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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이트 명가의 스페셜 웨폰, 볼보 뉴 XC70 D5


‘SUV처럼 둔하지 않은 차체크기에 충분히 넓고 실용적인 적재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승용차나 다름없는 승차감과 운동성능은 물론 꿇리지 않는 비포장도로 주행성능까지 보유한 차’

시판된 적이 없는 볼보 ‘XC50’은 말 그대로 기자의 꿈속에만 존재하는 자동차, 즉 드림카이다. 그리고 그러한 꿈을 꾸도록 밑그림을 제시했던 모델은 당연히 XC70이었다. 데뷔 10년을 맞은 XC70은 이제 3세대 모델로 거듭났고, 왜건(에스테이트)을 홀대하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개척을 위해 다시 한번 우리 곁에 우뚝 섰다.

지난 7일, 국립극장에서 신차발표회를 가진 올-뉴 XC70의 D5 모델을 행사 직후 빼돌려 시승에 임했다. 고백하건데, 편파적인 시승이 되지 않도록 무던히 노력해야만 했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XC70은 1997년, ‘V70 XC’라는 이름으로 처음 태어났다. 당시 볼보는 히트작인 850 세단/왜건을 일신해 각각 S70과 V70으로 내놓았는데, V70 XC는 왜건형인 V70의 파생모델 중 하나였다. ‘XC’는 ‘크로스 컨트리’의 약자. V70 XC는 볼보의 첫 네바퀴굴림 모델인 V70 AWD의 차고를 2~3cm 높이고 차체에 플라스틱 보호대를 둘러 이름처럼 ‘거친 길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다용도 차량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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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70 XC는 미국의 왜건 시장이 SUV들에게 잠식당하자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개발된 모델이었다. 왜건에 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입지를 갖고 있었던 볼보였지만 다른 유럽메이커들과 마찬가지로 SUV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던 탓에 승용차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법을 찾아낸 셈이었다.

1세대 V70 XC
기존의 승용차 모델을 살짝 개량해 SUV 느낌이 나도록 만든 차량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주류 모델로 자리잡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V70 XC에 한발 앞서 일본 스바루가 레거시 왜건을 개량한 ‘아웃백’을 선보였고, 볼보에 이어 아우디가 A6 왜건에서 파생된 ‘올로드 콰트로’를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크로스오버, 소프트-로더의 트렌드가 생겨났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이들의 아류 작이라 할만한 자동차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있는데, 특히 덩치 큰 SUV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유럽시장을 위한 모델들이 많다. XC70의 주력 시장은 여전히 미국이지만 말이다.

2세대 V70 XC / XC70
북미 시장에서 볼보 왜건 판매의 45%를 차지해버려 당당한 주류모델로 자리잡은 V70 XC는 2000년 새로운 플랫폼(P2)을 토대로 풀 모델 체인지 되었고, 2002년을 기점으로 XC70이라는 새 이름을 쓰게 되었다. 산고 끝에 개발완료된 중형 SUV, XC90의 출시와 함께 크로스오버 차량 제품군의 모델명을 XC로 통일시키기로 한 볼보의 정책을 따른 것이었다. XC 패밀리는 최근 추가된 XC60까지 총 세 개의 모델로 구성된다.

이번에 볼보자동차 코리아가 출시한 XC70은 지난 해 다시 한번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3세대 모델로, 구형대비 가장 뚜렷한 변화로는 새로운 플랫폼(P24)의 채용에 따른 크기 확대와 화려해진 실내외 디자인, 그리고 사양의 강화를 들 수 있다. 2세대 V70/XC70은 차체 앞부분과 실내를 S60과 공유한 탓에 S60의 왜건버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V70/XC70은 S80의 왜건버전에 해당하는 만큼 차체 크기뿐 아니라 차급 자체가 상향 조정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차체크기를 보면 폭은 구형과 거의 같고 길이가 10cm, 휠베이스가 5cm, 높이가 4.5cm 정도씩 커졌다. 단순히 차체만 커진 것이 아니라 비틀림 강성도 15%가 향상되었다는 것이 볼보 측의 설명이다. 2세대 XC70은 S60보다 거의 5cm가 긴 휠베이스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XC70의 경우에는 S80보다 휠베이스가 2cm 짧고, 의외로 차체길이도 살짝 짧다. 반면 차체 높이는 기본사양인 루프레일을 포함해 1,604mm에 이르므로 S80보다 11cm 이상 높다. 루프레일을 단 V70 보다도 6cm가 높은 수치. 현대 투싼이나 BMW X3와 같은 소형 크로스오버 SUV의 전고가 1,680mm 내외이므로 비교가 될 것이다. 최저지상고는 V70이 143mm인데 반해 XC70은 210mm나 된다. 덕분에 30cm 깊이의 수로를 통과할 수 있고, 접근각 19.2도, 이탈각 24도, 여각 19.8도의 오프로드 접근성을 갖고 있다. 역시 승용차와 SUV의 중간 수준이다.

