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주말마다 도로는 나들이 차량들로 붐빈다. 그러나 함께 떠날 사람이 없는 나는 텅 빈 조수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만 쌓여간다. 그래도 근심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웃게 된다.

우울한 봄날 해맑은 웃음을 짓게 해준 자동차는 바로 지프의 신형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이다. 흔히 랭글러 숏바디로 불리는 이 녀석은 바위와 비탈길 등 험로를 진입하고 탈출하는데 있어 롱바디 모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가격도 롱바디 모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오프로드를 즐기면서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없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루비콘 2도어의 겉모습은 4도어 모델과 동일하지만 짧은 전장과 휠베이스 때문에 첫인상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랭글러 루비콘의 조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종횡무진 활약했던 윌리스로 지금의 루비콘 2도어와 흡사한 다부진 모습이다.

실내는 이전 세대의 투박함이 사라지고 포인트 컬러가 가미된 세련된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랭글러에겐 사치일수도 있는 8.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후방카메라, 열선 스티어링 휠과 시트 등의 편의장비는 분명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이전의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출력과 토크지만 그 엔진의 배기량은 무려 3.6리터였다. 배기량을 대폭 줄인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면서도 자연흡기 엔진의 매끄럽고 즉각적인 반응을 그립게 한다.

잘 포장된 일반적인 도로에서의 주행은 대중적인 도심형 SUV들과 사뭇 다르다. 스티어링의 유격이 상당하고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장착됐기 때문에 다소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고속주행에서는 빠르게 달리려는 욕심보단 느긋함을 가져야한다. 온로드 주행에서의 이러한 핸디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프로드 주행능력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앞서 출시됐던 랭글러 루비콘 4도어 모델은 도심형 SUV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승차감을 무르게 타협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2도어 모델은 탄탄한 세팅과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오프로드 주행에서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진 가상의 험로를 체험해보니 랭글러의 진가가 더 크게 와 닿았다. 토크의 4배에 달하는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4:1 락트렉, 전륜과 후륜의 좌우 구동력을 강제로 잠그는 엑슬락, 좌우 서스펜션 링크를 해제해 접지력을 향상시키는 스웨이바 해제 등의 기능들과 함께 숏바디 모델의 장점을 더하면 어떤 험로라도 손쉽게 주파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도심형 SUV에 가까워진 성격이 랭글러의 골수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랭글러의 팬으로 만들 수 있으리란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루비콘 4도어 모델은 패밀리 SUV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2도어 모델은 보다 다이내믹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이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화창한 봄날, 가족과 연인들은 나들이를 즐기지만 누군가는 홀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과 함께라면 우울해질 이유가 없다. 혼자일지라도 가벼운 캠핑 장비를 실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속 깊은 곳까지 일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아웃도어를 즐기는 솔로들의 행복 전도사로 불려도 손색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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