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이 준중형 SUV C5 에어크로스를 출격시키면서 SUV 라인업을 강화했다. 세단 같은 편안함을 지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해 식을 줄 모르는 SUV 열풍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복잡한 도심을 등지고 가평 일대로 달려가 C5 에어크로스와 만남을 가졌다.
C5 에어크로스의 외관 디자인에는 시트로엥 패밀리의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전면은 주간주행등과 연결된 더블 쉐브론 엠블럼, 좌우 폭을 강조한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가 차체에 걸맞게 암팡진 모습이다.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와 측면 하단 에어범프에는 감각적인 레드 컬러 테두리를 더했다.
뒷모습은 C4 칵투스를 빼닮았다. 직사각형의 LED 큐브를 4개씩 품은 리어램프는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을 강조했고, 범퍼 하단 좌우에는 직사각형 배기파이프 모양의 크롬 장식을 적용해 스포티한 멋스러움을 담아냈다.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가지런해서 다소 투박한 느낌마저 든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그 주변을 둘러싼 둥근 사각형 송풍구가 눈에 띈다. 공조버튼은 최소화되어 깔끔하지만 비상등 버튼이 동승석 쪽에 가까운 점은 아쉽다.
시트로엥의 자랑인 고밀도 폼이 내재된 소파형 시트는 더없이 안락하지만, 등받이 각도를 다이얼로 수동 조절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2열은 1:1:1의 독립 시트로 성인 남성 3명이 앉아도 여유롭고, 트렁크 공간은 기본 580리터에서 최대 1,630리터까지 적재 가능해 SUV 본연의 실용성을 만족시킨다.
C5 에어크로스의 파워트레인은 강화된 WLTP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을 갖췄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국내 기준 복합연비는 12.7km/L로 인증 받았다. 평범한 출력이지만 편안하고 효율적인 주행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산들바람의 신호에 맞춰 가속 페달을 살포시 내려밟자 사뿐한 발걸음을 내딛는 C5 에어크로스. 스티어링의 무게감은 꽤나 가벼운 편으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묵직하지만 전반적으로 약간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동반된다.
초반 가속 성능은 굼뜨다가도 꾸준한 토크감으로 밀어주는 여유로움이 뒷받침되지만, 제동 시에는 브레이크 페달의 응답성이 부족해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작은 벽돌 길의 프랑스 도로에서 기반을 다진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무식하게 높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한껏 움츠러든 몸을 다독여주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군소리 없는 정숙성이 뒷받침되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19가지에 달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전방 차량과의 거리를 재빠르게 인식해 유연한 가속과 안정적인 제동을 선보이며, 급격한 코너에서도 악착같이 차로의 중앙을 유지하는 영민함을 지녔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는 개성 강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 활용성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 감각에 다양한 주행 안전 시스템까지 갖췄기 때문에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할만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몽글몽글한 마카롱처럼 매력적인 SUV로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C5 에어크로스에게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 상륙했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다소 높게 책정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시트로엥은 수입차 브랜드 중 인지도가 부족한 편이어서 전략적인 마케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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