S80과 인상도 비슷하고 실제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막상 두 대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V70은 단순히 ‘S80의 왜건버전’이라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로 고유의 패널들을 많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형인 V70이 그럴진대 거기에 다시 헤드기어를 눌러쓴 듯 꾸며진 XC70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XC70은 볼보의 새로운 패밀리 룩을 따라 디자인된 그릴과 헤드램프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앞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두운 색으로 처리된 하단의 플라스틱 바디패널이 차의 다이내믹한 성능을 대변하고 거친 인상을 더하지만, 구형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메탈장식들이 추가돼 수수하게만 보였던 차를 한결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범퍼 안쪽으로는 일반적인 높이의 승용차와 정면충돌할 경우를 대비한 하단 크로스멤버의 설치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

큼지막한 휠하우징과 측면 윈도우 프레임, 각진 어깨선과 같은 디자인 요소들은 XC70만의 독특한 옆모습을 창조해낸다. 길게 뻗은 지붕선과 윈도우 라인, 투톤 처리된 바디패널로 인해 차체의 늘씬함과 속도감은 S80을 앞지를 지경이다. 평탄치 않은 노면을 빠르게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도 둔해 보이기만 하는 여느 SUV들보다 한층 자극적이다.


차체 뒷부분도 역동적이고 조형적으로 다듬어졌다. 심지어 꼿꼿이 세우는 것이 전통이었던 테일게이트도 앞부분으로 살짝 경사를 주었다. 안쪽이 항상 일자에 가까웠던 테일램프에도 멋을 부렸고, 일부는 테일게이트와 함께 열리도록 해 개구부가 좁아지지 않도록 했다. 어깨선 보다 좀 더 아래로 끌어내린 뒤창하단은 후방시야 확보를 위한 조치. 유리 해치만 안 달았다 뿐이지 전체적인 라인은 C30의 뒷모습과도 유사하다. ‘오이스터 그레이 펄’, 즉 ‘굴회색’인 시승차의 리어스포일러는 순정 액세서리로 판매되는 옵션 사양. 루프 레일은 앞유리의 A필러의 밑단에서부터 시작되어 테일게이트 직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스칸디나비아 감각의 디자인과 기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는 – 적어도 1열 공간은-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표방한 S80과 동일하다. 하지만 시승차는 밝은 색 내장을 갖고 있어 일전에 시승했던 S80 V8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시승차는 ‘샌드스톤 베이지’의 내장컬러를 바탕으로 시트와 도어트림에는 커피색 1호…아니 ‘에스프레소 브라운’이라는 갈색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외에도 ‘블랙-블랙’ 또는 ‘베이지-베이지’의 색상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 편하게 탈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블랙-블랙이 실용적이겠지만 때가 잘 탄다고 쉽게 포기하기에는 베이지색 실내의 넓고 우아한 분위기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어느 쪽이든 액센트 트림으로는 나무장식 대신 ‘가로세로 난도질’ 스타일의 칼금이 그어진 알루미늄 장식이 들어간다. 모 기자가 시승 내내 칭찬한 ‘쿨~한 물건’이다. 나무장식은 스티어링휠의 바깥쪽과 변속레버의 일부분에 한정되게 사용되어 튐 없는 조화를 이룬다.

전반적인 재질감과 품질감은 ‘볼보가 원래 이 정도였나?’라는 감탄사를 달고 다닐 정도로 고급스럽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볼보는 국내에서 평가절하된 면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화려한 실내는 만족스러운 만큼 부담스럽기도 하다. 수수했던 예전의 XC70만을 생각하며 흙탕물을 튀기고 놀 생각에 들떠있었던 탓이다. 가죽시트는 모서리 부분의 X자 스티칭이 예사롭지 않은데, 착좌면이 다소 미끄러운 것이 흠이다. C30 2.4i에 적용됐던 ‘T-tec’ 직물시트를 달았어도 고급스럽고 실용적이어서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무조건 가죽을 선호하니 아쉬운 노릇이다.


