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갈림길의 연속이다. 크던 작던 우리는 매번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 갈림길이 옳고 그르던 후회가 남아서는 안 되기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는 종종 선택의 자유라는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고 다른 이에게 위임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있어 ‘결정 장애’라는 핑계로 자유로부터 자발적인 도피를 선택한 이들을 위해 해결사로 나섰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남겨야하는 우리 사회의 미덕에 맞게 선택의 고민에 빠진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그 끝을 창대하길 소망하며, 기아 셀토스를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셀토스는 지난 7월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한 달 만에 소형 SUV 시장을 평정하고 왕좌에 올랐다. 티볼리가 독주하던 소형 SUV 시장에 코나와 베뉴가 나섰고, 이제 셀토스라는 끝판왕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2006년 파리 모터쇼에서 디자인 경영의 출사표를 던졌던 기아차는 일관된 디자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를 연거푸 영입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강행하는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성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셀토스는 그 중심에 서있다. 전반적으로 직선이 강조된 셀토스는 작지만 다부지다.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전면 디자인은 랜드로버의 이보크를 연상시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명 ‘조선 이보크’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국산차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K5에서 시작된 전면 디자인, 일명 호랑이코 그릴은 이제 안정감을 넘어 완전히 자리 잡은 느낌이다.
평소엔 사용하지 않더라도 없으면 섭섭한 여러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되서 소위 말하는 ‘가성비’도 좋다. 사실 차로 유지 및 차선 이탈방지 보조와 같은 안전사양보다 2대 동시 연결이 가능한 블루투스 멀티커넥션과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내비게이션에 눈길이 간다. 이제는 새로울 것 없지만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고속 무선 충전 시스템과 원격 시동 기능은 덤이다.
소형이니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셀토스는 놓치지 않았다. 2열 좌석 등받이 조정, 열선 시트, USB 충전 포트에 준중형 SUV와 맞먹는 덩치로 넓은 공간을 선사한다.
“신차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 차종, 특히 2017년 얼굴을 조금 다듬고 지난해 써머 에디션 모델을 출시했던 르노삼성의 QM3를 보면 셀토스의 상품성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별다른 변화 없이 에디션을 남발하고 툭하면 강조하는 프랑스 감성은 QM3의 초라함을 더할 뿐이다.
디자인으로 호평 받은 SM6와 QM6에 적용된 패밀리룩이 동일하게 적용된 QM3의 전면 디자인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작고 가벼운 차체가 더 강조될 뿐, 기억에 각인될 만큼 강인한 존재감이 없다.
물론 QM3가 보여주는 놀라운 연비(복합 17.4km/L)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라이벌 차종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출력의 90마력짜리 디젤 모델만 판매하면서 더 높게 책정된 가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최근 잘나가는 SUV들은 차급을 가리지 않고 가솔린 모델의 판매 비율이 훨씬 높다. 그러나 디젤 모델만 판매하는 QM3는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연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는 경쟁 차종들에 비추어 볼 때, QM3의 유일한 장점인 연비는 나머지 단점들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통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자동차는 이동수단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10년 넘게 통일된 디자인을 발전시키며 기아차가 우직하게 쌓아온 브랜드 정체성의 총체로써 셀토스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소비자 입맛에 맞춘 옵션 구성을 갖췄다. 이 차는 분명 당신의 선택과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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