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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멈추는 마법의 지니 ☆ 볼보 XC60 D5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 불리는 신기술로 인해 \'세계 최초 알아서 서는 차\' 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볼보의 차세대 크로스오버 XC60은 뚜렷한 상품성과 함께 여러모로 흠잡을 곳 없는 실력을 보여주며 신세대 볼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 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XC60을 만나보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기자에겐 6년 넘게 만나온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있다. 카 에디터와 패션 디자이너라는 서로의 직업 특성상 지금은 둘 다 너무 바쁜 나머지 만날 시간이 별로 없어 아쉬운 상황.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에 푹 빠져 결국 직업까지 바꾼 기자인지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여자친구도 처음엔 차에 별 관심이 없다가 지금은 가끔씩 기자도 놀랄 정도의 안목을 보여줄 때가 있다.

드문 경우지만 어쩌다 시간이 맞아 잠시 시승차를 타보기라도 하면,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조수석 시승만으로 그 차의 특성을 콕 집어내곤 한다. 예를 들어, \'이 차는 가속할 때 치고나가는 맛이 부족한 것 같아\' 라던가 \'이건 하체가 단단해서 승차감이 맘에 들어\' 혹은 \'디자인은 괜찮은데 좀 시끄럽고 주행느낌이 별로네\' 라며 한마디씩 하는데, 그게 참 신기하게도 다 맞는 말이라 그 차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 이틀 열심히 시승한 기자의 노력이 무안해질 정도로 단 몇 분 만에 한 두 마디 던지며 정리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여자친구가 이번 XC60의 시승 때 시간이 맞아 조수석 시승을 20분 정도 해보고 던진 말들이 있다. 처음 XC60의 모습을 보고는, \'이게 볼보야?\' 그리고 출발한 뒤 3분 후, \'얘는 SUV인데 코너에서 안정적인 것 같아\' 다시 5분 후, \'디젤인데 이정도면 부드럽고 조용하네\' 10분 후 정체된 구간을 지나고 나선, \'치고나가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차도 이쁘고 달리는 느낌도 좋아, 그리고 편해\'

짧은 시간동안 후한 평가(?)를 받은 XC60은 기분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기자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이번에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직업을 바꿔야 하나?\' \'나 모르게 어디서 XC60을 타본 게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하면서 XC60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아차.. 여자친구 이야기는 그만 해야겠다. 왜냐하면 XC60의 사진을 촬영한 기자님이 얼마 전 여자친구와 이별하고 한창 우울한 상태이기 때문.


볼보의 차세대 크로스오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드높였던 2007년 당시 컨셉카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양산형으로 태어난 XC60의 외관은 \'이게 볼보야?\' 라고 했던 여자친구의 말처럼 예전의 딱딱했던 모습을 훌러덩 벗어던진 신세대 볼보의 디자인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해치백인 C30에 이어 또 다시 한 단계 변모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승차로 눈앞에 나타난 녀석은 멋진 티타늄 톤의 19인치 신발과 아이스화이트 색상의 스포티한 몸매가 잘 조화되어 멋진 자태를 뽐냈기 때문에, 카메라를 잡은 박 모 기자님도 새하얀 XC60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동안에는 이별의 슬픔을 잠시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차마 물어보진 못하겠다.

XC60의 전체적인 모습은 근육질이면서도 우아한 멋이 풍기면서 직선도 곡선도 아닌 절묘한 라인들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내며, 크로스오버의 특징에 볼보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스며들어 있다. 더욱이 세부적인 디테일에선 패션카들 뺨칠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전면에선 커다란 사선의 볼보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양쪽의 V형 LED 램프, 측면에선 강인하게 주름 잡힌 상단 캐릭터라인과 하단의 은색 스커트, 후면부엔 예술적인 라인의 리어램프 등이 그러한 요소들이다.

측면을 보면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길게 누운 A필러, 과감하게 꺾인 D필러 때문에 이 모습 그대로 스포티한 해치백 버전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뒤에서 바라본 엉덩이는 실제 사이즈보다 풍성한 볼륨감을 뽐낸다.


짙은 갈색과 베이지톤이 조합된 실내 인테리어는 스포티한 외관 대비 좀 더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표방하는 볼보의 인테리어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미가 돋보이며, 모던한 느낌이 주가 된다.

