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BMW 그룹 산하에 속한 미니는 첫 소형 SUV 컨트리맨을 출시했다. 소형 해치백과 컨버터블, 왜건으로 구성됐던 미니 라인업에서 SUV의 등장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미니 최초로 4미터가 넘고, 도어 4개가 열리며, 센터 레일 시스템으로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보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컨트리맨의 등장으로 미니의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은 증가했고, 컨트리맨은 전 세계에서 54만대 이상의 판매를 이룬 효자 모델이 됐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미니는 최근 브랜드 BI를 교체하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컨트리맨 역시 교체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완전변경을 거쳐 더욱 당당해진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온 미니 컨트리맨을 직접 만나봤다.  

2세대 컨트리맨은 BMW 그룹의 UKL2 플랫폼을 미니 클럽맨, BMW X1,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등과 공유한다. 차체는 이전 세대보다 199mm 길어졌고, 폭과 높이 역시 33mm, 13mm씩 확장됐다. 원형에 가까웠던 헤드램프는 각진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LED 램프로 업그레이드됐으며,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쿠퍼 D ALL4 하이트림’으로 18인치 휠/타이어가 장착된 모델. 익스테리어 옵틱팩이 적용되어 전후면 범퍼 중앙에 피아노 블랙으로 포인트를 줬고, 범퍼 하단에는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 휠 아치와 사이드 스커트는 무광 가니쉬로 마감해 미니만의 정체성을 이어간다. 후면 디자인은 미니 해치백 모델을 부풀린 듯한 분위기. 트렁크 해치 하단에 가로로 길게 늘어진 ‘컨트리맨’ 엠블럼이 독특하다.

실내로 들어서자 미니다운 디자인이 한눈에 펼쳐진다. 미니 해치백과 미니 클럽맨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지금의 디자인은 컨트리맨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투톤 컬러의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포인트를 주면서 은은한 엠비언트 라이트로 분위기를 더한다.

팝업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속도와 내비게이션 경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고, 이전에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했던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쪽으로 옮겨왔다. 이제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8.8인치 터치 LCD 모니터가 위치하며, 하단에는 공조기 버튼과 제어장치 온오프 토글스위치가 귀엽게 자리 잡고 있다.

2열 시트에 앉으면 커진 차체와 공간을 체감할 수 있다. 무릎과 머리 공간은 한결 여유 있고, 폭은 이전 세대와 비슷하다. 그러나 체격이 좋은 성인 남성 3명이 탑승하기엔 여전히 다소 협소한 것이 사실. 전동식으로 활짝 열리는 테일게이트는 입구가 넓어서 짐을 싣고 내리기 수월하며, 용량은 450리터로 시트를 접을 경우 1,390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해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하단에는 따로 수납함이 있어 실용성을 높였다.

시승한 모델은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쿠퍼 D ALL4로,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BMW 라인업에서는 18d 엔진에 해당하며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3.7kg.m를 발휘하고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 된다. 0-100km/h 가속시간은 8.8초, 안전 최고속도는 208km/h로 제한되어 있다. 복합연비는 13.6km/L로 실제 주행에서는 수치를 웃도는 연비를 기록했다. 출력이 더 높은 쿠퍼 SD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BMW의 20d 모델과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시승은 영종도 일대 도심과 외곽을 한 바퀴 도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차량에 탑승하자 붉은색 시동버튼이 깜박거리며 눌러달라고 앙탈을 부린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고로롱’ 소리와 함께 디젤 엔진임을 확인시켜 주지만, 진동과 소음은 이전 세대보다 상당히 감소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자 우악스럽지 않고 150마력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가속성능을 보인다.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또한 빠르고 부드럽게 매칭을 이뤄 꾸준하게 속도계의 바늘을 높여간다.

주행 모드에 따라 무게가 변하는 전자식 스티어링의 반응속도는 꽤나 빠른 편. 유격 또한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동안 미니 하면 떠올랐던 다소 불편하고 탄탄하기만 했던 승차감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탄탄함이 아닌 단단함과 부드러움으로 승화시켰기 때문. 섀시와 하체 보강을 통해 노면 충격을 완화해 걸러낸다. 한편으론 너무 물렁해진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들지만,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걱정은 사라진다. 전륜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인 ‘ALL4’는 이전 세대의 전기기계식에서 전기유압식 클러치 방식으로 변경되어 보다 빠른 반응속도를 실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을 선보인다.

미니 최초의 카메라 기반 전방 추돌 경고장치인 ‘액티브 가드’가 전 라인업에 적용된 컨트리맨은 전방의 물체와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10~60km/h의 속도에서 브레이크가 개입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브레이크의 반응 속도와 답력은 컨트리맨의 차체를 제어하고 남을 정도로 훌륭하다. 코너에서는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반응 등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BMW의 모델들과 흡사해졌다.

컨트리맨을 마지막으로 미니의 모든 라인업은 신형으로 완전변경을 마쳤다. 기존의 미니가 갖고 있던 발랄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조금은 차분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거듭난 신형 모델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니 역시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는 것. BMW 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로 더 높게 성장하고자 하는 각오가 느껴진다. 브랜드의 분위기는 물론 주행감각도 BMW와 비슷해져가는 미니를 보면서 ‘미니 특유의 색깔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한편으론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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