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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정통파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 루비콘

15초의 미학이라 일컬어지는 광고의 세계. 최근 TV광고를 보다보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목을 집중시키는 센스를 발휘하며, 정규프로 부족하지 않은 재미를 줄 때가 있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는 것에서, 감동과 폭소를 선사하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예전 같으면 정규프로 사이에 광고가 나온다면 리모컨의 버튼을 쉴 사이 없이 누르며 다음 프로의 선택에 급급했겠지만, 요즘은 광고만 계속 봐도 신선한 재미가 느껴진다.

글 / 김훈기 기자 (MegaAuto)
사진 / 박환용 기자 (MegaAuto)


최근 다양한 광고들 중 자동차 분야에서도 기자의 흥미를 끌었던 광고가 몇몇 있다. 먼저 과감하게도 경쟁모델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저음의 멋진 내레이션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린 GM대우의 알페온 TV광고. 볼 때 마다 느끼지만 광고는 참 잘 만든 것 같다. 럭셔리한 느낌도 있고, 호기심을 물씬 자극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광고만큼 차도 좀 잘 만들었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다음으로 기억할 만한 광고는 한국타이어 TV광고. 한국타이어 광고라 한다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은 타이어를 어깨에 짊어지고 조깅하는 남자와 회의하는 상사가 출연하며, 코믹한 설정을 통해 재미를 주는 티스테이션 광고를 생각 할 테지만, 물론 신민아가 출연했기에 더욱 눈 여겨 보게 되는 이유가 가장 크겠다.


하지만 기자가 기억하는 광고는 장동건이 출현한 콜럼부스의 발견 편이였다. 사실 타이어 광고였지만, 타이어 보다는 당연히 장동건이 타고 나왔던 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참 지체중인 거리를 멋들어지게 빠져나와 경사진 계단을 거침없이 오르며, 산과 들, 심지어 바위산도 오르고, 마지막에는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피날레를 한 연출은 남성미와 마초를 자극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광고를 보며, 저 차가 뭐였지? 저건 뭔데 계곡과 야생을 미친 듯 질주할까? 컴퓨터 그래픽이겠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이후 알아보니 크라이슬러 짚 브랜드의 랭글러였다. 그래 랭글러가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메이킹 필름을 찾아보니 광고에서 봤던 모습들이 100% 컴퓨터 그래픽은 아닌 듯하다. 그 밖에 국내·외 동영상을 통해 정말 길이라 할 수 없는 곳들을 너무도 유연하게 질주하는 모습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TV광고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짚의 랭글러 루비콘을 시승해 보았다. 먼저 외관에서 품겨지는 이미지는 최근의 SUV와는 단연 차이를 보였다. 근래 출시되는 SUV차량들이 점점 세단에 가까워지는 스마트한 외형과 각종 편의장비, 사실상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는 트랜드에서 랭글러 루비콘의 자태는 역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처음 보는 순간 투박함이 물씬 풍긴다. 온통 날이 선 라인들과 각 뿐이다. 지방 국도에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군용 1/4톤 지휘차량을 연상케 한다. 국방색으로 도색한다면 좀 잘 빠진 럭셔리한 장성급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사실 루비콘의 시초를 알게 된다면 어불성설도 아니다.


짚 브랜드의 랭글러 루비콘은 1941년에 선 보인 최초의 양산형 4륜구동 차량 \'윌리스 MB\'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델이다. 짚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윌리스 MB\'는 윌리스 오버랜드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차량으로 개발한 모델로서, 590kg의 가벼운 차체와 최고속도 80km의 3인승 차량으로 당시로서는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하며, 산악전과 기습작전에 주로 사용되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과 연합군 부대에 보급되며,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윌리스 MB는 당시 군인들에게 인기 만화 \'뽀빠이\'에 등장하는 강아지 \'Jeep\'의 이름을 따 \'지프\'라 불리며, 전후에도 군인과 젊은이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까지 RV나 SUV의 차량을 흔히 \'지프\'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후 윌리스 오버랜드사는 전후 인기를 바탕으로 1945년 군용에서 외관을 다듬어 민수용 짚 CJ-2A로 생산하게 되는데 현재는 랭글러로 이름이 바뀐 CJ시리즈의 시초가 된 모델이기도 하다.


