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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대중성,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신사의 나라 영국 태생으로 올해 67주년을 맞이한 랜드로버는 사막의 롤스로이스, 오프로드의 황태자, 지프계의 귀족이란 수식어들로 회자되곤 한다. 이제는 그런 표현들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만큼 랜드로버는 오프로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특별한 브랜드다.

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랜드로버의 라인업은 럭셔리하고 품격 있는 레인지로버, 전천후 레저의 강자 디스커버리, 전통의 아이콘 디펜더 등으로 나눠진다. 저마다 각기 차별화된 성격을 지녔으며, 동급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출중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컴팩트 SUV 시장에 프리랜더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내세웠던 랜드로버는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를 앞두고 사실상 프리랜더의 후속이라 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바 있다. 어느덧 본격적인 국내 출시를 앞두고 천년의 고도 경주 일대의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들며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시승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기존의 프리랜더나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비슷한 체형이지만 전체적으로 더 큰 덩치를 지녔다. 날렵한 이미지의 전면부는 제논 헤드램프의 형상과 독특한 6각형으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얼핏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향기도 느껴진다.

보닛 끝에 붙은 디스커버리 엠블럼은 이 차가 새로운 디스커버리 패밀리임을 강조하며, 측면의 선명한 벨트라인과 뒤에서 우뚝 솟은 리어스포일러는 다이내믹한 모습을 연출한다. 리어램프를 비롯한 후면부는 마치 로봇의 얼굴이나 컨셉트카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처음 마주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큼직해진 외관만큼 실내도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을 조성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센터페시아는 8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장치,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조작버튼으로 깔끔하게 구성됐다. 계기판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동일하며 기어변속 다이얼 역시 부품을 서로 공유한다. 상위 모델인 HSE 럭셔리에는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시트의 착좌감과 가죽 질감은 상당히 우수한 편. 2열 시트의 경우 1열보다 50mm 높은 스타디움 형태로 충분한 헤드룸과 함께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며 파노라마 루프로 인한 넓은 개방감도 선사한다. 6:4로 구성된 2열 시트는 앞뒤로 최대 160mm까지 조절 가능해 상당히 여유롭다. 폴딩 시 적재공간은 최대 1,698리터까지 확장되어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경주 무장산 자락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로 향했다. 약 19km 정도의 비에 젖은 산등성이를 거침없이 올라가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2.2리터 직렬 4기통 디젤 터보차저 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한다. ZF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0-100km/h 가속시간 8.9초를 기록하며, 안전 최고속도는 188km/h에서 제한된다. 국내 기준 복합연비는 11.2km/L로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약 2톤에 가까운 무게를 감안하면 양호한 편이다.


험난한 코스가 연이어 계속되는 가운데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흙속의 진주처럼 만들어준다. 운전자는 일반, 풀/자갈/눈, 진흙, 모래 등 지형에 맞는 4가지 모드를 설정해 모험을 즐기면 된다. 시승차는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가 아닌 일반 사계절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지만 진흙에서 한쪽 바퀴가 완전히 들리는 상황에서도 전자제어식 센터 커플링이 전륜과 후륜에 각기 다른 동력을 분배해 최적의 그립과 밸런스로 뛰어난 오프로드 능력을 과시했다.

코스 중간에 물이 고인 웅덩이도 나타났지만 거침없이 해쳐나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도하 가능 수위는 600mm로, 경쟁모델인 Q5나 X3의 그것을 능가하는 수치를 자랑한다.


짜릿한 오프로드 코스를 무사히 마친 이후 온로드에 접어들어 일반 노면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험난한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뚫고나온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이나 연속되는 코너에서의 흐트러짐 없는 운동성능이 예상외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평범한 SUV들의 경우 와인딩 코스에 들어서면 잦은 하중이동으로 인해 서스펜션 반응이 느려지고 한계점이 쉽게 무너지는 반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서스펜션은 민첩하게 차체를 잡아주기 때문에 좌우 롤링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브레이킹 또한 빠르고 정확하다.


사소하지만 불편한 부분도 존재한다. 풋레스트의 애매한 크기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이나 코너링에서 왼발의 지지력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높이 차이가 상당해 장시간 주행할 경우 정강이 근육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차후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을 통해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의 랜드로버는 분명 훌륭한 차를 판매하는 브랜드였지만 훌륭한 이미지까지 갖추진 못했다. 항상 ‘잔고장’이라는 주홍글씨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영국차는 원래 그렇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랜드로버는 그러한 문제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로 결실을 맺고 있다.

레인지로버의 고급스러움과 디스커버리의 역동적인 이미지,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멋스러움이 적절하게 섞여 프리랜더와 차원이 다른 럭셔리하면서도 대중적인 모델로 탄생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온·오프로드에서의 탄탄한 성능과 흠잡을 데 없는 상품성을 갖추고도 경쟁차종 대비 매력적인 가격표를 달고 뜨거운 시장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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