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새롭게 선보인 플래그쉽 쿠페 LC를 타고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달렸다. LC는 컨셉트카 LF-LC의 양산형 모델이다. 대부분 양산되면서 디자인이 많이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LC는 컨셉트카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사토 코지 수석 엔지니어는 디자인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치열한 연구개발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고성능 쿠페임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에는 스포티함과 우아함이 동시에 담겨있다. 자동차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인 조형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돌고래 꼬리를 닮은 렉서스의 전면 스핀들 그릴은 LC에서 비로소 완벽해 보이고, 독특한 C필러가 돋보이는 아찔한 루프라인이 매력적인 실루엣의 정점을 찍는다.
실내로 들어서면 고급스러운 소재들이 즐비하며,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된 뛰어난 마감품질은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렉서스를 의미하는 L자 패턴이 곳곳에 배치됐고, 전체 표면에 2단계 열선을 적용한 스티어링 휠과 통풍 기능이 적용된 알칸타라 소재 스포츠 시트, 13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 등이 만족감을 더한다.
LC는 5.0리터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LC500,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LC500h 두 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LC500은 477마력, LC500h는 359마력으로 출력 면에서는 가솔린 모델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능가한다.
먼저 서킷을 달려본 차량은 LC500h로, 하이브리드의 정의를 새로 쓰겠다는 의지가 엿보일 만큼 의외로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가속페달을 밟아 질주를 시작하자 머릿속에서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완전히 사라진다. 직선구간에서 빠르게 200km/h까지 속도를 높여도 여유가 넘치고, 코너 직전의 급제동에도 흔들림 없이 속도를 줄여나간다.
이번엔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연속된 코너. 상당히 타이트한 스티어링 감각에 흠칫 놀라며 거세게 몰아붙여도 밀려나가는 현상 없이 머릿속에 그린 라인을 잘 유지해준다. 운전자의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기민한 코너링 실력에 감탄하며 피트로 복귀했다.
다음은 가솔린 모델인 LC500. ‘고배기량’, ‘8기통’, ‘자연흡기’라는 단어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져만 가는 이 시대에 LC500은 그 모든 단어들이 조합된 심장을 품고 있다. 477마력이라는 출력은 10단 자동변속기가 매끄럽게 조율한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LC500h보다 한층 더 으르렁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주행을 시작하자 LC500h를 통해 느꼈던 치밀하고 정확한 주행감각은 물론, 더 높은 출력과 더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하는 가뿐하고 민첩한 운동성능에 풍성한 배기음까지 더해져 운전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LC의 주행감각에 익숙해지자 한계치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앞선 차량과 일부러 간격을 벌린 후에 더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본다. 뒷바퀴가 살짝 흐르며 라인을 벗어날 듯 했지만 타이어 끌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 이내 자세를 잡고 코너를 탈출하는 LC500. 이정도 욕심에 흔들릴 차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렉서스 LC는 외적으론 우아함을, 내적으론 야수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얄미울 정도로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들다. 컨셉트카 그대로인 외관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는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LC에게도 약점 아닌 약점이 존재한다. 차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원초적인 펀드라이빙의 느낌이 살아있길 원하는 이들에겐 너무 완벽해서 아쉬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현 시대 고성능 모델들의 공통적인 딜레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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