B라는 이름으로 출시, 해치백과는 성격이 다른 크로스오버 형태의 소형차로서 주로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으며, 아우디는 골프 GTI와 파워트레인이 같은 자사의 해치백 모델인 A3를 출시해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국 수입차 시장의 절대강자 BMW 또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구경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겠다.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BMW가 한국시장에 투입한 모델이 바로 120d라는 소형 쿠페이며, 해외에서는 5도어, 3도어 해치백이 먼저 태어난 후 쿠페와 카브리올레까지 파생된 것이 1시리즈다. 여기에 얹히는 엔진 라인업 또한 가솔린과 디젤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데, 한국시장에는 왜 하필 쿠페와 디젤엔진의 조합인 120d가 출시된 것일까.
기자 개인적으론 가솔린 트윈터보 심장의 135i가 입국하기를 간절히 바래왔으나, 주력모델인 5시리즈에 535i도 없는데 한국에선 틈새모델 역할을 맡게 될 1시리즈에서 135i를 원한다는 건 한낮 꿈에 불과한 바램이겠다. 어찌 보면 BMW 특유의 주행성과 차원 높은 디젤엔진의 조화, 그리고 적당한 가격까지. 이 모든 걸 감안했을 때 눈에 딱 들어온 모델이 바로 120d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보면 BMW의 이러한 선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깃들여져 있다는 것이 공감되기도 한다.
아무튼, 앞서 열거한 타사의 소형급 모델들이 모두 정해진 공식처럼 앞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 공식을 깨고 주행성을 강조하는 메이커답게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BMW의 다이나믹함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모델이 바로 1시리즈다. 또한 작년에 출시된 승용 디젤 라인업인 320d와 520d에서 이미 성능과 연비 등의 우수성이 입증된 2리터 디젤엔진을 더 작은 차체에 품고 있으니, 막내인 120d는 형들이 닦아놓은 길을 뒤따라 더 경쾌하게 달릴 일만 남았다.
시승차로 눈앞에 나타난 흰색의 1시리즈는 보는 순간 심상치 않았다. 뭔가 튜닝이 되어있는 겉모습이 매우 스포티하고 예쁘장했는데, BMW 퍼포먼스 패키지로 한껏 멋을 부린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멀 모델도 기본적인 디자인에는 변함이 없지만, 완성도 높은 순정 튜닝파츠로 무장한 이녀석은 첫 대면부터 기자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앞모습은 한눈에 BMW임을 알아볼 수 있는 패밀리 룩 안에서 1시리즈만의 개성이 돋보인다. 키드니 그릴은 여전하고 뒤트임으로 큼직해진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인상을 풍겨내며, 스포티한 디자인의 범퍼와 카본 립 스포일러가 짧은 오버행과 어우러져 잘 달리는 후륜모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측면은 도어손잡이 위로 높게 지나가는 캐릭터 라인에 은색 스트립이 가미되어 있고 하단의 사이드스커트와 카본 사이드미러, 그리고 BMW 퍼포먼스라는 로고가 새겨진 18인치 휠과 그 안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금빛 캘리퍼 등이 기본적으로 독특하고 날카로운 라인의 옆모습과 조화를 이뤄 스포티함을 뽐내고 있다. 높게 솟아 있는 루프라인은 자그마한 쿠페인 1시리즈에선 귀여움으로 느껴진다.
후면부는 다른 BMW 모델들과의 차이가 가장 도드라지는 1시리즈 쿠페만의 독특한 엉덩이에 카본 리어스포일러와 리어디퓨져가 장착되어 스포티함의 극치를 살려내는 분위기다. 컴팩트한 사이즈지만 전체적으로 빵빵한 몸매에 BMW다운 날카로운 라인들이 조합되어 귀여우면서도 당당한 이미지를 풍겨내고 있으며, BMW 퍼포먼스 패키지로 치장한 시승차는 스포티함과 멋스러움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120d의 시승 날엔 마침 320d와 함께 출사를 나가게 되었다. 눈에 익을 대로 익은 형과는 달리 새롭고 흔치 않은 외모의 동생 120d가 기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막내자리를 뺏기는 것 같아 요즘 왠지 서글픈 마음이었던 320d는 한동안 구석에서 삐져있기도 했다. 그런 320d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120d는 개성이 강한 만큼 보는 이에 따라 선호도가 확실히 갈릴 수 있는 외모라 할 수 있겠다.