앞좌석은 운전석, 동반석 할 것 없이 8방향 전동조절식이고 요추받침만 수동조절이다. 쿨링시트는 빠졌지만 열선은 3단 조절이고 운전석은 사이드 미러와 연동되는 메모리 시트 기능을 제공한다. 스티어링컬럼은 깊이와 각도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기자는 내릴 때마다 오른쪽 무릎을 컬럼에 부딪치곤 했다. 왼발 쪽은 풋레스트가 조금 높은 듯 하다. 요추받침 레버는 센터콘솔의 암레스트 부분에 가려 조작이 편치 않고, 암레스트의 뚜껑을 여는 과정 역시 인체공학적이지는 못하다. 글로브박스는 운전석에서 손을 뻗어 열기에 좋은 구조를 갖고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 암레스트 부분은 뒤로 180도 젖혀 뒷좌석 승객의 도시락 테이블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암레스트 안쪽에는 AUX 단자가 들어있고 MP3등을 올려둘 수 있는 별도의 중간선반이 있다. 순정 USB 인터페이스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아이팟 등을 연결해 오디오 화면과 연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오디오는 볼보의 최고급 사양인 ‘프리미엄 사운드’급으로, 돌비프로로직II를 지원하며,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12개와 MP3호환 인대시 6CD 체인저, 5x130와트 디지털 앰프로 구성되어있다. 여기다 추가로 트렁크 바닥에 순정 액세서리인 260와트짜리 서브우퍼(6.5인치x2)도 달 수 있다니 군침이 넘어간다.


내비게이션과 DMB용 화면은 평상시 대시보드 상단에 머리만 내밀고 있다가 리모컨으로 켜면 완전히 올라오는 방식으로, 오디오 시스템과는 별도로 작동한다. 화면의 질이나 리모컨에 의한 불편한 조작방식이 고급스러운 실내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옵션에서 제외시켜버리고 거치식 내비게이션을 쓰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하지만 막상 닥치면 요긴하게 쓰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볼보이니 사고 때 어디로 튀어 다닐지 모르는 거치식 내비게이션의 사용에 찬성할 리 없다. 그래서 전원소켓도 변속레버 뒤쪽으로 멀찌감치 빼놓았나 보다.

좋든 싫든 모니터는 밖으로 내놓는 것이 편하다. 후진시 후방카메라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후방카메라는 볼록렌즈를 통한 것이라 조금 어지럽기도 하지만, 단순히 화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향 방향에 따른 예상 경로와 장애물까지의 거리까지 그래픽으로 나타내주기 때문에 요긴하다. 이와는 별도로 전후방 주차센서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센터페시아의 오디오 액정화면에도 장애물의 위치와 단계별 거리가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또, 후진시 좌/우 선택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하향조절되는 사이드미러는 껑충한 차를 후진시킬 때 엄습하는 옆구리의 불안함을 덜어준다.


물론 사이드미러에는 볼보 특허의 사각지대 감시경보장치인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도 내장되어 있다. 또, 국내에 소개된 볼보로서는 처음으로 차선이탈경보장치인 LDW(Lane Departure Warning)시스템까지 달려있다. 앞유리의 룸미러 장착부위에 달린 카메라가 차선을 감시하고 있다가 고의성이 없이 차선을 넘어간다고 판단되면 경고음을 울린다. 졸음운전이나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사고를 줄여주는 장치다. 시험 삼아 다양한 조건에서 깜빡이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어영부영 차선을 넘나드는 꼴불견 운전을 해봤는데,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65km/h 이상일 때만 작동한단다. 그렇다면 가다 서다가 반복될 때 자주 졸음운전을 경험했던 기자에게는 LDW보다 XC60에 장착된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30km/h이하에서 작동)가 더 요긴하겠다.

LDW와 BLIS, 주차센서 기능은 모두 센터페시아 하단에 나란히 배치된 버튼들을 이용해 켜고 끌 수 있다. 이 줄에는 버튼이 두 개 더 있는데, 하나는 액티브 바이-제논(ABL) 헤드램프, 나머지는 HDC의 활성화 버튼이다. 지난해 말 국내법규가 풀리면서 도입이 허용된 ABL은 상/하향등 모두를 제논 램프로 비출 뿐 아니라 코너링시 회전방향으로 좌우 15도씩 조명방향을 바꿔준다. 조명스위치는 볼보의 다른 모델들처럼 ‘헤드램프 상시 점등 권장형’으로 되어있는데, 주위가 밝을 때는 조도센서가 이를 감지해 ABL을 방향전환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는다. ABL은 S60, XC90, S80에 달리지만 S80 D5에는 달리지 않는 사양이다.


