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아우디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TT의 전신인 디자인 스터디 모델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99년에는 TT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2006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은 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퍼포먼스를 더욱 강조했다. 어느덧 3세대로 진화한 TT는 디자인과 퍼포먼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며, 혁신적인 기술의 진보를 이뤄냈다. 새로운 라인업에서 S 이니셜이 붙은 고성능 모델, TTS를 만나봤다.
3세대 TTS와 마주한 첫 느낌은 크고 날카롭다는 것. 1, 2세대의 작고 귀여운 동글동글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샤프한 카리스마가 물씬 풍겨난다. 흐릿했던 눈망울은 25개의 LED가 들어간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로 힘을 줬고, 아우디의 상징인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은 헥사고날 그릴로 형상이 변하면서 네 개의 링 엠블럼이 보닛으로 자리를 옮겼다.
S 모델임을 강조하는 투톤 포인트는 그대로 계승해 사이드미러 커버, 프론트 립, 리어 디퓨져 등이 새틴 실버로 마감됐다. 매끈한 루프라인을 지난 후면부에는 팝업식 가변 스포일러와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가미된 LED 리어램프가 장착됐고, 보조제동등이 더 길어지고 더욱 커졌으며 쿼드 타입의 배기 팁이 스포츠 쿠페임을 강조한다.
실내는 외관보다 더 큰 변화를 맞이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자 혁신적으로 변한 모습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먼저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의 붉은색 스포츠 시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트의 착좌감은 단단한 편이고 포지션 또한 적당한 수준. 2인승이지만 2열에도 시트가 마련되어 가방 등의 짐을 싣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인다.
3세대 모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버추얼 콕핏.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MMI 모니터를 12.3인치 LCD 계기판에 그대로 이식해 트립 컴퓨터,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등의 각종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고, 스티어링 휠의 VIEW 버튼을 누르면 두개의 화면을 동시에 띄워준다. 이 장비는 다분히 운전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TTS의 성격과 잘 어울리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조장치와 열선시트 등의 조작버튼은 원형 송풍구 중앙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형태로 들어가 심플한 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바람 방향은 테두리의 은색 다이얼을 돌려 조절하면 된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드라이브 셀렉트와 가변식 팝업 스포일러 등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버튼만을 남겨두고 있다.
TTS는 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을 통해 아우디 S3, 폭스바겐 골프 R 등과 파워트레인을 함께 공유한다.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품고 있으며, S 트로닉이라 불리는 습식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최고출력 293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시간 4.9초, 안전 최고속도 250km/h의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복합연비는 9.7km/L로 평범하지만 고속도로 등에서 정속주행 시 12km/L를 웃도는 연비를 기록하기도 한다.
상시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은 전륜 기반 전자식 할덱스로 전후 구동력 배분이 이뤄진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전륜 90, 후륜 10, 슬립이 일어날 경우 전륜 60, 후륜 40 등으로 주행 상황이나 가속페달의 깊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구동력이 조절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4링크 구조. R8이 시초였던 마그네틱 라이드는 2세대 TTS부터 적용되어 주행 모드에 따라 승차감이 달라진다. 댐핑 스트로크는 여전히 짧은 편이며, 노면 정보를 또렷하게 전달하지만 전 세대와 비교하면 한층 부드럽고 세련된 거동을 선보인다. 섀시 강성도 향상되어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성숙해졌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 어느덧 한적한 구간.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을 눌러 다이나믹 모드로 변경해본다. 그러자 숨겨놨던 진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TTS.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우렁차게 작동하고, 가속페달 반응이 예민해지면서 스티어링 감각도 묵직해진다. 20인치 알로이 휠과 편평비 30의 타이어를 지나 시트를 통해 올라오는 노면 정보 또한 더욱 확연해진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누르자 찰나의 한숨을 고르더니 네 바퀴에 트랙션이 걸리며 노면을 거세게 밀쳐낸다. 빠르게 상승한 속도에 따라 치솟아 오르는 가변식 리어스포일러. 패들시프트 이용해 변속을 시도했다. “뻐억!”하고 터지는 배기음이 등 뒤를 덮치며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롤링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노면에 롤러코스터라도 깔아놓은 마냥 원하는 라인을 정확히 그리며 달려 나간다. 전륜 기반이기 때문에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졌지만 강하게 밀어붙이면 구동력이 후륜으로 빠지며 뉴트럴에 가까운 성향으로 바뀐다. 몰아칠수록 즐거운 타입. 아울러 세단인 S3나 해치백인 골프 R에서 느낄 수 없는 쿠페만의 탄탄한 매력이 전해진다.
대용량 브레이크는 일상의 편안한 주행에서 나긋하게 밟으면 상당히 부드러운 감각을 전달해 고성능 모델임을 잊게 한다. 하지만 스포츠 주행에서 강한 제동력이 필요할 땐 흐트러짐 없는 깔끔한 실력을 선보인다.
아우디는 모터스포츠에서의 다양한 레이싱 경험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오랫동안 모든 라인업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새로운 TTS 또한 멋들어진 디자인과 탁월한 퍼포먼스, 버추얼 콕핏 등의 혁신적인 장비를 갖추고 완벽하게 진화한 모습. 누군가에겐 데일리카로, 누군가에겐 세컨카로 취향저격 모델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이쯤 되면 경쟁 차종들은 빠짝 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