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중국 상해 부근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흐린 날씨와 함께 한파특보가 발효돼 추위가 이어졌다. 시작부터 흐리고 추웠다. 더군다나 올해는 어벤져스도 없다. 하지만 2020년 시작과 함께 제네시스 GV80이 공개되며 신차 출시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위축된 세계 교역과 함께 선진국 경기둔화 등 불확실성 속에 올해도 자동차 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블링블링한 신상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지난해부터 출시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만 고조시켰던 2020년 신차들을 되짚어보며 송구영신해보자.
제네시스 GV80 (1월)
‘이 시대가 원하는 최고급 대형 SUV를 재정의 한다’는 목표는 브랜드 이름만큼이나 원대하다. 제네시스 최초의 SUV이자 플래그십 SUV 역할을 담당할 GV80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완벽한 제품력을 갖추라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시로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1월 중 출시되는 GV80은 역동적인 우아함이 극대화된 SUV로 안전성, 편의성, 주행 성능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최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차종이다. 오랫동안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GV80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1분기)
더 이상 숨길 것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출시 뿐. 1월 16일 미디어 공개 행사를 진행하며 출시를 앞둔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와 이쿼녹스의 간극을 채울 차종으로 트렌디한 디자인, 최첨단 안전사양, 친환경 고효율 파워트레인이 특징이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한 듀얼포트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뤄 강한 인상을 구현한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SUV 명가로서 쉐보레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르노삼성 XM3 (1분기)
교섭을 재개하긴 했지만 노조 파업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르노삼성이 내수시장에서 새롭게 선보일 신차다. 사실상 QM6와 SM6 두 차종만 판매하던 르노삼성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2020년 1분기 출시를 앞둔 XM3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모델로, 쿠페형 SUV라 할 수 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만료되면서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과연 ‘Made in Busan’의 XM3를 만날 수 있을까?
기아 쏘렌토 (1분기)
지난해 셀토스를 통해 선보인 한층 진화된 SUV 디자인은 1분기 출시를 앞둔 쏘렌토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감을 강조했던 이전 모델과 확연히 구분되는 직선으로 각을 세우고 강인한 이미지를 구현할 4세대 신형 쏘렌토는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하이브리드 모델도 투입될 전망이다. 새해에도 SUV 열풍이 이어질지, 신형 쏘렌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제네시스 G80 (상반기)
G70의 등장, G90의 성형, 그리고 이제는 G80 차례다. 2020년 상반기 중 3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둔 G80은 출시가 늦어진 GV80과의 팀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정 조율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현대차 울산 공장은 신형 G80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친 만큼, 더 이상 출시를 연기할 수는 없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주력인 G80은 완전변경을 거치며 신형 파워트레인을 비롯해 디자인과 안전 및 편의사양 등에서 확실한 진화를 보여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 아반떼 (상반기)
2018년 9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삼각떼’라고 불리며 갖은 고초를 겪었던 아반떼가 빠르게 7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다. 상반기 중 출시가 예정된 신형 아반떼는 쏘나타와 그랜저처럼 새로운 디자인으로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을 완성시키며 SUV의 인기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델 대비 더 길어지고 낮아진 날렵한 모습에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기반으로 한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이 입혀진 새로운 아반떼는 ‘N라인’ 모델도 추가해 ‘생애 첫 차’의 명성과 준중형 세단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제네시스 GV70 (하반기)
제네시스에게는 2020년이 매우 바쁜 한 해일 듯 싶다. 상반기 GV80과 G80에 이어 하반기에는 준중형급 SUV인 GV70이 출격한다. 여담이지만 제네시스는 G70의 부분변경 모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G70을 기반으로 하는 GV70에는 쿼드램프와 오각 방패형 그릴 등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이 반영되며, 현대 투싼과 비슷한 실내 공간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GV70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BMW X3, 아우디 Q5 등이 꼽힌다.
현대 투싼 (하반기)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LA 컨벤션 센테에서 열린 ‘2019 LA 오토쇼’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콘셉트카 ‘비전 T’를 선보였다. 비전 T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로 대변되는 현대 차의 디자인 철학과 입체적 상상력과 초월적 연결성라는 다소 난해한 두 가지 테마가 결합된 모델로 4세대 완전변경을 앞둔 투싼의 미리보기로 이목이 집중됐었다. 쏘렌토와 마찬가지로 투싼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카니발 (하반기)
무혈입성. 신경 쓸 만한 경쟁 차종이 없어 시장을 독점했다고 봐도 무방한 카니발은 소비자들의 꾸준한 선택 덕분에 다소 느긋하게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덩치 큰 대형 SUV들의 인기가 카니발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1년 출시가 예상됐던 4세대 신형 카니발은 시기를 앞당겨 2020년 하반기 중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형 카니발은 새로운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기아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듬뿍 담은 디자인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편, 기아 모닝과 현대 싼타페는 상반기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특히 싼타페는 부분변경임에도 큰 변화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지만 현대 코나, 기아 K3, 기아 스팅어의 부분변경도 예정되어 있다. 2017년 데뷔 이후 아직까지 신선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코나의 새로운 모습도 기대되지만, 단종 가능성이 제기됐던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스팅어의 부분변경 소식은 반갑다.
서로 상극일 것 같은 SUV의 강세와 친환경 트렌드는 2020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며, 국산차 브랜드들은 대체로 이러한 흐름에 순응할 것으로 보인다. 경자년은 흰 쥐의 해로 힘이 아주 센 흰 쥐는 쥐 중의 왕이라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바쁜 움직임을 보여주는 국산차 브랜드들이 새로운 신차들과 함께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힘찬 도약으로 위상을 높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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