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 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R&D 혁신을 실현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제조사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토대로 가상의 차량과 주행 환경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가며 품평을 진행할 수 있고, 실물 제작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개선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 기아차는 올해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특히 현대 기아차는 상반기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해 가상의 공간에서 차량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다름없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안에 들어가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도 작동할 수 있다.

VR 디자인 품평장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되어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도와준다.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변경하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최첨단 VR 시설 도입으로 현대 기아차는 자원 소모를 줄이고 차량 제작의 비용과 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0월 공개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 때는 해당 VR 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했지만, 앞으로 개발되는 현대 기아차의 모든 차량은 이 곳에서 VR 디자인 품평을 거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현대 기아차는 빠른 시일 내 유럽, 미국, 중국, 인도의 디자인센터를 같은 가상공간으로 연결시키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이디어 스케치와 같은 초기 디자인 단계까지 VR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AR 기술도 도입해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6월부터 현대, 기아차는 VR 기술을 활용해 제품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도 구축하고 시범 운영해왔다. 모든 차량 설계 부문에서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받아 차량을 디지털화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해왔다.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 기아차는 이번 VR 기술 본격 가동과 함께 설계 검증 과정에서도 실물 평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 차량의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 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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