조수석까지 8방향 전동, 운전석은 3인분의 메모리가 저장되는 시트는 볼보 특유의 헤드레스트 디자인이 여전하다. 불만이 있다면 자세를 잡아도 다소 불편한 시트인데, 아예 더 넓고 푹신하던가 몸을 더 지지해주던가 둘 중 한쪽으로 가는 편이 낫겠다. 다른 볼보 모델에서 많이 접했던 우드로 감싼 스티어링휠은 적당히 두툼해 그립감이 좋고 안쪽이 가죽이라 땀이 많은 기자의 손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볼보 특유의 큼직한 2링 형태 계기판은 원 안에 각종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창이 깔끔하고 시인성이 높으며, 야간에 계기판 위에서 내리쬐는 불빛이 은은하고 무드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키를 밀어 넣고 그 위에 소박해 보이는 시동버튼을 누르는 것 또한 다른 볼보 모델들과 일치하는 모습. 기어변속레버는 작고 도톰하며 레버를 당겨 각 레인지를 옮길 때의 감각이 약간 뻑뻑한 것도 볼보의 느낌 그대로다. 그래도 역시 볼보 인테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센터스틱이라 불리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으로서, 스티어링휠과 조화를 이룬 우드그레인의 품질도 만족스럽고 여성의 작은 백 등을 위한 뒤편의 수납공간이 쏠쏠하며, S40, S80, XC70보다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 디자인이 만족스럽다. 대쉬보드에서 팝업으로 튀어나오던 모니터는 이제야 비로소 안정감 있게 자리를 잡은 모습으로 화질이 우수하며, 원래 자리엔 디스플레이 정보 창이 위치하고 있다. 공조장치의 사람을 형상화한 풍향 버튼은 볼보라는 메이커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자리하고 있을 것이며, 하단엔 차선이탈방지시스템(LDW), 사각지대정보시스템(BLIS), 엑티브 바이제논 라이트(ABL) 등 안전의 대명사 볼보다운 장비들의 작동버튼이 나열되어 있다.

뒷좌석은 무난하고 편안한 공간을 갖추며 어린이를 위한 시트가 손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볼보차의 또 다른 메리트. 또한 등받이를 모두 접고 나면 두 명이 발 뻗고 누워도 될 만큼 커다란 적재공간이 연출된다. 여기서 XC60의 매력 포인트 두 가지가 추가되는데, 넓은 면적의 파노라마 썬루프와 전자동 테일게이트가 그것. 결론적으로 XC60의 많은 장비들은 기본기가 뛰어난 편이고 실내 곳곳의 짜임새도 훌륭하기 때문에, 편안하면서도 차분한 프리미엄의 분위기랄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XC60의 가장 큰 포인트인 시티 세이프티 기능은 별도의 작동버튼 없이 시동을 건 순간부터 시작되며,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앞 차량이나 큰 장애물 등에 추돌할 위험이 감지되면 순간적으로 급제동을 실시해 스스로 멈추어 선다. 실제 테스트를 위해 시도해보면 혹시나 오작동 되어 부딪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브레이크페달에서 쉽게 발을 떼기가 두렵지만, 눈 딱 감고 실행에 옮긴 결과 열이면 열 번 다 완벽하게 장애물 앞 30~50cm 정도에서 정지했다. 일단 장애물 앞에 거의 다 가서 급제동으로 멈춰서기 때문에 졸음운전이나 넋 놓고 있던 운전자가 화들짝 놀랄 정도의 수준이며, 정지한 후 수초 후에 제동이 풀리게 되니 다시 브레이크페달에 발을 올려놔야 한다.

시티 세이프티의 원리는 앞 유리 상단에 위치한 센서가 1초에 50회 가량 모니터링을 실시해 전방 7미터 이내에 있는 차량이나 장애물과의 간격을 체크하여 충돌 위험이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이나 스티어링휠 조작을 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제동을 걸어 간격을 줄이거나 완전히 멈춰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 빈번한 저속 추돌사고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모 보험사에서 자차보험료를 5.5%까지 할인받을 수도 있다. 신기하면서도 기특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현재는 앞차와의 추돌을 방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서, 차량이나 큰 장애물, 벽면 등만 100% 인식이 가능하며, 작은 오토바이나 자전거, 보행자 등은 인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볼보는 차후 보행자도 인식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된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출시된 XC60의 엔진은 S80과 XC90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2.4리터 5기통 터보 디젤로서, 최고출력 185마력/4000rpm, 최대토크 40.8kgm/2000~2750rpm의 출력을 발휘하며, 변속기 역시 S80, XC90과 마찬가지로 6단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가 매칭, 거기에 풀타임 AWD가 네 바퀴의 안정감을 더한다.

