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내 판매 중인 일본차들이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지목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의 점유율은 21.2%로 수입차를 구매한 소비자 10명 중 2명은 일본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여파를 미치게 될 하반기에는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일부 보수매체와 몇몇 정치인들은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폐로 규정한 것을 비롯해 과거 한일협정과 최근 일본의 중재요청을 철저히 무시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비관적으로 일관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이 친북정책과 내년 총선을 위해 반일감정을 부추겨 확산시킨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배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 아베정부는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북한을 이용해 보수층을 집결시키며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자국 내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러한 아베정부의 행보는 적어도 내년 7월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시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넘어가면, 단순히 사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서 이미 일본차를 구매해 운행하고 있는 일본차 차주들이 불안에 떨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차를 테러하겠다는 게시글과 댓글이 난무하고, 일본차에 기름을 팔지 않겠다는 주유소와 일본차는 정비하지 않겠다는 정비소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일본차 주차금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일본차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 관련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자국민들을 욕하고 테러한다는 것은 실로 비상식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으며 엄연한 범죄행위다. 이에 대해 일본을 욕하면서 일본처럼 행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한다.

기사를 통해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한때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차주였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서 다양한 차종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지만,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엠블럼이 달렸기 때문에 반일감정이 없는 시기에도 지나던 취객이 차에 침을 뱉거나 어르신들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붓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그 차는 오래타지 못하고 처분했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일본제품, 그리고 일본차 불매운동은 참여를 강요할 논리도 반대할 논리도 없다. 그저 개개인이 판단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실행하면 되는 문제다. 다만 수년 전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 당시 일본차를 파손하고 불 지르는 마구잡이식 테러를 자행한 중국인들처럼 과격한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K팝 팬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문화강국인 만큼, 성숙한 문화의식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연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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