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캐하에서 뵙겠습니다”
캐딜락 홍보담당 프리즘 커뮤니케이션의 이경애 부장은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캐딜락 하우스(캐하)까지 안전운전을 강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디어 시승행사의 반환점인 경기 가평 소재의 카페에서 이경애 부장과 캐딜락 XT6에 대해 10분 남짓 이야기를 나눈 후였다.
브랜드의 새로운 전초 기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미디어 시승행사는 소규모로 진행됐다. 에이스 침대의 고풍스런 매장, 에이스 에비뉴를 지나쳐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탓일까. 신사동 고갯길을 넘어 도착한 캐딜락 하우스의 첫 느낌은 다소 소박했다.
지난 3월 9일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한 캐딜락 하우스는 100년이 넘는 브랜드의 역사부터 미래까지 엿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아메리칸 럭셔리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아낸 장소다. 브랜드의 클래식카 ‘1950 캐딜락 시리즈 62 쿱 드빌’은 그 중심에 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선물한 의전차량이기도 한 캐딜락 시리즈 62 쿱 드빌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아한 클래식카와 함께 화려한 캐딜락의 지난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멋들어진 외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며 새롭게 재단장한 캐딜락의 헤리티지 히스토리 갤러리를 벗어나자 XT6가 캐딜락 하우스 정중앙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블랙 컬러의 고광택 소재로 꾸며진 대형 그릴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함께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수직 형태로 양쪽에 배치된 주간주행등은 XT6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세로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와 중앙을 가로지르는 라인은 단조로운 후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함은 없다. 하단에 자리 잡은 직사각형 모양의 ‘찐’ 머플러 팁이 거대한 차체에 안정감을 실어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과 후면 모두 에스칼라가 떠오를 만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트래버스보다 멋짐을 뽐내기에 충분하다.
다소 아쉽지만 고급스러운 실내
고급스러운 소재로 인해 실내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시보드는 시원시원하게 쭉 뻗어있어 개방감이 크고, 천연 가죽과 고급 원목에 입혀진 카본 파이버 소재로 나름 스포티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공조장치 패널은 매우 직관적이며 기어 노브 뒤에 위치한 회전식 컨트롤러로 보다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아날로그 계기판과 8인치 모니터에서는 GM의 고집이 느껴진다. 통풍 시트와 열선 시트의 작동을 알려주는 색깔이 주황빛으로 동일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GM 산하 브랜드에서 특히 쉐보레와 공유하는 듯한 실내 레이아웃과 폰트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한 가지 더 불평하자면 비상등 버튼이 운전석에서 너무 멀어 다소 불편하다. 기대감 없이 앉은 시트는 최고급 소재로 평가받는 세미 아닐린 가죽과 더불어 굉장히 편안하고, 여기에 컷 앤 소운 공법이 더해져 시각적인 정교함마저 이끌어낸다.
국내 출시된 XT6는 6인승과 7인승을 선택할 수 있으며 6인승의 경우 2열이 독립 시트로 구성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6인승의 가격이 더 비싼 반면, 국내에서는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945mm로 동급 최고의 헤드룸을 확보한 3열은 넓은 유리창으로 인해 확실히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2열과 3열 모두 별도 공조기 조작부를 비롯해 송풍구와 USB 포트까지 마련되어 모든 탑승자를 향한 배려가 만족스럽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
친환경을 이유로 다운사이징을 통한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감축이 트렌드인 상황에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XT6에 대한 설렘은 남달랐다. 압도적인 외관만큼이나 터보 엔진이나 전기 모터에서 구현될 수 없는 감성적인 주행 만족도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로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XT6는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kg.m를 발휘한다.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 등이 다양하게 구성된 시승 구간, XT6는 여러 가지 주행 모드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도심 주행에서는 SUV보다 세단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다. 부드러운 가속감도 한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승차감이 편안하고 도로 위 요철이나 둔덕을 대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단단한 세팅이 전해지면서도 시종일관 부드럽고 편안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또한 정속 주행 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까지 챙겼다.
앞바퀴만 사용하는 투어 모드에서 네 바퀴 굴림의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을 밟자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2톤이 넘는 차량이 주저 없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고속 영역까지 힘이 넉넉하고 안정감도 변함없으며 승차감 또한 탁월하다.
치열한 대형 SUV 시장에서의 경쟁력
화질이 한층 개선된 리어 카메라 미러부터 서라운드 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햅틱 시트, 그리고 나이트 비전까지 주행의 안전성과 편의성까지 골고루 챙긴 XT6는 국내에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다. 이는 최상위 트림으로 한시적 개소세 인하분이 반영된 가격은 8,347만원. 캐딜락에 따르면 국내와 동일한 사양은 미국에서 9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올 초 캐딜락은 2020년을 성장 모멘텀의 기점으로 언급하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젊은 브랜드로의 도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캐딜락은 지난해 직접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닌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세일즈와 애프터서비스 등 시스템의 정비를 마쳤다.
새롭게 재단장한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XT6는 캐딜락의 118년 전통을 기반으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며 고급스러운 소재로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실내와 부족함 없이 발휘되는 성능까지 갖췄다. 보다 확대될 애프터서비스까지 자리 잡는다면 아메리칸 럭셔리를 전파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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