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말리부가 등장했다. 쉐보레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형 패밀리 세단. 전작인 8세대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상품성을 자랑한다. 신형 말리부의 특징은 유려한 외관, 터보 엔진 적용을 통한 성능과 효율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등장한 뉴 말리부를 시승했다.
뉴 말리부는 전작보다 상당히 커졌다. 전장이 60mm 길어졌으며, 휠베이스도 93mm 늘어나 실내 공간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덩치는 커졌지만 무게가 가벼워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전면은 상당히 낮은 자세로 맹수가 한껏 웅크린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주며,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 형상은 길쭉하고 날렵하다. 전반적으로 남성적인 디자인. 범퍼 하단은 과하지 않은 크롬 라인과 LED 주간주행등으로 세련된 멋스러움을 선사한다.
측면은 C필러를 쿠페 스타일로 다듬어 패밀리세단이지만 스포티함을 표현하며, 앞뒤 도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으로 인해 선 굵은 대형 세단의 면모를 동시에 드러낸다. 임팔라의 후면과 패밀리룩을 연상시키는 뒷모습은 말리부 쪽의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인다. C필러부터 내려오는 완만한 곡선과 확실한 존재감을 주는 리어램프가 어우러져 말리부만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외관만큼이나 한층 더 진화된 실내 인테리어는 만족감이 높아졌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디자인으로 이전 세대의 다소 산만했던 분위기를 보완한 것이 신형답다. 정돈된 센터페시아는 안정감을 주고, 가죽 등 소재의 질감 또한 차급에 적당한 수준이다. 넓고 안락한 운전석 시트는 상당히 편해서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은 평균키의 성인남성이 앉았을 때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이 여유로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6:4로 폴딩되는 시트와 넓은 트렁크 공간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 단, 뒷좌석 송풍구는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어 있지만, 2열 열선 시트는 옵션을 통해서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패밀리 세단으로서 옥에 티를 남긴다.
다음은 뉴 말리부의 파워트레인과 주행성능을 느껴볼 차례. 시승차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LTZ 프리미엄으로 최상위 트림이다.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을 발휘하는 엔진은 거침없는 가속을 이끌어낸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어느새 속도계의 바늘이 가파르게 돌아간다. 걱정했던 ‘충남 보령’산 6단 자동변속기는 3세대에 걸친 개선으로 인해 맡은바 임무를 다하며 거슬리는 감각 없이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완성시킨다. 다만 경쟁 차종들의 스포츠 모드처럼 별도의 주행모드가 없다는 점은 다소 허전하게 느껴진다.
수동모드의 기어변속은 구형의 단점이었던 토글키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조작 방식 자체가 특이해 익숙해지기까지 적응이 필요하다. 출력이 높은 2.0 모델에는 패들시프트가 적용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수동변속을 통한 스포티한 주행 시 높은 회전수를 상당 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반갑다.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과 내구성에 자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D 모드로 도로 흐름에 맞춰 달리면 넉넉한 힘과 부드러운 감각이 전해진다. 괄목할만한 점은 고속에서의 안정감. 눈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기본기가 운전자의 감각에 고스란히 이식된다.
정숙성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하고,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음대책을 부단히 연구했다는 엔지니어 브리핑은 실제 주행에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시승차는 19인치의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노면소음도 상당히 걸러져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다만 접지면이 넓은 245 사이즈의 타이어 특성상 노면 상태는 여과 없이 전달된다.
스티어링 특성은 다소 밋밋한 편이다. 저속에서는 무척 가볍고 고속으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속도감응형 전자식 스티어링이 적용됐는데, 여성 운전자를 배려한 가벼움은 이해되지만 기존의 쉐보레 차종들에서 느껴졌던 탄탄한 핸들링이 뉴 말리부에선 둔감해졌기 때문에 운전재미는 다소 줄어들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운전하는 패밀리 세단이라는 점에서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날카롭고 예리한 핸들링은 아니지만 기본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것에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중미산 천문대를 오르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서스펜션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을 펼쳐냈다. 무게중심을 낮게 설계한 까닭에 급격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자세를 잃지 않고 버텨내는 실력이 인상적이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복합연비는 10.8km/L.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코스를 달린 실제 연비는 합산 9.1km/L의 수치를 나타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등 타이트한 주행에서 얻은 결과이기에 일상적인 환경이라면 운전자 성향에 따라 높은 효율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말리부는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과 충실한 기본기, 넉넉한 공간, 뛰어난 정숙성과 편안함을 갖춘 패밀리 세단이다. 세세한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점들은 존재하지만, 이를 상쇄시킬만한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차다. 운전자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을만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미국 현지 가격 대비 국내 출시 가격이 나쁘지 않다는 것 또한 환영할 일이다. 뉴 말리부는 독과점이 만연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타파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