루비콘은 태생이 군용 차량인 만큼 험준한 산악지형과 오프로드 성향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세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화를 줬지만, 여전히 안팎으로 투박하다거나, 강인한 모습을 벋어 날 수 없는 운명이다. 짚 브랜드의 컴패스나 그랜드 체로키 보다 유달리 투박해 보이는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시승차는 강렬한 레드가 돋보이는 컬러로 배정 받았다. 국내에서는 2도어 루비콘 모델과 5인승 4도어 루비콘 언리미티드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데, 루비콘 모델은 전폭과 전고가 각각 1880mm, 1840mm에 이른다. 당연히 언리미티드 모델은 전장이 더 길기에 더욱 육중하게 느껴진다. 도심에서의 주행 시 튀고 싶지 않아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이다. 장동건이 아니라도 운전석에 오른다면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외형만큼이나 엔진음도 강렬해서 어디서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루비콘에 탑재된 직렬 4기통 2.8리터 커먼레일 디젤엔진은 177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토크를 제공한다. 트랜스미션은 5단 AT가 사용되었다. 엔진에 시동을 걸면 엔진음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들린다. 차량 외부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전 세대에 비해 오일팬의 형상 변경으로 진동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크게만 들린다. 하지만 기분 나쁜 소음은 아니다. 보통의 디젤차량 이상의 소음이 들려도 이러한 외모의 차량에는 오히려 옵션 정도로 생각된다. 여타의 차량들이 소음을 줄이고 줄이는 반면 랭글러에서 소음은 타면 탈수록 익숙한 느낌이다. 랭글러 루비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것들이 랭글러를 매료시키는 부분이다.


루비콘에서 찾을 수 있는 운치는 초기 모델에서부터 이어지는 랭글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콘들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현대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느 브랜드의 차량들과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고전적인 요소들은 랭글러 매니아들에게는 특별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먼저 프런트에서는 짚을 상징하는 브랜드 아이콘인 7개 슬롯 그릴을 볼 수 있다. 그릴은 차체의 다른 재질들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공기역학성능과 함께 사고 시 인체 손상을 줄여주도록 개선된 것이다. 당연히 그릴을 제외한다면 차체의 여타부분은 강성이 강한 철판으로 구성되었다. 그릴 좌우의 둥근 헤드램프와 강인함이 느껴지는 프런트 범퍼와 매칭 된 좌우의 대형 사다리꼴 휠 하우스는 현대의 차량들에서는 찾기 힘든 디자인이지만 그릴과 함께 랭글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들이다.


사이드에서는 앞으로 접을 수 있는 윈드 스크린 디자인 형태의 프런트 윈도우가 돋보인다. A필러는 윈도우로 인해 유독 직각에 가깝게 디자인 되었다. 도어는 분리가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크롬커버로 둘러싼 큼직한 사이드 미러가 사이드 윈도 앞쪽으로 위치한다. 사이드 미러는 차량의 폭을 감안한다면 꽤 유용하게 생각 될 정도로 높은 시인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각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어떠한 버튼도 없다. 시승을 마치는 순간까지 찾지 못했다. 굳이 조정이 필요 없지만, 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차를 정차한 다음 수동으로 해야 할 것이다.

리어쪽은 테일 게이트 바깥으로 돌출된 스페어타이어가 디자인을 압도한다. 좌측 하단에 위치한 손잡이를 당기면 앞으로 열리는 방식의 테일 게이트를 열면 상단 리어 윈도우를 열 수 있도록 하였다. 뒤쪽 수납공간은 2열 시트를 폴딩 했을 경우에만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소 부족하다.


랭글러 루비콘 모델은 프리덤 탑이라는 3분할 구조 하드탑 채택으로 오픈 에어링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프런트시트 위쪽으로는 좌우 둘로 나뉘고, 리어시트 위로 탈착이 가능한 형태이다. 앞 쪽 탑은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탑을 개폐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지만 뒤쪽 탑은 도구를 사용해 나사를 풀어야 탈착 가능한 형태이다. 이건 결코 성인남성 혼자서도 쉽지 않아 보인다.


