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고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매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 상반기 내수시장은 국·내외 메이커들이 앞 다투어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 성장률이 상승, 이른바 신차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계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가 증가했으며, 하반기 역시 국·내외 메이커에서 지속적으로 신차 출시가 예정되어 세계 시장과는 반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상반기 내수 판매의 뚜렷한 성과를 이루었던 메이커로는 기아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준대형 럭셔리 세단 K7을 시작으로, 진보적 도시형 CUV를 컨셉으로 개발된 스포티지R과 미래감각 다이나믹 세단을 표방하는 K5, 그리고 최근 GDI 엔진의 탑재와 해치백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대한 포르테에 이르기까지 2010년 상반기는 기아자동차의 신차가 쉴 새 없이 쏟아진 날들이었다.
지금의 기아자동차가 계속적인 신차를 쏟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6년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 후 기아차는 소울을 시작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를 출시하며, 이전에 없던 개성강한 자동차,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한 자동차 만들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상반기 기아차의 신차효과는 K5에 이르러 꽃을 피웠지만, 이전 K7과 스포티지R에서 디자인과 상품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결과로 생각된다. 특히 이번 기아자동차의 신차 붐을 조상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 모델이 2010년 기아차의 첫 신차 스포티지R이 아닐까 한다.
2007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큐(Kue)’의 디자인을 이어받아 개성이 뚜렷하고 스포티하면서 강인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스포티지R은 2004년 8월에 출시한 뉴스포티지에 이어 6년 만에 출시하는 후속 모델이다. 세단의 승차감, SUV의 안전성, 미니밴의 공간 활용성에 개성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결합해 ‘진보적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를 컨셉트로 개발된 스포티지R을 살펴본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이 반영된 디자인 스포티지R은 이름처럼 스포티하면서도 절제된 강인함이 돋보이는 스타일로 디자인 되었다. 프런트 디자인은 기아차 패밀리룩인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하고, 간접조명 방식의 LED 라이트 가이드를 적용한 블랙베젤 헤드램프로 강인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며, 라이트 가이드는 K7에서 이어져 오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상징하고 있다.
사이드라인은 부드러운 전고 후저의 루프라인과 차별화된 C필러 처리로 견고한 이미지와 함께 폴딩 시 위로 접히는 걸윙 타입 아웃사이드 미러를 장착했다. 리어는 직선의 단순함을 적용한 스포티한 스타일로, 공격적인 그래픽 라인과 긴장감 넘치는 면처리로 볼륨감을 강조했으며, 범퍼와의 일체감을 강조한 분리형 턴 시그널 램프와 볼륨감 있는 리어램프를 적용해 개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또한 대형 테일게이트를 적용. 편리하게 화물적재를 가능케 했고, 테일게이트 위쪽에 장착된 보조제동등은 디자인적 우수함은 물론 후방 추돌을 예방해 안정성까지 확보한 모습이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실내 디자인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디오 조작 패널과 히터 컨트롤 패널을 상하로 분리해 편리함을 더한 센터페시아와 레드와 화이트 조명을 적용한 3실린더 타입 슈퍼비전 클러스터이다. 또한 셀렉트 레버 하단은 가죽으로 마감처리 해 고급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스티어링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그립감은 만족스러운 편에, 조작감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항상 드는 부분이다.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저속과 고속에서 안정적인 핸들링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밖에 기존 스포티지 모델보다 휠베이스와 전폭이 넓어진 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스포티지R은 운전석을 뒤로 뺄 때 기준자리에서 최대 44mm나 후방 이동할 수 있어 동급 최대 레그룸을 확보하고 있으며, 화물 적재 공간은 기존 스포티지 대비 트렁크 길이를 약 80mm 증대해 실화물 적재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등 동급에서는 부족하지 않은 공간 활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인테리어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옵션으로 선택하는 파노라마 썬루프의 개폐 시 수동으로 안쪽 썬루프 스크린을 개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과 크루즈컨트롤,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기능 등의 운전자 편의사양 부족을 꼽을 수 있겠다.
파워에 연비까지 생각한 동력성능 스포티지R은 독자 기술로 개발된 최첨단 승용 R2.0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이것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의 탁월한 동력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초반 응답성은 다소 떨어지나, 중후반 동력성능에서 부족하지 않은 모습은 물론 어느정도 가속력을 받는다면 의외로 고속주행에서도 아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연비도 15.6km/ℓ로 동급 최고 수준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성을 염두 한다면 탁월한 선택이 될 듯 하다. 디젤엔진 외에 가솔린 모델에는 쎄타 Ⅱ 2.0엔진이 장착되었으며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0.1kg·m의 성능과 12.1km/ℓ의 연비를 확보하고 있다.
최상의 동력전달 성능을 위해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스포티지R은 변속구간별 동력 손실을 최소화해 연비향상을 구현하고, 엔진과 변속기의 최적튜닝으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변속감을 크게 높였다. 또한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무교환 오일을 적용해 사용 편의성을 증대했다. 이와 함께 스포티지R에 적용되는 전자제어 4WD 시스템은 노면의 조건과 주행상태를 별도의 ECU를 통해 판단. 전륜과 후륜에 전달되는 구동력의 크기를 가변 배분해 최적의 주행 성능을 확보해준다.
상반기 신차효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기아자동차는 최근 해외에서 쏘울과 쏘렌토, 모하비, K7등 일부 차종의 제작결함을 발견. 자발적인 리콜이 있었다. 또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와 관련 정성은 부회장이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동차 회사들의 리콜이 모두 품질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토요타의 리콜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이 되어, 곧 바로 판매량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을 수 있기에 기아차의 잇따른 리콜은 신차효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사담이지만, 기자도 스포티지R의 오너 중 한명으로서 신차효과의 바탕이 눈에 보이는 외형의 상품성 증대에만 편중해 있다면 단기적인 판매 효과만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동차를 만들며 브랜드를 키워가는 거라면, 당연히 기본에 충실한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신용이 쌓여갈 때 비로소 모두가 인정하는 자동차와 브랜드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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