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 James Bond”
옛날 사람 취향과 더 잘 맞는 나에게 시리즈 특유의 오프닝 시퀀스와 함께 시작되는 007 영화 속 제임스 본드는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를 비롯해 킹스맨의 해리와 에그시, 그리고 제이슨 본 등 수많은 첩보 영화 속의 요원들보다 기품이 넘치는 멋진 남자다.
‘젓지 않고 흔든’ 보드카 마티니를 즐겨 마시며 아름다운 여자와 썸을 타는데 도가 튼 제임스 본드는 영국 비밀 정보국 MI6에서 살인 면허 ‘00(Double O)’를 발급받은 ‘7번째’ 요원이다. 그는 틀에 박힌 애국심을 보여주기보다 음주는 물론 스키, 수영, 서핑 등 여러 스포츠와 포커를 즐기는 등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한다. 특히 고급 호텔과 오메가 시계를 고집하며 까다롭지만 고급스러운 취향도 보여준다.
그런 취향 때문일까? 1962년 살인번호부터 2015년 스펙터까지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제임스 본드는 항상 빛나는 자동차와 함께했다.
007 영화 속 눈길을 사로잡는 자동차
애스턴마틴, 로터스, BMW 등 디자인은 물론 성능까지 빼어난 차량을 만드는 제조사만 골라 타는 제임스 본드지만, 영국 출신이라 그런지 그 어떤 브랜드보다 애스턴마틴과 좋은 케미를 보여줬다. 사실 DB5, DBS V12, DBS, DB10, 밴티지, 뱅퀴시 등 애스터마틴의 다양한 모델이 어떤 영화에서보다 더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는 4월 개봉하는 007 시리즈의 25번째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에서도 애스턴마틴의 차세대 하이퍼카 발할라가 본드카로 출연한다.
그중에서도 이번 신작 영화에 다시 출연할 것으로 보이는 DB5는 1964년 골드 핑거를 시작으로 선더볼 작전(1965), 골든 아이(1995), 네버 다이(1997), 카지노 로얄(2006) 등 여러 편에 출연하며 시리즈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한 모델이다. 골든 아이에서 페라리 355와 달리기 시합 후 차량 실내에서 볼랑저를 꺼내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것은 DB5의 공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2년 개봉해 시리즈 최고 흥행작이 된 스카이폴에서도 DB5는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DB5는 MI6가 직면한 사상 최대의 위기가 실감 나게 그려진 스카이폴에서 꽤나 처절하게 묘사된 제임스 본드와 함께 'Resurrection'을 외치며 악의 세력에 맞섰다.
랜드로버 뉴 디펜더, 007 합류
최근 전파를 탄 랜드로버의 뉴 디펜더 광고는 아직 개봉 전인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의 비하인드 신을 담아 화제가 됐다. 30m 차량 점프로 시작되는 광고에서 뉴 디펜더는 진흙과 자갈로 뒤덮인 길부터 강까지 앞으로 나아감에 거침이 없고, 차량 전복에도 꿋꿋이 일어난다.
닉 콜린스 랜드로버 디펜더 비히클 라인 디렉터는 “새로운 디펜더를 위한 독특하지만 가장 힘겨운 테스트 기준을 마련했다”며 “어떠한 보정 작업 없이 진행된 브릿지 점프 장면을 포함한 여러 테스트를 통해 차체 강성과 내구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은 리 모리슨도 “우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범위보다 더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42도 경사로를 하강하며 등장한 뉴 디펜더는 한층 개선된 전자동 지형 반응 기술을 담아 70년 넘게 지속된 랜드로버만의 개척 정신을 계승하는 모델이다. 최대 900mm까지 도강이 가능하고 최신 D7x 아키텍처 적용으로 더욱 견고해진 뉴 디펜더는 상시사륜구동을 포함해 3,500kg에 이르는 견인 능력, 300kg의 루프 적재 역량을 갖춘 오프로더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때
최근 로이터 통신은 2019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유럽에서 디젤 차량 수요가 감소에 따라 재규어랜드로버의 지난해 판매량이 2018년 대비 약 6%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 전문 주간지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은 재규어랜드로버가 2019년 총 55만 7,706대를 판매했고 2018년 대비 3.8% 하락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참고로 랜드로버는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39만 6,105대를 판매했다.
펠릭스 브라우티검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사업 책임자는 지난 1월, 최근 6개월간 중국 시장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앞으로의 상황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랜드로버는 영국 헤일우드 공장 생산 라인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게다가 2010년부터 재규어랜드로버를 이끌어 온 랄프 스페스 최고경영자도 연간 100만대 생산 달성이라는 업적을 뒤로하고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제임스 본드의 은총
여타 스포츠카 브랜드에 비해 파란만장한 과거를 겪은 애스턴 마틴은 007 시리즈에 지원한 DB5 차량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가 회생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제임스 본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애스턴마틴에 대한 뭇 남성들의 강한 열망과 동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항상 매끈하고 날렵한 라인의 스포츠카만 골라 타던 제임스 본드가 새로운 007 영화에서 뉴 디펜더와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부디 이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오프로더가 극의 재미를 살리고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007 시리즈를 떠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퇴임을 앞둔 랄프 스페스 최고경영자에게 훌륭한 작별 선물이자 랜드로버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사진 / Aston Martin Pressroom, Jaguar Land Rover Coorporate & Land Rover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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