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앞둔 기대감과 종말론의 불안감이 공존했던 1999년 어느 날. 당시 15살이던 한 소년은 하굣길에 처음으로 BMW M3와 마주했다. 공격적인 눈매, 낮은 차체, 유려한 듯 날선 각진 디자인. 해외 잡지에서만 접했던 드림카를 실제로 마주한 소년은 한참동안 그 주위를 맴돌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느덧 성인이 된 소년은 자동차 전문기자가 되었고,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BMW M 모델들을 차례로 시승했다. 하지만 소년이 품었던 환상과 성인이 된 이후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했다. 그렇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던 찰나, M 배지를 단 새로운 모델 M2를 만났다.
M2는 2시리즈 쿠페를 기반으로 한만큼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되 M 모델다운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들로 한껏 멋을 부렸다. 공격적인 앞뒤 범퍼, 휠하우스를 꽉 채운 19인치 휠, 대용량 브레이크 등으로 빠르게 달리기 위한 준비운동을 마쳤다. 전체적인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M235i 대비 앞바퀴 55mm, 뒷바퀴 80mm의 폭을 늘려 한눈에 보기에도 탄탄한 시각적 느낌을 선사한다.
실내는 기존 2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 M 전용 계기판이 삭제되고 M 버튼이 누락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 운전석 시트는 최대한 낮춰도 높이가 상당하며, 버킷시트가 적용되지 않아 몸을 꽉 잡아주지 못한다. 2열 공간은 평균키의 성인남성 기준으로 헤드룸은 여유롭지만 레그룸이 확보되지 않아 장시간 탑승을 권하고 싶진 않다.
M2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M 더블클러치 변속기(M DCT). 이를 바탕으로 한 0-100km/h 가속시간은 단 4.3초에 불과하다. 출시된 지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E46 M3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차체는 기민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높일 때도 265mm에 달하는 후륜 타이어를 통해 동력을 노면에 오롯이 전달하며 뛰어난 가속능력을 토해낸다.
M2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47.4kg.m(오버부스트 시 51.0kg.m까지 증폭)를 발휘한다. 현행 M3보다 수치상 출력은 낮지만 동일한 구간을 가속해본 결과 차이는 미비했고, 운전자가 체감하는 전반적인 감각에서는 오히려 M2가 우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M3와 M4에 실망했던 소비자들의 쓴 소리를 차량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긍정적인 요소다.
하체는 같은 뼈대를 공유한 1․2시리즈보다 상당히 보강되어 안정적이고 탄탄한 주행질감을 완성했다. 차와 짝을 지어 도로로 나서는 순간 짝사랑하던 여성과의 첫 데이트처럼 가슴이 ‘콩콩’ 뛰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미세하게 남았던 유격이 사라지고 돌리는 만큼 반응해 차와 내가 하나 되어 달리는 일체감을 선사한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일상주행에서 부담 없을 정도로 요철 구간을 무난히 처리하며, 고속에서도 뛰어난 노면 홀딩능력을 보인다. 고속주행 시 급격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차량 후미가 잘 따라오면서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편중되는 느낌 없이 뉴트럴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일반도로에서 M2의 주행 한계치를 끝까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기에, 차후 서킷 주행을 통해 M2의 본성을 파악해 볼 예정이다.
잘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잘 멈추는 것. M2는 전륜 380mm, 후륜 370mm의 대용량 브레이크를 탑재했다. 저속과 고속영역 모두 신뢰감을 주는 제동력을 발휘하고, 한 번에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장거리 운행에서도 지치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다.
7단 M 더블클러치 변속기의 반응성과 스포츠 주행 시 고회전을 유지하는 퍼포먼스는 역시 M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원하는 엔진 회전영역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며, 레드존인 6500rpm을 넘어선 영역에서도 변속을 고정시켜 운전자가 원하는 가속 및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인마일체(人馬一體)를 구현한다.
또 하나의 만족스러운 부분은 기본 적용된 배기 시스템. 기존 M3나 M4 오너들은 나사가 풀린 듯 김빠진 소리에 실망했지만, M2는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튜닝한 듯 우렁차고 앙칼진 음색으로 주행의 즐거움을 한층 배가시킨다. 단,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려면 그에 걸맞은 티켓이 필요하듯 실제 주행 연비는 공인연비를 한참 밑돌아 주유소를 자주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이 끝난 후, BMW M2는 콧수염이 거뭇하게 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의 가슴을 뛰게 했던 과거의 M3를 다시 만난 착각과 동시에 순수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아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30대가 됐지만, 1999년 세기말로 돌아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학생을 다시 만난 기분, 그런 설렘이 새로운 M2에는 서려있다. 자, 이제 결론을 내야할 시간. M2는 다시 만나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은 첫사랑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