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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카리스마!!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4

베이비 람보르기니라 불리는 가야르도(Gallardo)의 최신 버전, LP560-4와 함께했다. 윗급인 무르시엘라고(Murcielago)에 비해 몇 배나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람보르기니를 견인하고 있는 인기모델인 가야르도는 페라리의 V8엔진 모델들을 타도하기 위해 태어났으며, 진화를 거쳐 2008년에 LP560-4를 선보였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람보르기니라는 메이커는 창업자인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페라리를 구입해 소유하며 자신이 느낀 문제점들을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에게 건의했다가 무시당하자, 페라리를 능가하는 스포츠카를 직접 만들어내기 위해 탄생시켰다. 오직 한 사람의 오기(?)에 의해 성난 황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구구 절절.. 역사, 역대 모델들, 경쟁 모델 등등 여러 가지 내용이 있겠지만, 그러한 것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접할 수 있는지라, 이번 시승기에선 그런 내용들로 분량을 할애하진 않겠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람보르기니 최초의 양산차인 350GT는 최고출력 280마력의 12기통 3.5리터 엔진에 수동 5단 기어를 얹고 0-100km/h 6.8초, 최고속도 250km/h의 성능을 발휘했는데,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64년의 모델이다. 그리고 불과 2년 뒤인 1966년에 출시된 미우라는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스포츠카로 회자되고 있으며, 미드쉽 방식의 1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37.6kg.m로 0-100km/h 6.7초, 최고속도는 280km/h에 달해 그 당시로선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차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 파가니 존다, 부가티, 코닉세크 등의 이름은 생소하겠지만 페라리, 람보르기니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테고, 차에 관심 많은 매니아 분들의 경우엔 한 번쯤 드림카로 꿈꾸게 되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드림카란 꿈의 차라는 건데, 사람이 만든 기계가 꿈이 될 정도면 얼마나 높은 수준이어야 하는지 쉽게 감이 오진 않는다. 물론 보통 사람들에겐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가격 때문에 꿈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꿈=돈 이란 현실적인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도 세삼 무리는 아니지만, 그 꿈을 먹고 살며 꿈을 위해 살고 꿈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슈퍼카라 하면 어느 시대에 태어났던 일반적인 양산차들과 확연히 다른 디자인으로 시대를 타지 않는 멋스러움을 자랑하게 마련이지만, 구형 대비 뭔가 훨씬 세련되어 보이는 LP560-4의 외관은 날카로움이 스며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까, 거대하고 묵직해 보이는 무르시엘라고 대비 훨씬 스마트하면서 카리스마 또한 잃지 않고 있다.

제대로 낮고(키 177cm인 기자가 옆에 서면 어깨와 허리 사이 정도) 넓은 차체는 날카로운 직선들이 과감하게 꺾이고 치밀하게 조합되어 완성되며, 특히 새하얀 색상과 버무려진 19인치 블랙 휠의 조합이 멋스럽다. 그밖에 자세한 디테일까지 설명하려면 끝이 없겠고 사용할 수식어도 금세 바닥나 버릴 것 같아 자제해야겠다. 다만 한 가지, 전고가 정말 낮기 때문에 녀석의 모습을 가만 서서 바라봐도 마치 계단 몇 개 올라가서 약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대체로 시승기 본문엔 차량의 전면, 측면, 후면을 한 장의 사진으로 조합해 집어넣곤 하는데, 조합한 사진을 보니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그간의 일반적인 모델들에 비해 확연히 다른 차이가 세삼 다시 실감난다. 날카로운 주둥이, 쫙 빠진 옆 라인, 카리스마 넘치는 엉덩이까지. 보통은 빵빵한 엉덩이, 풍성한 엉덩이, 섹시한 궁둥이 등으로 표현하지만, 이 엉덩이는 그냥 카리스마다.

달리는 모습은 더 가관(?)이다. 시승기나 프리미엄 갤러리엔 빠졌지만 주변의 다른 차량들과 어울려 달리고 있는 사진을 보면 녀석만 따로 합성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지경인데, 실제 모습을 봐도 마찬가지. 주변 차량들의 따가운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외관의 모습과는 달리 어둡고 차가운 실내 분위기는 음침한 동굴 안에 들어가 잠에서 깨어날지 모르는 맹수를 경계하며 잔뜩 긴장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승차의 인테리어 색상이 블랙이었으니 그러한 느낌이 더 했을 듯. 시트 포지션은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낮고 단단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착좌감은 보기보단 불편하지 않고 장거리 주행도 무난할 것 같은 감각이라 현 시대의 람보르기니라는 것이 세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계기판에선 340km/h 까지 표시된 속도계가 먼저 눈을 사로잡지만, 레드존이 8500rpm인 타코미터가 사로잡은 눈을 순간 커지게 만든다. 스티어링휠은 이 녀석의 와이드한 몸매를 조종하기엔 왠지 작게 느껴질 정도로 타이트하면서 묵직하고, 적당한 두께의 가죽이 손에 감기는 느낌은 마치 탄력 있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만질 때처럼 흐뭇하다. (남자의 로망인 스포츠카이니 표현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린다)

주행 중 기어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는 황소의 뿔처럼 양 쪽으로 뻗어 있는데, 스티어링휠을 정확히 9시와 3시로 잡는 기자의 습성으로는 당기는 위치가 다소 위에 있어 적응 전엔 불편하기도 했다. 기어변속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엔 SPORT, A, CORSA 라는 세 가지 버튼으로 주행특성을 조절할 수 있으며, 후진 기어는 따로 좌측 아래 마련된 R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전, 후진을 반복할 땐 꽤나 정신이 없어진다.