주행 감각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할 포인트는 XC60의 정숙성. 소음과 진동에 예민한 기자는 1억 전후, 그 이상의 디젤모델에서만 만족감을 느꼈을 뿐, 그 가격대 이하에선 진짜 제대로 조용한 디젤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XC60을 만나기 전에도 정숙성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실제론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XC60의 조용함에 혼자서 괜히 무안해지기도 했다. 분명 이중 접합 유리 등 각종 방음 대책이 꼼꼼하게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며, 훨씬 고가의 디젤 모델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수준이다.

가속페달의 감각은 무난한 가운데 전체적으로 한 템포 늦은 반응을 보이며, 힘껏 밟아 킥다운 해도 약간의 텀을 두고 뻗어나간다. 그런데 시승차를 받은 초반엔 주행 시 이러한 감각이 도드라졌는데, 이틀 동안 잘 학습하고 길들여졌는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수록 처음보다 쭉쭉 잘 뻗어나가는 맛이 느껴져 쏠쏠했다. 초반 가속은 약간 더딘 느낌이지만 이내 속도가 더해질수록 넉넉한 토크감이 돋보이면서 힘이 배가되는 느낌이며, 실용 영역에서의 주행은 시원스럽다. 다만 실용 영역이 끝나면서 170km/h 이후에는 제원 최고속도인 200km/h 까지 도달하기가 다소 힘겹고 더딘 편이다. 좀 더 잘 길들여진 후라면 고속 영역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하체는 결론부터 말해 대만족. \'얘는 SUV인데 코너에서 안정적인 것 같아\' 라고 말했던 여자친구의 말에 빗대어 보면, 조수석에서도 적당히 단단한 하체의 안정된 코너링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앞,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하체는 일상적인 주행에선 소프트한 감각이 주를 이루지만, 코너를 만나면 돌변하는 듯 AWD와 맞물려 안정된 거동을 보여주는데, 시승차의 19인치 휠과 트레드가 많이 남은 타이어 또한 한몫 거들었다. 핸들링 감각은 과하지 않게 약간 무거운 정도라 남녀노소 모두 거부감이 없을듯 하다.

엔진이 하체를 이기는 대부분의 도심형 크로스오버들과 달리 엔진과 하체가 적당한 조율을 이루고 있으며, 차후 더 높은 출력의 엔진과 감쇄력이 조절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FOUR-C)이 탑재된 XC60의 국내 출시가 더욱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수많은 안정장비들은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로 안전의 대명사 볼보다운 구성을 갖추고 있다.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 시 경고음을 울려주는데, 비슷한 기능의 다른 차종 대비 차선을 감지하는 정확도가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사각지대정보시스템인 BLIS는 이따금 옆에 차가 없어도 깜박이는 경우가 있어 정확도를 높이는 개선이 필요해 보이며, 가격 대비 모든 구성이 마음에 들지만 딱 한 가지 빵빵한 엉덩이를 위한 후방카메라의 부재는 주차할 때마다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주차 센서가 소리뿐 아니라 그래픽으로도 정확하게 표시해준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에필로그
기자는 최근 들어 시승기를 작성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뭔가 적나라한 비평을 바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기자 스스로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 정말 제대로 한번 흠집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매번 시승차를 테스트하고 시승기를 작성하면 결과는 그리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요즘 새로 출시되는 신차들은 대부분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크게 흠잡을 만한 단점을 노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는다 해도 자잘한 것들이라 읽고 넘어가 버리면 그런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직접 구매를 고려하며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분들과, 가격은 둘째고 일단 차를 먼저 보는 기자의 입장 차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객관적인 시승기? 사람이 쓰는 한 그런건 세상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XC60과 같은 모델을 만나면 참으로 난감한 것이, 이번에도 시승 전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듯 XC60을 제대로 털어보자\' 라고 마음먹었건만, 묵직한 도어를 여는 순간부터 만만치 않은 녀석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타면 탈수록 만족감이 높아지면서 장비가 충실하고 꼼꼼한 마무리가 돋보여, 결국 XC60은 참 잘 만들어진 녀석이라는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가격 이야기도 해야겠다. XC60은 결코 비싼 차가 아니다. 다른건 몰라도 안전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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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오토] 볼보 XC60 프리미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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