내리막길 저속 유지장치인 HDC(Hill Descent Control)는 차를 멈춘 상태에서 변속레버를 수동위치에 놓아야 활성화시킬 수 있다. HDC를 켜고 내리막 길로 차를 들이밀면 계기판에 DSTC 작동 경고등이 깜빡 거리면서 차량 스스로 제동을 걸며 엉금엉금 경사면을 내려가게 된다.

오디오 조작부의 ‘MENU’ 버튼을 눌러 차량의 상세 설정 메뉴로 들어가면 스티어링휠의 조향력과 LDW의 감도 등 별의 별 설정을 다 바꿀 수 있는데, DSTC(Dynami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의 트랙션 제어부분도 여기서 끌 수 있다. 모래밭 탈출 시나 눈길 주행 시 필요한 부분으로, 시승차도 사진촬영을 위해 모래사장에 들어갔다가 바퀴가 잠기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끄고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었다.


커피색 시트를 적용한 시승차는 뒷좌석에 앉았을 때 시각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넉넉한 무릎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1열 시트를 끝까지 내리더라도 발공간은 어느 정도 확보되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천정이 테일게이트까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S80보다 훨씬 여유로운 헤드룸을 제공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뒷좌석에는 아이 아빠들의 로망인 2단계 조절형 어린이 시트가 내장되어있는데, 덕분에 착좌감은 다소 어색한 것 같다. 오리 주둥이처럼 생긴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등받이의 레버를 이용해 앞으로 접을 수 있고, 등받이를 폴딩 할 때도 굳이 빼거나 하는 잔동작이 필요 없어서 좋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사양으로는 B필러에 내장된 송풍구와 센터콘솔의 전원소켓, 좌우독립 이어폰 잭 및 오디오 조작부를 갖추고 있다. 앞 헤드레스트 뒤에 내장되는 7인치 모니터는 옵션 사양. 센터 암레스트는 얕지만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내장하고 있고 높이도 적당하다. 윗부분에는 가운데 좌석을 위한 헤드레스트가 내려져있다.

테일게이트(뒷문)는 전동식으로 오르내린다. 후방 번호판 위쪽의 손잡이를 한번만 당겨주면 잠금장치가 풀린 뒤 저절로, 그리고 천천히 끝까지 밀어 올려지므로, 성질 급하게 힘으로 당길 필요가 없다. 닫을 때 역시 테일게이트 바닥 면의 버튼을 한번만 터치해주면 부드럽게 내려와 잠기게 된다. 물론 운전석 스티어링 컬럼 왼편의 버튼이나 리모컨의 버튼으로도 같은 조작을 행할 수 있다.


S80의 트렁크 공간이 422리터 이므로, 575리터라는 XC70의 적재용량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뒷좌석 등받이를 세운 상태에서 적재함 커버까지, 즉 유리 밑단까지만 짐을 실었을 때의 수치로, 천정까지 실을 경우에는 815리터로 늘어난다. 이 상태로도 왠만한 세탁기(제품 나름이겠지만)는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뒷좌석을 자빠뜨려 천정까지 짐을 싣는다면 적재용량은 1,600리터로 늘어난다. 수치로만 따지자면 현대 투싼(540/1,375)과 싼타페(969/2,213)의 중간 정도가 된다.