2미터 가까운 전폭과 전고로 확 트인 개방감을 주는 운전석에 오르면 정말 클래식함이 물신 느껴지는 인테리어를 만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오디오 컨트롤 패널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전자 장비라 생각되는 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차량의 컨셉과 특성을 감안 한다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의 컨셉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든다. 다소 과한 전자장비로 꾸며진 인테리어였다면 더욱 어색하게 생각되겠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타입으로 차량 크기에 비한다면 핸들링에 부담감 없는 크기이다. 하지만 다소 심심하다. 또한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량의 특성답게 일반 주행에서는 조향에 유격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 너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4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되었으며, 좌측부터 연료게이지, 속도계, 타코미터, 수온게이지 순으로 정렬되었다. 딱 필요한 것들로 만 구성되었다.


센터페시아에는 제일 위로 오디오 컨트롤 패널, 윈도우 버튼, 에어컨 컨트롤 패널, 구동장치를 선택하는 패널, 그물망 순으로 나열 되었다. 정말 단출하다. 기본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것만으로 구성된 느낌이 여기서도 든다. 다소 이색적이라 할 것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윈도우 버튼인데 처음 차량에 탑승 한다면, 윈도우 버튼과 도어락 버튼을 쉽게 혼동하게 된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셀렉트 레버와 트랜스퍼 레버가 위치해 있다. 기계식 트랜스퍼 레버는 2H, 4H, 4L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주차모드에서만 작동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버튼 조작에 익숙했던 여타의 차량들과 비한다면 정말 클래식한 느낌이 든다. 조작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셀렉트 레버는 트랜스퍼 레버에 비한다면 편리하게까지 생각된다.

시트는 오염방지 직물 시트로 구성되었다. 착좌감은 의외로 높은 편이지만, 장시간의 운전에는 역시나 다소 불편하다. 리어시트에 탑승을 할 경우에는 프런트 시트를 젖히고 탑승을 해야 한다. 차량의 높이와 프런트 시트 사이의 공간으로 탑승을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오르고 내리기는 쉽지 않다. 리어시트에 탑승할 경우 역시 장시간의 주행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차량의 특성상 도심 주행에서는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은 짧은 선회반경과 운전석 시야가 높아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도 많은 장점을 갖는다. 물론 험준한 오프로드에서는 그 진가가 더욱 빛난다. 오프로드에 적합하게 세팅된 파워트레인은 운전석에서의 스위치 조작으로 극한 노면 조건에서도 바퀴를 땅에 접지시킬 수 있도록 한 스웨이바 분리장치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시속 40km 이상으로 주행 시에는 자동으로 다시 연결되어 핸들링 성능을 높여준다. 상황에 따라 앞뒤 디퍼런셜을 강제로 잠글 수 있어 다른 오프로더는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주파력도 특징이다. 이러한 세팅이 TV광고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들을 연출케 한 것들이다.

일반적인 도로주행에서는 100km/h에서 타코미터의 바늘은 1800~2000rpm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줄때면 엔진이 굉음을 내며 rpm이 상승하지만, 속도계 수치 이상의 가속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차량의 특성상 100km/h의 속도에서도 충분한 속도감이 느껴지곤 한다.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에서의 시승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포장도로를 제외한 코스에서의 루비콘의 모습은 온로드에서 느껴진 것과 상반되던 모습이 연출된다. 조금 답답하고, 묵직하게만 느껴졌던 차체는 정말 길이 아닌곳도 아무런 부담없이 가고 싶게 만들어 버린다.


\'볼매\'라는 말이있다.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는 의미이다. 랭글러 루비콘에 잘 어울리는 단어란 생각이다. 처음 볼 때면 다소 육중한 크기와 투박해 보이는 외모로 매력적인 요소들에 비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쉽게 잊혀지거나, 진부해 보이지 않는 특별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트랜드에 역행하는 특출난 외관과 컨셉은 프로페셔널해 보이기까지 한다. 시승을 마치고 오프로드 매니아들이 왜 그토록 랭글러의 중독에 빠져있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입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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