외모로 사랑을 독차지했던 120d의 실내를 살펴보면 삐져있던 320d의 마음이 조금은 풀릴 법한 모습이다. 한 체급 낮은 후륜구동 방식이라 다소 좁을 수 밖에 없는 실내공간도 그렇고, 처음엔 수동식 에어컨과 열선이 없는 시트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시승차와 달리 출시되는 모델에는 모두 열선시트가 장착되어 있으며 오토 에어컨, ECM룸미러, 크루즈컨트롤, 도어 손잡이 조명, 운전석 메모리 시트, 조수석 전동 시트 등의 어지간한 편의장비들이 트림별로 포함된다. 하지만 120d의 성격상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하는 것 보다는 가격을 고려해 적당히 구성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전체적인 실내의 분위기는 3시리즈보다 더 간결하고 더 스포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플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iDrive가 없는 간결한 구성은 함께한 320d와도 닮은 부분이지만, 120d만의 특징이라면 보다 큰 송풍구, 메탈그레인, 그리고 기어변속레버 주변 우측에 꽂을 수 있는 6시리즈와 비슷한 컵홀더가 있다.
BMW 퍼포먼스 패키지의 또 한 가지 장비가 외관 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레이싱카 같은 분위기의 알칸타라 재질이 섞인 스포츠 스티어링휠이다. 상단에는 신기한 정보 창 3개가 포함돼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운데 작은 창은 각종 정보를 표시해주는 패널이며, 양쪽엔 엔진회전수에 따라 LED가 그래프처럼 점등되는 시프트 인디게이터가 위치해 있다. 조작은 안으로 숨어 보이지 않는 좌우 엄지손가락 주변의 작은 버튼으로 하게 되는데, 마치 F1경주차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한 장비로서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이것저것 조작해보면 타이머, 0-400m기록, 횡가속도 수치, 수온계 등을 측정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컴팩트하지만 엄연히 2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윈도우 프레임 없는 도어를 활짝 열고 앞 시트를 젖혀야만 뒷좌석으로의 탑승이 가능하다. 시트는 4인승인데 앞좌석 승객이 넉넉하게 앉아버리면 뒷좌석에는 자그마한 여성이나 어린이만이 탑승해야 되겠다. 6:4로 분할 폴딩되는 리어시트와 연결된 트렁크 공간은 꽤나 넉넉하고 바닥을 열어보면 앞 뒤 무게배분을 위해 배터리가 위치해 있는 것이 보인다. 또한 앞쪽의 엔진룸에서 최대한 뒤로 밀어 넣은 엔진, 후륜구동방식 등의 조합으로 실내공간에는 조금 손해를 볼지언정 기어이 50:50의 무게배분을 만들어낸 것은 역시 BMW다운 처사다. 퍼포먼스 패키지인 시승차의 엔진룸엔 멋진 카본 스트럿바가 장착돼 있어 기본적으로 높은 쿠페의 차체강성을 더욱 받쳐주고 있다.
1시리즈에 탑재되는 다양한 엔진 중에서 한국형 모델로 선택받은 120d의 심장은 차명 그대로 2리터 디젤엔진이다. 320d와 520d에도 얹혀있는 이 엔진은 최고출력 177마력/4000rpm, 최대토크 35.7kgm/1750rpm~3000rpm의 당찬 파워를 발휘한다. 더군다나 5와 3보다 더 작고 가벼운 1이기에 같은 파워라도 더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며, 320d보다 살짝 타이트하게 조정된 초반 기어비의 영향을 받아 0-100km/h 가속에서도 약간 더 빠른 7.8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속도는 226km/h.
자동변속기 또한 형들과 마찬가지로 6단 스텝트로닉이 매칭된다. 수동모드의 반응에 있어서 적극적인 사용이 아쉽고 패들시프트도 없기 때문에 컴팩트하고 스포티한 120d에서는 수동모델의 부재가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그 아쉬움은 가솔린 3.5리터 엔진에 버금가는 35.7kgm의 최대토크로 충분히 달랠 수 있게 된다. 기어변속레버를 DS모드에 놓고 BMW 특유의 즉답식으로 반응하는 가속페달을 밟아대면 경쾌하게 치고나가는 체감속도 또한 320d와 마찬가지로, 아니 120d에서는 보다 와일드하게 느껴진다. 물론 실제 수치는 탑승 인원, 타이어의 상태 등에 따라 역전될 수 있을 만큼 미세한 차이다. 정말 만족스러운 점은 BMW라는 독일 프리미엄 혈통답게 작은 차체임에도 고속에서의 묵직한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시승차는 BMW 퍼포먼스 로고가 새겨진 18인치 휠에 앞 215/40R18, 뒤 245/35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세팅되고 스포츠 서스펜션까지 장착돼 있어 가뜩이나 3시리즈보다 단단한 하체를 더욱 하드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토크감이 좋은 120d라 해도 너무 과한 하체 세팅이 아닌가 싶다. 이정도면 535d에 올라가는 3리터 트윈터보 디젤은 되어야겠다는 농담이 오고갔을 정도니 말이다. 3시리즈나 5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가운데 최소한의 승차감을 잃지 않는 그 세련된 감각을 벗어나 단단한 정도가 아니라 딱딱한 느낌인데, 과도한 하체 세팅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의 영향도 있다.
