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앱티브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단순 협업을 넘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공동개발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현대차와 앱티브는 전 세계에서 운행이 가능한 레벨 4 및 5 수준의 안전하고 최고 성능의 발휘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신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공동 개발을 통해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IT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완전한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여 고객 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간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앱티는 2018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 순위에서 20위를 기록했지만, 차량용 전장부품만 공급하는 업체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과 2017년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 기업 ‘오토마티카’와 ‘누토노미’ 인수를 통해 개발 역량을 한층 끌어 올렸다.
현재 보스턴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기간 중 다양한 업체들이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가운데, 비가 오는 날에도 유일하게 서비스를 운행한 업체는 앱티브 밖에 없을만큼, 여타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과 달리 앱티브는 복잡한 교통 및 열악한 기후와 지형 등 난이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에 집중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앱티브 CEO 케빈 클락은 “이번 파트너십은 ADAS를 비롯한 차량 커넥티비티 솔루션, 스마트카 아키텍처 분야 앱티브의 시장 선도 역량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JV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되고,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한화 약 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한화 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 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현대차는 대규모 투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기술교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 기아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확보를 통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완전 인수의 경우 타 업체에 대한 기술 폐쇄성으로 인해 호환성이 부족할 수 있고, 소수 지분 확보의 경우 자동차 업체가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합작법인은 세계 자율주행 시장과 연대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방형 협력 구조를 갖추기 때문에 보다 발전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공급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기술 테스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자율주행은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최고의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 기술은 통신, 인공지능, 센서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자율주행 차량 개발 역량 확보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17년 CES에서 아이오닉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라스베이거스 도심 주야 자율주행 시연에 이어 2018년 2월에는 넥쏘와 제네시스 G80에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기술들을 탑재하여 서울에서 평창까지 약 190km 거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울러 현대차는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북미의 연간 교통사고 비용은 8,360억 달러에 달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840억 달러로 90% 가까이 비용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은 보다 안전한 이동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고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연료비용을 아낄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는 현대자동차가 과연 미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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