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랜드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캐딜락이 플래그십 대형 세단 CT6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면서 아메리칸 럭셔리의 명성을 다시금 부활시켰다. 전형적인 미국차라는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한 캐딜락 리본 CT6와 서울에서 인천 잭 니클라우스 GC를 왕복하는 구간을 달렸다.
고급 대형 세단은 기사가 운전하는 ‘회장님 차’라는 공식도 차종에 따라선 옛말이 될 수 있다. 특히 리본 CT6는 캐딜락의 미래를 담은 에스칼라 콘셉카의 디자인을 적용한 최초의 양산형 모델답게 한층 젊고 세련된 분위기로 거듭났다. 진중한 고성능 이미지의 매쉬드 그릴과 수직형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 등은 전통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조형미를 극대화시킨 모습이다.
5미터를 훌쩍 넘어가는 전장 길이는 이전 모델보다 42mm 늘어나 시원스러운 실루엣이 눈에 확 들어온다. 측면은 매끄럽게 뻗은 상단 캐릭터 라인과 하단의 얇은 크롬 라인이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고, 후면 하단에는 이상적인 크기의 듀얼 트윈 배기파이프가 은근히 스포티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실내는 장인정신이 담긴 수작업 공법을 적용한 최상급 가죽과 각종 소재들이 ‘비싼 차’ 같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한다. 두툼한 전자식 기어노브의 그립감은 흠잡을 데 없으며, 조그셔틀 다이얼 역시 직관적인 반응을 제공한다.
편의장비로는 별도의 후방카메라로 룸미러를 통해 후방 시야를 300% 이상 넓혀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가 눈에 띈다. 화질뿐만 아니라 확대 및 축소, 상하 각도조절 기능이 추가되어 시인성이 한층 개선됐다.
2열의 머리와 무릎 공간은 평균 신장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꽤나 여유롭다. 푹신한 시트는 안락함을 동반하며 등받이 각도 역시 무난하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각종 편의장비는 상위 등급을 선택할수록 풍부해진다.
파워트레인은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캐딜락 최조의 하이드로매틱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39.4kg.m를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과 효율적인 변속기, 첨단 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화는 고품격 세단을 지향하는 CT6의 성격과 잘 들어맞는 조합이다.
대형 세단의 묵직한 이미지와 달리, 주행을 시작하자 매끄럽게 뻗어나가며 유연한 승차감을 선사하는 리본 CT6의 주행감각이 옅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짓누르자 고성능 모델을 연상케 하는 깊은 울림을 토해내기도 한다.
적당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다보면 기민한 조향감각이 만족감을 더한다. 반복된 차로변경에도 불안감 없는 움직임을 유지하며, 코너에서는 예상치를 웃도는 경쾌한 안정성을 제공한다. 물론 대형 세단임을 감안한 예상치이긴 하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전반적인 반응이 한층 날카롭고 탄탄해져 운전의 흥을 돋운다.
긴 다리를 통과하는 구간, 탄력적인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중에도 풍절음과 노면소음 유입이 철저하게 걸러져 집중력이 흐트러질 틈이 없다. 급작스러운 정체구간을 마주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누르자 부드러운 답력으로 반응하면서도 상당히 즉각적인 제동력을 발휘한다. 잦은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쉽게 지치지 않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연동된 헤드업 디스플레이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및 차선 이탈 경고, 서라운드 뷰 등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주행 보조 시스템들이 영민한 실력으로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 또한 리본 CT6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의 캐딜락은 전통의 요소들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최신 기술을 잘 녹여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한층 강화시켰고, 리본 CT6는 그러한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되짚어보니 다소 칭찬 일색인 감이 있지만, 리본 CT6를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가격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이지만 수입 대형 세단이 아닌 국산 대형 세단과 겹치는 합리적인 가격은 분명 리본 CT6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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