이렇게 노면을 많이 타는 시승차의 하드한 신발과 하체가 코너에서는 매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와인딩 코스를 공략하며 느껴지는 핸들링과 차체의 반응은 마치 후륜구동이 아니라 사륜구동과 같은 뉴트럴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다만 노면상태가 불규칙한 급코너에서 요철이라도 지나게 되면 그 부분을 밟은 리어가 통통 튀어 올라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역시 차량의 퍼포먼스는 타이어나 노면상태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체가 엔진을 과하게 잡아먹는 시승차의 이러한 세팅 때문에 국내 출시된 1시리즈는 소수 매니아들에게만 선택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다. 시승차에 장착된 BMW 퍼포먼스 패키지는 따로 선택하는 액세서리일 뿐, 판매되는 1시리즈 세 가지 트림(120d 기본형/120d 하이/120d 스포츠) 중 기본형과 하이 버전에는 노멀 서스펜션, 16또는 17인치 휠, 앞 뒤 205/55R16 혹은 205/50R17 사이즈의 타이어 등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시승차의 오버스펙과 비교해보면 뭔가 감이 온다. BMW는 결코 바보가 아닌 것이다.
퍼포먼스 패키지로 무장한 120d의 시승 내내 17인치 휠, 타이어와 노멀 서스펜션이면 성능과 연비, 승차감에서 딱 좋은 타협이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다가 헤어졌는데, 그 후 시간이 지나 정식 출시될 120d의 제원표를 손에 받아든 순간,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며 혼자 맞장구를 쳤다. 물론 출시 모델의 하체도 기본적으론 3시리즈보다 단단하겠지만 그것은 더 컴팩트하고 경쾌한 120d에 대한 맞춤형 세팅일 뿐, 시승차에서 느꼈던 과한 느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출시되는 라인업에서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120d 하이 버전을 기준으로, 성능에 더 비중을 둔다면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되는 120d 스포츠를, 부드러운 주행과 연비/가격 등 실속을 중요시한다면 120d 기본형을 선택하는게 현명하겠다.
120d 쿠페의 개성 있는 외모나 경쾌한 주행성능에 가려져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연비다. 320d나 520d와 마찬가지로 15.9km/l 의 1등급 연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더 작고 가벼운 120d이기에 실제 연비는 왠지 더 앞설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다. BMW의 클린 디젤엔진은 기술력, 성능, 연비 모두 현시점에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수준이다. 320d와 120d를 통해 경험한 2리터 엔진의 연비는 다른 1등급 차량들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유했음에도 우월한 모습을 보였다. 최대토크가 60kgm에 달하는 3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535d의 연비가 12.9km/l 에 달하니 이 정도면 말 다했지 싶다.
작년 가을 535d의 시승기에선 미처 언급하지 못했었는데, 당시 BMW 파워 디젤 드라이빙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320d, 520d, 535d와 X5 3.0d, X6 3.0d까지 십여대가 넘는 디젤모델에 나눠 타고 와인딩이 포함된 50km정도의 국도를 달리며 펼쳐진 연비 왕 선발 테스트가 있었다. 그 때 메가오토 팀은 535d에 탑승해 일부러 일렬로 출발하는 차량들의 가장 후미에서 시작, 그 후 한 대씩 차례로 추월해 결국엔 선두 차량까지 모두 사이드미러 안에 집어넣고도 연비에서는 2위를 차지하는 믿기 힘든 결과를 연출했었기에 BMW 디젤엔진의 매력에 홀딱 반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때 120d가 있었다면 선두까지 치고나가는 건 몰라도 연비에서는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으리라.
에필로그 이제 한국시장에서 미니를 제외한 BMW의 막내 자리는 1시리즈가 차지하고 들어섰다. 그것도 120d 쿠페, 요즘 대세라 일컬어지는 쿠페와 디젤엔진의 조합이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결론적으론 지금의 한국시장에서 젊은 층의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BMW의 브랜드 가치, 스타일리쉬한 쿠페 스타일, 클린 디젤엔진의 성능과 운전재미, 그리고 매우 우수한 연비까지.. BMW 120d는 작지만 당당하고 범상치 않은 녀석임에 틀림없다. 또한 다른 BMW 형들의 이미지에 전혀 흠이 되지 않을, 아니 오히려 가장 BMW다운 다이나믹한 성격을 뽐내며 밑에서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믿음직한 막내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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