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주목받게 마련이다. 누구나 그런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하고 싶어 한다. 마음을 잡아끄는 그런 힘은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여서 매력적인 자동차에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선이 집중되며, 그런 자동차와 함께하면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다.
“SUV야? 컨버터블이야?”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과 함께하면 받을 수 있는 질문이다. 대답은 “SUV이긴 하지만 컨버터블”이라고 하면 된다. 대부분의 컨버터블이 쿠페를 기반으로 지붕이 열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SUV라 해도 지붕이 제대로 열린다면 외형상 컨버터블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
지붕이 사라지면 말끔한 젊은 신사 같은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닛산 무라노 컨버터블에 이어 또 다시 현실화된 SUV 컨버터블이라는 점에서 탄생부터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도 코란도 소프트탑이나 랭글러처럼 지붕 일부를 분리할 수 있는 SUV들은 있었지만, 지붕과 창문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제대로 된 SUV 컨버터블은 그야말로 희귀종이다.
전반적인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의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지붕이 깔끔하게 접혀 들어가는 공간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SUV니까 유모차 하나쯤은 접히지 않아도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 차는 컨버터블이다.
비좁은 2열과 트렁크 공간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 지붕이 열린 이보크 컨버터블의 모습을 바라보면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견고한 전동식 소프트톱은 열릴 때 18초, 닫힐 때 21초의 작동시간이 소요된다. 완전히 열리거나 닫힐 때까지 조작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다소 불편하다.
컨버터블은 차체 강성을 높여야하기 때문에 무게가 늘어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역시 150kg 가량 더 무겁다. 하지만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m의 충분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늘어난 무게가 그리 체감되진 않는다.
청명한 하늘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드라이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감을 준다. 바람의 들이침은 컨버터블 중에서도 상당히 적은 편이어서, 주변의 뜨거운 시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지붕을 열고 다녀도 좋겠다. SUV의 장점인 높은 시야와 널찍한 1열 공간은 운전하는 내내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껴진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은 지붕이 없어 일반 SUV 모델과 비교해 차체 강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실제 다양한 주행에서 크게 거슬리거나 불편한 점은 없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면서도 굽이진 길에서는 좌우 쏠림을 꽤나 억제하는 탄탄함을 드러내고, 기대하지 않았던 브레이크는 급제동 시 다소 밀리는 현상이 있지만 적응될수록 무난한 능력을 발휘한다.
지붕이 열리는 겉모습, 즐거운 오픈 드라이빙, 출중한 주행능력 등이 어우러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은 상당히 매력적인 자동차다. 특히 컨버터블 성애자라면 SUV의 편안함과 컨버터블의 개방감을 모두 제공하는 이 차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험하기 전에 느껴지는 왠지 모를 낯설음과 부담감은 실제 경험을 통해 눈 녹듯 사라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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