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그동안 렉서스 플레그십 세단의 광고 카피는 2열 상석의 그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렉서스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후, 최근의 신형 LS 광고에는 ‘시대가 원하는 플래그십 하이브리드’라는 카피가 등장했다.

‘시대가 원하는 플래그십’에 대한 해석은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렉서스 측의 해석은 바로 주행감성이다. 뒷좌석의 편안함은 물론, 직접 운전하는 오너를 위해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있는 주행감성을 염두하고 신형 LS 개발에 임했다는 것. 시승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해봤다.

5세대 신형 모델의 외관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을 필두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또한 렉서스만의 디자인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이전 모델에 비해 전고가 낮아지고 전폭이 넓어지면서 한층 안정감 있는 자세를 연출함과 동시에 웅장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날카로운 선을 강조한 디자인 때문에 커다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세단의 중후함보단 스포츠 세단 같은 스포티함이 물씬 풍긴다.

실내로 들어서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고급스런 소재들과 세련된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센터페시아 중앙 송풍구 좌우로 이어지는 6개의 라인과 조수석 전면 패널의 무늬가 눈에 띄는데, 일본의 거문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렉서스가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고풍스러움과 함께 넓은 공간감을 강조한다.

국내 먼저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 LS 500h에는 두 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그 중 하나는 엔진과 함께 출력을 담당하고 나머지 하나는 무단변속기를 보조한다. 분명 무단변속기지만 10단 자동변속기처럼 변속되는 e-CVT 시스템이 적용되어 운전의 즐거움과 연료 효율을 모두 향상시킨다.

LS 500h 모델의 시스템 총 출력은 359마력.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시원한 가속 성능을 자랑하며,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적인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일반적인 CVT 변속기와 다르게 엔진 회전수가 바쁘게 오르내리면서 자동변속기와 다름없는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기로 구동되다가 엔진이 작동되기 시작할 때의 소음이 다소 크다는 것. 적막할 정도의 조용함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들려오는 엔진음은 당연히 거슬릴 수 있지만, 렉서스이고 LS이기 때문에 소음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VIP를 위한 2열 상석은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답게 조용하고 안락하다. 시트 포지션은 다소 높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1열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더없이 편안한 자세가 연출되어 그대로 잠을 청하고 싶어진다. 2열의 승차감은 이전의 LS보다 조금 더 단단한 편이지만 거슬리진 않는다.

사실 직접 운전하는 오너들에게 단단해진 승차감은 희소식이다. 차체의 좌우 및 앞뒤 쏠림이 억제되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실제로 고속에서의 급차선 변경이나 굽이진 도로에서 쏠림이 억제된 모습을 보인다. 커다란 덩치를 제어하는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수준급. 국내 법규상 적용되지 못한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빈자리가 아쉬워질 뿐이다.

5세대 신형 LS 500h 모델은 렉서스의 기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 ‘시대가 원하는 플래그십 하이브리드’라는 광고 카피가 잘 어울리는 품위 있는 성격과 운전의 즐거움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렉서스=편안함’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이들에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대형 세단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도 마찬가지. 새로운 LS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 차종들과 어떻게 경쟁하며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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