단순히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 구석구석을 어찌나 꼼꼼하게 잘 꾸며놨는지, 마트의 공구 진열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흠뻑 빠져버릴 만한 것이 XC70의 적재공간이다. 그야말로 왜건 명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구형처럼 4:2:4의 비율로 나눠지는 2열 시트 등받이는 스키스루가 아니라 아예 가운데 부분을 통째로 접어서 적재함 바닥과 평편하게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2열 등받이만 접어도 성인남자(키 나름이겠지만)가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정도의 평편한 바닥공간이 확보되고, 필요하다면 동반석 등받이까지 접어 더 긴 짐을 실을 수도 있다. B필러와 C필러 상단부에는 그물형 안전망을 걸 수 있는 홀더가 있어 등받이를 접던 세우던 유사시 날아다니는 화물로부터 승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화물이 없다면 안전망을 걸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룸미러로 봤을 때의 사파리틱(?)한 느낌을 즐기느라 시승 내내 망을 말아 넣을 일이 없었다. 그물너머로 송아지만한 개를 태우고 다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바닥에 깔린 알루미늄 레일의 슬라이딩 후크와 별매의 액세서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넓은 공간을 버리는 부분 없이 아기자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시승팀은 그물 칸막이로 삼각대와 사다리를 구속시킨 뒤 좌우 포켓에 세차도구 등을 쑤셔 넣고 텔레토비 마냥 즐거워했다. 바닥 면에는 –미국 아주머니들을 배려한 것이 분명한- 접이식 쇼핑백 홀더가 내장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 아래로도 46리터의 추가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댐퍼가 달려있어 힘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는 구급약품과 안전삼각대가 들어있으며, 테일게이트와 함께 잠기기 때문에 차 안에 노트북 등 귀중품을 둔 채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모든 유리가 이중접합으로 되어 있으니 이걸 깨고 실내의 귀중품을 집어갈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시동키는 스마트키로 되어있어 키를 꽂을 필요가 없고, 대시보드 정면의 버튼을 이용해 시동을 건다. 잠긴 문을 열 때도 별도의 버튼조작 없이 손잡이를 잡아당기기만 하면 된다. ‘개인차량 커뮤니케이터(PCC)’라 불리는 이 시동키에는 차량과의 통신내용이 저장되어있어 신호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도 도어를 잠그고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신호가 닿는 100미터 거리 내에서는 차의 도난경보기가 울린 적이 있는지, 현재 차 안에 침입자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지 등을 알려준다.

XC70은 본격 오프로더를 지향한 차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키를 높인 왜건이고, 거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4륜구동계와 손상걱정이 덜한 플라스틱 보호대, 그리고 HDC를 추가해 보통의 승용차보다는 나은 험로 주파성을 확보하게 된 것뿐이다. 그리고 대개의 사용자에게 이 이상의 오프로드 주행능력은 필요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비포장 도로주행을 감안해 부드럽고 여유롭게 설정된 XC70의 하체는 한마디로 뭣과도 같은 시내도로의 요철들을 통과할 때도 빛을 발한다. 어지간한 과속방지턱은 불쾌감 없이 통과할 수 있고, 멀찌감치서 한차례 걸러 들어오는듯한 소음과 진동은 피곤하기만 했던 시내주행을 한결 편하고 안락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링 실력 역시 뛰어나다면 좋겠지만, 1.9톤이 넘는 차중을 가진데다 무게 중심까지 높은 XC70은 예상했던 만큼의 좌우 쏠림과 출렁임을 일으키며 뒤뚱거린다. 다만 하체가 부드럽게 설정된 일반 승용차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딱히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의도적으로 밀어 붙이지만 않는다면 SUV가 아닌 일반 승용차의 기준으로도 흠을 잡기 힘들 것이다. S80 V8에 적용된 능동형 전자제어 서스펜션 ‘Four-C’가 달렸다면 스포티한 주행도 어느 정도 소화해냈을 법 한데, 국내 사양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니 믿을 것은 할덱스의 4륜 구동 시스템뿐이다. 코너에서 강하게 치고 나가기에는 힘의 여유가 크지 않고, 차체가 불안한 거동을 보이기에 앞서 타이어들이 먼저 비명을 흘리기 때문에 한계 범위 안쪽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장착된 타이어는 SUV용 제품인 피렐리의 ‘스콜피온 제로’로, 235/55R17사이즈를 끼우고 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에 225/55R16을 끼운 S80 D5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급제동시의 거동은 안정적이며 차체가 앞으로 숙여지는 노즈다이브도 예상한 정도 이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덩치가 있는 만큼 제동거리는 다소 길게 느껴지는 편. 급제동시나 ABS 작동시에는 자동으로 비상등을 점멸시켜주는 EBL 기능을 갖고 있어 추돌사고를 예방한다. 주차브레이크는 전자식으로, 스티어링 컬럼 좌측 하단의 레버를 누르면 작동하고, 당기면 풀린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자동으로 풀리긴 하지만 약간의 저항을 하다가 출발하는 타입이다.


