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967년 12월, 미국 포드와의 합작사로 설립됐다. 당시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협력사를 물색하던 포드와 자동차사업 진출을 원한 고(故) 정주영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당시 자동차사업 허가 기준에는 ‘자동차 제조를 위해서는 선진 외국 회사와 기술제휴를 해야 하며, 제휴사가 제품 성능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렇게 출범한 현대차는 1968년 11월부터 포드 코티나를 조립 생산해 국내에 출시하는 한편, 울산에 20만평 부지를 확보해 연간 3천5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이듬해에는 한국 최초의 6기통 승용차 포드 20M을 선보인다.
하지만 1972년에 경영 간섭과 수출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포드와의 추가 합작 협상이 결렬되고, 현대차는 1973년부터 독자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투자비용 문제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반대가 거셌지만 고(故) 정세영 회장은 이를 밀어붙였다. 때마침 정부도 자동차 업계에 독자 모델을 만들어 국산화율을 높이라며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독자 모델을 위해 우선 이탈디자인의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에게 디자인을 의뢰한다. 설계도면과 금형 제작용 프로토타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며 지불한 비용은 120만 달러. 당시 현대차 형편에는 엄청난 액수였지만 큰 결단을 내렸다. 더불어 미쓰비시와 엔진 및 변속기 기술 제휴를 맺으며 첫 독자 모델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1974년 6월에는 첫 시제차가 만들어졌다. 이름은 공모를 통해 ‘포니’로 결정됐다. 처음 현대차에서는 포니의 디자인을 보고 ‘꽁지 빠진 닭’ 모양이라며 탐탁지 않아했지만 이탈디자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선택됐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완성된 포니는 그해 10월 토리노모터쇼를 통해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갖는다. 더불어 포니 쿠페 컨셉트카도 함께 선보였지만 쿠페 모델은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1976년 2월, 마침내 포니가 정식 출시된다. 당시 가격은 228만9천200원.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외관이었지만 트렁크 도어는 뒷유리와 분리된 형태였다. 미쓰비시 랜서 플랫폼을 바탕으로 1,238cc 새턴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최고출력 80마력을 발휘했다. 현대차가 포니를 만들어내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6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든 국가에 등극한다.
포니는 곧바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 1만 726대가 판매되며 43.6%의 점유율을 차지해 승용차 시장 1위에 올라섰고, 이듬해에는 점유율이 54.1%로 증가한다. 이후 내수시장의 볼륨을 높여나가며 81년까지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포니가 나오기 전 1만8천대 규모였던 국내 승용차 시장은 1979년 8만9천대로 성장했다.
뒤를 이어 포니 픽업(189만8천원)이 등장했고, 1977년에는 왜건 모델(245만5천700원), 1979년에는 최고출력 92마력의 1.4리터 엔진을 탑재한 포니 1400(251만9천원)이 출시된다. 이어서 1980년에는 포니 1400의 자동변속기 모델(290만7천원)과 3도어 모델(269만5천원)이 라인업에 더해진다.
1982년 2월 20일에는 부분변경 모델인 포니2가 출시된다. 현대차는 가격을 348만5천원으로 책정했지만 상공부가 1만4천원 내린 가격에 출고하도록 지시해 첫 출시 가격은 347만1천원이 됐다. 기존 포니는 트렁크가 뒷유리와 분리되어 있었지만 포니2는 정통 해치백 디자인을 따랐고, 5도어 해치백과 픽업트럭만 생산됐다.
포니는 1976년 에콰도르에 6대를 시작으로 국산차의 해외수출 시대도 열었다. 1983년에는 포니2를 캐나다에 수출하며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고, 1985년 캐나다 시장에서 5만780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에 오르기도 했다.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 현대 포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소형차 중심으로 바꾸고 마이카 시대를 열었으며,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한국 공업화의 상징이 됐다. 포니는 1975년 12월~1982년 12월까지 29만7천903대, 포니2는 1982년 1월~1990년 1월까지 36만3천598대로 총 66만1천501대가 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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