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 Quam Videri'
허울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미국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에서 주인공 에릭 마쉬가 강조한 라틴어 구절이기도 하다. 영화는 화려한 영상 대신 소방관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희생을 담담하게 전달한다.
노조 파업 상황에서 수입차로의 브랜드 재편과 맞물려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 '미국차' 트래버스의 첫인상 또한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었다.
2세대 트래버스 전면에 위치한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 듀얼포트 그릴은 지나침 없이 간결하다. 특히 D 형태의 디자인으로 양쪽에 9개의 램프가 장착된 헤드램프는 날카로우나 겉돌지 않고 볼륨감 있는 차체와 어우러져 정돈된 느낌이다.
5.2m의 전장과 3m의 휠베이스를 고려하면 측면은 다소 두껍다. 3열이 있는 SUV 특유의 역방향 C필러는 차체 크기를 더욱 강조하고, 1열 벨트라인 아래 더해진 'TRAVERSE' 크롬 레터링과 사이드스커트 크롬 몰딩은 특별함을 더한다.
듀얼 램프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양쪽에 나란히 위치한 스퀘어 타입 듀얼 배기파이프는 큰 차체에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다.
실내는 광활하다. 가장 낮은 트림을 제외하면 기본으로 적용된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5단계로 밝기 조절이 가능하며 확대 축소 기능은 없다. 향상된 시야가 확보되는 기술은 칭찬할 만하나 룸미러의 크기가 차체에 비해 작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8인치 모니터는 실내 공간에 비해 작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운전자 입장에선 멀게 느껴진다.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제공하는 선명한 화질과 다양한 앵글로 구현되는 어라운드 뷰는 만족스럽다. 모니터 뒤쪽에는 숨겨진 공간도 마련됐다.
운전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시보드에서 상대적으로 시선이 덜 가는 아래쪽으로 갈수록 소재에 대한 마감은 아쉽다. 수동 변속은 기어노브 상단에 위치한 버튼으로 가능하고 뒤쪽에는 통합 트랙션 모드 셀렉트 다이얼이 있다. 노면 상태나 주행 상황에 따라 다이얼을 돌려 구동 시스템 변경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은 대형 SUV치곤 작은 편이다. 계기판 좌우에 배치된 속도계와 회전계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엔진오일 수명과 에어필터 수명 확인이 가능한 기능에는 눈길이 간다.
651리터 용랑의 트렁크는 2열과 3열을 접었을 때 최대 2,780리터까지 적재 가능하다. 시트를 접어 트렁크 공간을 넓힐 때 이질감 없이 평평하게 이어진다. 비교대상으로 꼽히는 포드 익스플로러의 2,486리터 용량보다 294리터 더 여유 있다.
국내 출시된 트래버스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의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된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m를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큰 차체에 성인 남자 4명이 탑승한 탓인지 출발 가속은 조금 더딘 편이다.
도로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사륜구동 시스템은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탄력이 붙으며 부드럽게 뻗어나가는 힘은 인상적이지만 어느새 가속이 둔화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종종 거슬리기도 한다.
A필러가 두껍지만 주행 중 좌우 시야 확보에 불편함은 없다. 무난하면서도 인상적이진 못한 가속 성능에 비해 제동력은 상당히 우수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지 않아도 고속주행에서 큰 차체가 곧바로 반응한다.
전장은 5미터가 넘는데 회전반경이 짧아서 세미 오프로드 코스의 오르막과 자갈이 혼재된 길에서도 민첩한 조향이 가능하며 안정감도 충분하다.
2열에 탑승해보니 단독 시트가 꽤나 편안하고, 스마트 슬라이드 기능 덕분에 3열 승객의 출입도 용이하다. 3열은 미니밴이 아닌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간이 넉넉한 편이며 넓은 창문으로 이해 답답한 느낌도 없다. 그러나 3열은 1~2열보다 전반적인 승차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시간 탑승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Availability"
한국지엠 영업 서비스 마케팅 총괄 시저 톨레도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모델을 왜 한국 소비자들은 만나 볼 수 없는가에 대한 상황에서 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5년 동안 15종의 부분변경 및 신차 출시를 통해 내수시장에서 판매를 활성화하고 수입차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Five-year self-rescue plan'의 6번째 모델인 트래버스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는 패밀리 SUV로서 기본에 충실하다. 하지만 큰 덩치만큼이나 트래버스가 짊어져야할 무게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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