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차들이 활개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지식한 행보를 이어가던 캐딜락이 트렌드의 흐름에 맞춰 스타일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 강인하지만 섬세한 반전 매력을 뽐내는 캐딜락 XT5를 시승했다.
외관 디자인은 과거의 SRX를 떠올려보면 상당히 도회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는 커다란 차체를 입체적으로 감싸 안고, 더욱 확장된 방패 모양 그릴과 세로형 LED 헤드램프는 날렵한 인상을 강조한다. 측면과 후면 역시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완성시켰다.
가죽, 알칸타라, 우드 등의 소재가 조합된 실내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체적으로 개방감과 균형미가 돋보인다. 드래그형 볼륨 조절과 조수석 쪽에 치우친 비상등 버튼은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룸미러의 가로세로 폭은 다소 좁지만 후방카메라가 내장되어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2열 공간은 성인 3명이 탑승해도 무리 없을 정도. 시트는 안락함을 제공하며, 바닥이 평평하고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해 장거리 주행에도 손색이 없다. 특히 1열과 2열을 아우르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때론 시원한 개방감을, 때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50리터로, 최대 1,638리터까지 확장 가능하다.
시승차는 XT5 플래티넘 모델로,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4kg.m를 발휘한다. 신형 모델에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지만, XT5는 오히려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량을 늘려 시원스럽게 힘을 뿜어낸다. 가솔린 모델답게 정숙성도 탁월하다.
묵직한 무게감과 달리 시작은 경쾌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높이자 탄력 받은 하체가 안정적인 주행을 이끌어간다. 미국차스럽지 않은 단단한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서도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킨다.
차선을 변경할 땐 스티어링 반응이 다소 무디기 때문에 확실한 조향이 필요하다. 전방 시야는 넓은 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두툼한 스티어링 휠 상단에 걸쳐져 있어 시야가 약간 방해된다.
코너링에서는 AWD 시스템으로 인해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연출한다. SUV 특유의 롤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고, 자연흡기 엔진답게 급가속 시 지연되는 현상도 적은 편이다. 브레이크 페달은 부드러운 답력을 제공하지만, 페달의 포지션이 다소 높아 평균 신장의 여성 운전자에게는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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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상품성을 갖춘 캐딜락 XT5는 적당한 가격대의 수입 프리미엄 중형 SUV로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디젤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 브랜드의 경쟁차종들과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올해 GM코리아에서 캐딜락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내년에는 XT5의 위아래로 XT6와 XT4를 새롭게 포진시켜 SUV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쳐온다면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 중심에는 XT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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