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란 '좋아지게 하다, 만족스럽게 하다'는 의미의 라틴어로,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환자의 심리적인 믿음으로 효과가 나타나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플라시보 효과를 제품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들도 흔치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료첨가제 마케팅이 그런 경우다. 자신의 차량을 아끼는 소비자일수록 더러운 엔진이 깨끗해지는 광고를 보면 실제로 믿게 되는 플라시보 효과가 발생한다. 직접 엔진을 뜯어서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연료첨가제를 사용하면 소음과 진동 감소, 연비와 출력 향상 등의 다양한 효과가 느껴진다는 후기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광고 영상처럼 엔진의 불순물이 깨끗하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고속주행 시 미비한 효과는 있으나, 굳이 연료첨가제를 주입하지 않아도 고속주행 시에는 엔진 내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 이유는 연료에도 엔진을 세정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휘발유는 옥탄가가 높아 점화 시점을 안정시키고 정확한 타이밍에 폭발해 더 강한 출력을 발생시키며, 엔진 세정성분이 일반휘발유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게 정유사들의 설명이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카이즈유와의 인터뷰에서 "연료첨가제에 대한 믿음보다는 정기적으로 연소실 청소를 받는 것이 깨끗한 엔진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서, 고급휘발유와 연료첨가제의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대형 정유사의 기술을 믿을 것인지, 자동차용품 판매사의 기술을 믿을 것인지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긴다"며 연료첨가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밝혔다.
연료를 50리터 주유할 경우 일반휘발유는 9만 650원, 고급휘발유는 10만 2,000원의 주유비가 소비된다. 고급유와 일반유의 금액 차이는 1만 1,350원. 따라서 고급휘발유가 연료첨가제보다 800원~5,750원 더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엔진 컨디션이 걱정된다면 연료첨가제 대신 이따금 고급휘발유를 주유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최근 한 연료첨가제 판매업체의 광고문구가 달라졌다. '엔진오일과 연료첨가제는 하는 일이 다르다'며 엔진오일을 자주 교환해도 엔진에 불순물이 쌓이기 때문에 연료첨가제를 사용하라는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 물론 엔진오일과 연료첨가제는 하는 일이 다르지만, 전 세계 그 어떤 자동차 제조사도 연료첨가제를 주유하면 엔진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을 감안해서 엔진을 만들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 연료첨가제를 검색하면 블로거들이 업체에게 제품이나 비용을 받고 작성한 게시물로 가득하다. 공통점은 완벽한 '팩트'가 아닌 개인의 '느낌' 위주로 작성된 게시물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신차용과 7만km 이상 차량용을 따로 판매하는 등, 차량을 아끼는 소비자 심리를 잘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플라시보 마케팅에는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대처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심리적인 효과에 불과한 연료첨가제보다 올바른 연료사용과 운전습관, 주기적인 차량 정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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