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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탈을 쓴 늑대, 폭스바겐 뉴 골프 R


최고출력 292마력, 최대토크 38.7kg.m, 0-100km/h 가속시간 5.1초. 어떤 스포츠카가 아닌 7세대 골프 R의 제원이다. 폭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에만 주어지는 이니셜 R. 실용적인 해치백 골프에 효율보다 성능을 중요시하는 R이 붙으면서, 제원만 놓고 보면 포르쉐 카이맨 기본형 모델의 수치를 넘어섰다.

글 / 박혜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외모는 단정하고 간결한 골프의 모습 그대로. 다만 독일산 고성능 모델 특유의 공식에 따라 부분적인 디테일은 다르다. 20mm 낮아진 전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R 엠블럼, 19인치 알로이 휠과 R 로고가 새겨진 브레이크 캘리퍼, 카본 디퓨저와 크롬 듀얼 트윈 배기 파이프 등이 일반 골프와의 차이점이다.


실내 역시 기본적인 디자인은 다르지 않지만 R을 표현하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가미되어 있다. 무려 320km/h까지 표기된 계기판 속도계에는 R 모델에만 적용되는 파란 바늘이 달렸고, 스티어링 휠은 D컷으로 멋을 부렸다. R 로고가 새겨진 시트와 도어트림 등에는 카본무늬 패턴을 넣었으며, 전고가 낮은 만큼 시트 포지션도 더 낮은 느낌이다. 요즘은 평범한 차에도 적용되곤 하지만 메탈 재질이 가미된 페달도 본래는 고성능 모델의 필수요소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시원스런 모니터를 중심으로 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반 골프와 동일하지만 주행모드 설정만큼은 다르다. 스포츠 모드 대신 레이싱 모드가 적용된 것. 에코, 노멀, 레이스, 인디비주얼의 네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골프 R은 TSI라는 이름의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품었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리며, 폭스바겐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적용됐다. 작은 엔진으로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이러한 파워트레인 조합은 같은 그룹 브랜드인 아우디의 S3나 TTS에도 사용된다.


골프 R은 작은 체구에 넘치는 힘을 발산한다. 시동버튼을 눌러 잠을 깨우니 제법 우렁찬 소리로 고성능 모델임을 알리고, 가속 페달을 밟자 즉각적인 반응으로 응답한다. 단단한 하체 세팅은 평범한 골프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 GTI와 비교해도 R이 더욱 타이트하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저속 주행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만큼 조금의 융통성도 없다. 충격을 흡수했다가 완화해서 풀어낸다기보다 일일이 받아치는 편으로, 단단하다 못해 살짝 튀는 게 마치 카트를 타는 기분도 난다.


속도를 높일수록 진가를 드러내는 골프 R. 차체가 낮게 깔리면서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선사한다. 굽이진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도 롤이 상당히 억제되면서 낮은 자세와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접지를 잃지 않고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차체의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고, 급가속과 감속 시 앞뒤로 쏠리는 현상도 적다.

가속과 감속은 모두 예상치를 앞선다. 레이스 모드에서의 가속은 그야말로 시원함 그 자체.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고속에서도 즉각적인 추가 가속이 이뤄진다. 화끈한 가속 성능에 걸맞은 제동력도 충분하다.


골프 R은 달리는 즐거움을 위한 모든 것을 가졌다. 흥을 돋아주는 적절한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덤. 제원 수치뿐만 아니라 주행감성에 있어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이런 골프 R의 가격은 5,190만원. 현재 국내 판매되는 모든 차종을 통틀어 가격 대비 주행 성능으로 이보다 뛰어난 차는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게다가 해치백의 실용성까지 갖췄다.

다만 골프 R도 어디까지나 골프는 골프다. 차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평범한 골프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 해도 양떼 무리에 얌전히 섞여있으면 그저 한 마리 순한 양으로 보일 뿐. 그런 이미지는 누군가에겐 장점으로, 누군가에겐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선택하는 이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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