실내의 전반적인 장비들이나 조작감은 아우디에게 인수된 람보르기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지만, 아우디의 슈퍼카인 R8과 같은 수려함과 비교하면 왠지 투박하면서 간결하고 심플하며 하드한 느낌이 주가 된다.


이번 시승은 이런저런 에피소드들로 인해(차후 따로 편집해 소개해드릴 예정) 기자의 의지와는 달리 사전에 협의된 시간보다 일찍 작업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평소처럼 충분한 시승과 촬영에 임할 수 없었고 제대로 테스트하며 달려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외적인 상황과 더불어 하필 그날따라 도로의 1차선이 공사로 통제되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타까운 심정만 가득할 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구간이지만 엄청난 가속력으로 280km/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울 정도였으며, 최고속도엔 많이 모자랐지만 뻗어나가는 감각에서는 역시 슈퍼카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우디의 피가 섞인 10기통 엔진을 미드쉽으로 탑재한 LP560-4는 모델명과 동일한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55kg.m, 0-100km/h 3.7초, 최고속도 325km/h라는 수치를 자랑한다.

일단 A모드에 놓고 찬찬히 달리기 시작하면 아주 묵직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의 감각이 먼저 전해져오는데, 여느 평범한 스포츠카들의 하드한 감각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무겁기 때문에 특히 브레이크페달은 힘을 제대로 주면서 조작해야한다. 그에 비하면 스티어링휠은 무겁지만 다루기 쉬운 편이고, 조향감각은 와이드한 차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예리하다. 하체는 완전 단단하지만 톡톡 튀진 않으면서도 일체의 불안한 기색이 없는데, 이런 연구대상을 제대로 탐구하려면 역시 짧은 시승으론 한계가 있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의외인 점은 전체적으로 꽤나 편하다는 것. 베이비 람보르기니라 하지만 엄연한 슈퍼카이니만큼 오직 달리기만을 위한, 편안함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건 적응될수록 평상시 데일리카로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수동기반의 E-GEAR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거칠긴 하지만 이 또한 적응하기에 달렸을 뿐이다. 평범한 세단을 타다 쉽게 적응할 수는 없겠지만, 하드한 스포츠세단이나 대략 300마력 이상의 스포츠카에 적응되어 있다면 가야르도와 친해져 교감을 나누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주 짧을 것이다.


뒤에서 으르렁대는 엔진음은 높은 음색 없이 아주 저음으로 터지며 가속페달의 반응에 따라 때론 땅 밑에서 서서히 전해져 올라오듯, 때론 등 뒤에서 잡아먹을 것처럼 순식간에 몸을 감싸버리듯 분위기를 압도해버린다. 그렇게 10기통 엔진을 악기삼아 가속페달로 연주를 하면서 SPORT, 그리고 CORSA 버튼을 누르고 패들시프트를 추가해 양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느 새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있다.

가뜩이나 힘이 넘치는 황소를 날뛰게 만드는 CORSA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오히려 가속페달이 살짝 가벼워지면서 단번에 깊게 반응하고, 회전수가 상승하며 순간 도로를 박차고 튀어 올라 낮게 깔려 기울어짐 없이 날아가듯 미친 듯이 돌진해 나가면서 2배속, 아니 4배속은 될 법한 속도로 순간이동을 펼쳐 나가지만, 머릿속에 그린 라인과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이 따로 놀지 않는 이상 하체와 강성은 원하는 만큼의 높은 안정감을 전해주며, 모든 감각은 묵직하면서도 아주 예리하다.

그렇게 패들시프트의 오른쪽은 채찍질, 왼쪽은 고삐를 당기듯 번갈아 사용하며 가감속을 반복하다가, 전방의 여의치 않은 도로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길게 뻗어나갈 수 있는 라인을 발견한 찰나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눌러버리고 젖혀지는 몸을 시트에 맡긴 채 타코미터의 바늘이 우측에서 부르르 떨며 부러질 것 같은 순간 오른손가락을 까닥하며 내달리면, 실제인지 착각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차체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면서 속도계의 바늘이 어디 쯤 가있는지 힐끗 쳐다봐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그야말로 날개만 달면 순식간에 이륙해버릴 것 같은 가공할 속도감으로 뻗어나가 온몸을 흥분시켜버린다. 소름이 쫙 돋았다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는 듯..

그렇게 달리며 어느 때보다 저 멀리까지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면, 왼손가락으로 고삐를 당기며 무거운 브레이크페달에 집중하면서 가공할 스피드를 빠르게 잠재운다. 브레이킹 성능 역시 엄청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난폭한 속도를 감안하면 더 빨리 서고 싶어 아쉬울 지경이다.


에필로그
일반적인 양산차라면 2~3일 정도의 시승으로도 장단점과 성격을 대부분 끄집어내 분석해볼 수 있지만, 영역이 다른 슈퍼카인데다 시승 시간도 여느 때보다 짧았던 만큼 실제 장기간 운행하는 오너들이 느낄 수 있는 부분까지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다만, 한 차원 높은 성능임에도 그 성능에 비해 다가서고 친해지기 쉬운 녀석이라는 점과 함께 신세대 람보르기니의 성격은 강인함 속에 부드러움도 간직하고 있으면서 카리스마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각인되었다.

기자 개인적으론 여러가지 상황들 때문에 이처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승과 촬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원했던 작업의 만족도가 100%였다면 고작 60%밖에.. 수많은 시승 중 실망스런 작업으로 남았다. 이제 기약 없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떤 경로든 다시 성난 황소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땐 편안한 마음으로 90%이상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다만, 지금껏 그랬듯이 다른 괴물들과의 대결에서 성난 황소가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있어야겠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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