XC70 D5는 S80 D5보다 180kg이 무겁고,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었던 2세대 XC70 D5와 비교하면 무려 230kg이나 더 무거워졌다. 엔진 힘이 부족한 차였다면 끔찍할 정도의 주행성능 저하가 생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 차는 토크로 승부하는 디젤엔진을 쓰고 있어 여전히 가뿐한 주행이 가능하다. 믿을 수 없다면 제원표를 확인해보라. 0-100km/h 가속시간은 우리나라와 영국에서 9.9초, 볼보의 인터내셔널 사이트에서 10.9초로 표기하고 있다. S80 D5는 9초, 구형 XC70 D5는 10초였으니 후자가 좀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 없는 정도의 가속이 이루어진다. 새 XC70 D5 보다도 무게가 250kg 가까이 더 무거운 XC90 D5도 생각해주자.

실제 체감성능도 평균 이상으로, 특히 40.8 kgm의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2,000~2,750 rpm대에서의 회전수 상승이 통쾌하다. 다만 그 이상의 회전수로 넘어가면 소음과 진동이 다소 부담스러워진다. 정차중의 진동도 요즘 추세에 비하면 더 잡아낼 필요가 있다. 대신 중/고속에서의 정숙성은 가솔린 차가 전혀 부럽지 않은 수준. 다만 앞좌석에 비하면 뒷좌석의 승차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것은 하나의 세팅으로 온/오프로드는 물론 최대적재시의 안정성과 승차감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기본형 서스펜션의 한계로 보인다. XC70에는 차고조절장비나 화물적재시의 수평유지장치가 없다. 이것은 처음부터 차고조절식 에어서스펜션을 달고 나왔던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와 비교되었던 부분으로, XC70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수수함으로 나름의 매력을 인정 받아왔다. 디자인과 사양 면에서 월등하게 화려해진 이번 모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로드 콰트로는 국내에서 단종되었고 XC70은 보란 듯이 살아남았다.


변속기에는 별도의 스포츠모드가 없고 변속레버를 오른쪽으로 밀면 수동모드에 진입한다. 수동모드에서도 4,700rpm이면 자동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풀 가속시의 변속포인트는 40, 70, 105, 140km/h로 동일한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 ‘AW TF-80SC’를 탑재한 볼보 차들과 각 단의 기어비가 같고 종감속비만 달리 하고 있다. (S80 D5는 3.20:1, XC70 D5는 3.60:1) 140km/h 에서 5단으로 변속된 후에는 가속력이 떨어진 채 힘들게 상승을 계속하며, 4,700rpm, 190km/h에서 한계에 이른다. 한국 제원상의 최고속도는 205km/h이지만 역시 인터내셔널 사이트의 195km/h 쪽이 신빙성 있어 보인다.

8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1,600rpm, 100km/h 주행 시에는 2,000rpm을 살짝 하회한다. 역시 6단 100km/h에서 1,800rpm를 기록했던 S80 D5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때 트림컴퓨터에 나타나는 순간연비는 각각 15.6km/리터와 12.3km/리터. 총 주행거리가 4,000km를 갓 넘긴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8.9km/리터였다. 공인연비는 11.2 km/리터이다.

새 XC70 D5는 구형보다 200만원 가까이 싸졌다. 호사스럽게 바뀐 상품 내용을 생각하면 상당한 폭의 가격인하라 할 수 있다. 일부 옵션을 제외시켜서 더 저렴하게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차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은 차를 선호하는 기자가 보기에, 더욱 크고 화려해진 XC70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너머에 존재하는 차다. 그런데 자꾸만 뒤꿈치를 들어 담장 너머의 차를 훔쳐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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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70 D5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38 ×1,861×1,604mm
휠 베이스 : 2,815mm
트레드 (앞/뒤) : 1,604/1,570mm
공차 중량 : 1,940kg

엔진
형식 : 직렬 5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 : 2,400cc
보어×스트로크 : 81 x 93.2 mm
압축비 : 17.3:1
최고출력 : 185마력 / 4,000 rpm
최대토크 : 40.8 kgm / 2,000~2,750 rpm
구동방식 : AWD

변속기
자동 6단
기어비 (1/2/3/4/5/6/R): 4.148 / 2.370 / 1.556 / 1.155 / 0.859 / 0.686 / 3.394
최종감속비 : 3.6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앤 피니언

성능
0-100km/h 가속 : 9.9 초
최고속도 : 205 km/h
최소회전반경 : 5.75m

타이어 : 235/55R17
연료탱크 용량 : 70리터
트렁크 용량 : 575리터
연비 : 11.2 km/ℓ

차량가격
5,840 만원(VAT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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